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국수 3편
고기국수의 진화는 어디까지인가.
K는 굉장한 고기국수가 있다며 등뼈고기국수의 사진을 보내왔다. 큼직한 등뼈고기가 내 눈을 압도했다.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부랴부랴 찾아간 식당은 한적한 동네에 위치해있었다. 집을 지으며 한켠을 식당으로 지은 듯 보였고 식당 옆쪽으론 잔디밭 마당이 있었다. 그곳엔 그네가 있었다. 그리고 제주의 마당이라면 빠지지 않는 귤나무. 어쩐지 손주들을 위해 그리 지으셨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목해 보이는 풍경이었다.
특허는 물론, 상표등록까지 했다는 등뼈고기국수는 그야말로 탄성을 절로 일으켰다. 두 손으로 등뼈를 곱게 잡고 츄릅츄릅 고기를 발라 먹는 재미, 발라낸 고기와 함께 면을 듬뿍 집어 올려 입안 가득 밀어 넣는 재미. 재미도 만점이고 맛도 만점이었다.
나는 국수에 오른 조미김을 좋아하진 않는데 등뼈고기국수에 오른 조미 김은 신의 한 수였다. 국수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면도 치자를 넣은 건면을 사용했다는데 신기하게 금세 불지가 않았다. 면은 등뼈고기를 먹는 동안 얌전히 제 몸을 건사하고 있었다.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도 신경 쓴 것이 확연히 보였다.
김치도 진짜 맛있었다. 겉절이였는데 아삭아삭, 간도 딱 맞고 등뼈고기국수와 잘 어울렸다. 먹다 보니 식당 한편에 작은 문이 있었는데 사장님이 그 문으로 왔다 갔다 하시는 거였다. 나 또 호기심 발동하잖아. 그래서 슬쩍 뒤따라 가봤다. 그 작은 문은 밭으로 이어졌다. 밭에는 옹기종기 배추, 파 등 식당에서 필요한 채소들이 심겨져있었다.
“이거 밭 문이네요. ^^ 직접 키우시는 거예요?”
“그럼요. 우린 채소 하나도 안 사요. 다 여기서 가져오지.”
아, 김치. 그래서 더 맛있었나 보다. 채소가 필요 할 땐 문을 열고 나가면 돼. 가서 쓱 뽑아오면 되는 거야.
등뼈고기에 국수가 어찌나 양이 많던지 먹는다고 먹었는데 결국 다 못 먹고 말았다. 더 먹고 싶은데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아는가. 이럴 때마다 내 위가 소처럼 4개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몸매도 소 같아지겠지만. 그만큼 호기심 자극하는 국수가 등장할 때마다 더 먹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쉽다.
국수를 먹고 나오니 식당 앞에 트럭들이 줄줄이 서 있다. 아까 점심 드시러 오신 분들의 차인가보다. 농촌은 역시 트럭이지. 일하시다 트럭을 끌고 등뼈고기국수 한 그릇을 먹는다. 엄청나게 든든할 거다.
나도 언젠가 제주 중산간에서 살고 싶다. 자급자족의 삶을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거다. 내가 먹을 정도만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콩알만 한 당근이 나와도 내가 먹을 거니까 괜찮다. 그리고 자급자족률 50%가 넘어가면 트럭을 사는 거다. 트럭을 타고 다니는 국수여행도 괜찮겠지.
등뼈고기국수 하나로 내 삶을 설계하는 나는 역시 국수여행자인 모양이다. 작은 여행일지라도 여행은 여행이다. 여행 중에 보고 듣고 먹는 것은 모두 나에게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국수여행을 한다. 언제나 할 수 있는 국수여행, 좋잖아.
#덧붙임(2018. 4. 23)
이 연재는 맛집소개가 아니라 제 인생을 바꾼 국수여행에 포인트를 둔 글들입니다. 해서 가게에 대한 정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 어딘지 알아보신 분이 등뼈국수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는 제보를 주셨습니다. 확인해보니 제가 갔던 그 식당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식당 이름이 바뀌었네요.
식당은 오래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요. 앞으로의 연재에서는 최근의 가게 사정을 '덧붙임'으로 간단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