맛도 모양도 굉장한 등뼈고기국수

고기국수 3편

by 홍난영

고기국수의 진화는 어디까지인가.


K는 굉장한 고기국수가 있다며 등뼈고기국수의 사진을 보내왔다. 큼직한 등뼈고기가 내 눈을 압도했다.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부랴부랴 찾아간 식당은 한적한 동네에 위치해있었다. 집을 지으며 한켠을 식당으로 지은 듯 보였고 식당 옆쪽으론 잔디밭 마당이 있었다. 그곳엔 그네가 있었다. 그리고 제주의 마당이라면 빠지지 않는 귤나무. 어쩐지 손주들을 위해 그리 지으셨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목해 보이는 풍경이었다.


특허는 물론, 상표등록까지 했다는 등뼈고기국수는 그야말로 탄성을 절로 일으켰다. 두 손으로 등뼈를 곱게 잡고 츄릅츄릅 고기를 발라 먹는 재미, 발라낸 고기와 함께 면을 듬뿍 집어 올려 입안 가득 밀어 넣는 재미. 재미도 만점이고 맛도 만점이었다.


1_4_1.JPG


나는 국수에 오른 조미김을 좋아하진 않는데 등뼈고기국수에 오른 조미 김은 신의 한 수였다. 국수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면도 치자를 넣은 건면을 사용했다는데 신기하게 금세 불지가 않았다. 면은 등뼈고기를 먹는 동안 얌전히 제 몸을 건사하고 있었다.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도 신경 쓴 것이 확연히 보였다.


1_4_2.JPG
1_4_3.JPG


김치도 진짜 맛있었다. 겉절이였는데 아삭아삭, 간도 딱 맞고 등뼈고기국수와 잘 어울렸다. 먹다 보니 식당 한편에 작은 문이 있었는데 사장님이 그 문으로 왔다 갔다 하시는 거였다. 나 또 호기심 발동하잖아. 그래서 슬쩍 뒤따라 가봤다. 그 작은 문은 밭으로 이어졌다. 밭에는 옹기종기 배추, 파 등 식당에서 필요한 채소들이 심겨져있었다.


“이거 밭 문이네요. ^^ 직접 키우시는 거예요?”

“그럼요. 우린 채소 하나도 안 사요. 다 여기서 가져오지.”


1_4_4.JPG 밭으로 통하는 일명 '밭문'
1_4_5.JPG 너른 밭이 이어져있다


아, 김치. 그래서 더 맛있었나 보다. 채소가 필요 할 땐 문을 열고 나가면 돼. 가서 쓱 뽑아오면 되는 거야.


등뼈고기에 국수가 어찌나 양이 많던지 먹는다고 먹었는데 결국 다 못 먹고 말았다. 더 먹고 싶은데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아는가. 이럴 때마다 내 위가 소처럼 4개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몸매도 소 같아지겠지만. 그만큼 호기심 자극하는 국수가 등장할 때마다 더 먹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쉽다.


국수를 먹고 나오니 식당 앞에 트럭들이 줄줄이 서 있다. 아까 점심 드시러 오신 분들의 차인가보다. 농촌은 역시 트럭이지. 일하시다 트럭을 끌고 등뼈고기국수 한 그릇을 먹는다. 엄청나게 든든할 거다.

나도 언젠가 제주 중산간에서 살고 싶다. 자급자족의 삶을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거다. 내가 먹을 정도만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콩알만 한 당근이 나와도 내가 먹을 거니까 괜찮다. 그리고 자급자족률 50%가 넘어가면 트럭을 사는 거다. 트럭을 타고 다니는 국수여행도 괜찮겠지.


등뼈고기국수 하나로 내 삶을 설계하는 나는 역시 국수여행자인 모양이다. 작은 여행일지라도 여행은 여행이다. 여행 중에 보고 듣고 먹는 것은 모두 나에게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국수여행을 한다. 언제나 할 수 있는 국수여행, 좋잖아.




#덧붙임(2018. 4. 23)


이 연재는 맛집소개가 아니라 제 인생을 바꾼 국수여행에 포인트를 둔 글들입니다. 해서 가게에 대한 정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 어딘지 알아보신 분이 등뼈국수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는 제보를 주셨습니다. 확인해보니 제가 갔던 그 식당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식당 이름이 바뀌었네요.


식당은 오래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요. 앞으로의 연재에서는 최근의 가게 사정을 '덧붙임'으로 간단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foodsister

keyword
이전 02화현지인처럼 여기 멸고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