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탐탐이와 제제 #79 똥꼬를 지켜줘

by 홍난영

(2018. 3. 16.)


- 똥꼬를 지켜줘


아,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제제의 중성화 수술 일주일째로 실밥을 풀고 넥칼라까지 벗게 되어 제제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아, 그른데! 고환에 염증이 생겨 수술을 해야 한다고.


사실 어제부터 고환, 정확하게 말하면 고환 주머니가 부어있었다. 동물병원 쌤에게 전화하고 사진까지 찍어 보냈으나 내일 어차피 병원 올 거니 그때 보자고 하셨다. 별문제 아니길 바라며 일찍 갔건만...


오후에 제제를 데리러 갔더니 아랫도리에 압박붕대가 감겨있었다. 전신마취를 해서 고환을 쨌고 그 안의 고름을 빼내고 설탕을 채웠다고. 이른바 '슈가테라피'. 설탕 요법, 슈가 요법 등으로 검색해보니 다들 '슈가테라피'라고 하더라. 피부 상처에 슈가테라피가 좋다는 의견이었다. 삼투압 현상으로 고름이 빠져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의견이 분분하니 수의사에게 일단 물어보라고 당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니까 제제도 고환 주머니의 상처에 설탕을 바르고 천을 한 장 대고 압박붕대를 감아놓은 거다. 그런데... 똥꼬자리를 제대로 확보해주지 않았더라. 안 그래도 끙아를 잘 못 하는 앤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구멍이 없진 않아서 그냥 데리고 왔다. 하기사 고환 부위를 압박해야 하니 엉덩이 쪽을 지지대 삼아 붕대를 감아야 했겠지.


하지만 역시나 똥꼬 구멍은 부실했다. 어기적거리는 제제를 데리고 쉬야 & 끙아를 시키려고 산책을 나갔더니...


쉬야는 잘 했는데 끙아에서 그만... 혹시 몰라 내가 할 수 있는만큼 똥꼬 부위의 붕대를 벌려주었으나 똥이 붕대 밖으로 나오질 못했다. 급한 마음에 내가 빼주려고 다가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제제, 도망가. 도망가서 또 싸는데 붕대 밖으로 못 나와.


내 이럴 줄 알았어. 아무리 압박이 중요해도 똥꼬는 사수해 줘야지!


간신히 집으로 데려와 수습하는데 이건 뭐... 제제도 제제지만 내가 열이 받아서리. 아니 병원 운영을 거의 30년을 했다면서 똥꼬 하나 못 지켜줘? 그동안 고환 염증 수술한 애가 제제밖에 없었어? 똥은 싸야 할 거 아니야!!


똥꼬를 사수할 수 있는 용품은 없는 걸까? 아놔. 돈만 있으면 개발해보겠다만 결정적으로 돈도 없고 지식도 없다.


제제가 너무 고생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계속 마취하고 수술하고 넥칼라에 압박붕대까지. 지난주엔 넘 압박해서 쉬야를 못하고 이번엔 끙아를 못하고(자기도 놀라서 끊어 싸다 멈춘 듯. 제대로 못 싼 거 같다). 병원 또 가야겠다. 압박붕대가 흘러내리고 있다.



▼ 일이 벌어지기 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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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압박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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