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탐탐이와 제제 #80 압박붕대, 벗겨지다

by 홍난영

(2018. 3. 17.)


어제 끙아를 붕대 안에다 해버려서(제대로 못 하긴 했지만) 그 안을 닦느라 그랬는지 아침에 보니 압박붕대가 제제의 몸에서 빠져 덩그러니 거실에 놓여있었다. 빠져나온 설탕들도 흩뿌려져 있고. 하아... 가장 큰 문제는 제제가 상처 부위를 핥는 것이었다.


그때가 아침 7시 조금 넘었었나? 병원 문 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 방법을 찾다 요술상자의 언니가 하사한 강아지용 기저귀가 생각났다. 급한 대로 그걸 채워서 핥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찾아간 병원.


끙아 이야기를 하니 견주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다른 견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팬티스타킹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어제 이야기해주시지 그랬어... 우린 초보잖아. ㅠ.ㅠ 오랜 세월 병원을 운영하며 쌓인 아이디어를 좀 공유해주면 좋았잖아. 그게 역사가 있는 가게(?)의 장점 아니겠습니까, 라고 생각했지만 말은 못 했다. 그걸 말해주는 게 병원의 의무는 아니니까. 해주면 좋을 뿐. 결국 내가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며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다. 흠. 시간이 필요해 시간이!


그럼에도 시간에 의해 쌓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들려주는 것은 병원에 큰 마케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뭐 그게 없어도 잘 운영되면 불필요할지도 모르지만. ^^; 어쨌든 앞으로는 알아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걸로. 궁한 자가 우물을 파는 법.


그리고 선생님은 우리 앞에서 치료하는 법을 보여주셨다. 어쩐지 '당신들이라면 집에서 직접 할 수도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ㅎㅎㅎ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제제 힘이 생각보다 엄청 세기 때문이다. 아하하하. 물론 제제 본인의 생각으론 '생존'의 문제일 것이다. 갑자기 인간들이 자기를 꽉 잡고 무지 아프게 하니 모든 힘을 다 써서 그 상황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기에 그 힘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어제 짼 고환 주머니는 그 새 어느 정도 아물어 있었다. 그런데 설탕을 넣으려면(고상하게 말해 슈가테라피) 아물고 있는 고환 주머니를 다시 벌려야 한다. 설탕을 뿌리는 이유는 삼투압으로 고름을 빼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선생님이 그렇게 말해주셨다). 그러니 겉에 뿌려봤자 소용없는 거다. 근데 제제는 힘이 세다. 그러므로 요술상자와 내가 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어쨌든 그 과정을 보여주는데 배변에 예민한 제제는 산책을 못 하고 병원에 갔기에 쉬야를 못 한 상태였다. 아물어 가는 고환 주머니를 벌리자 비명을 지르며 쉬야를 찔끔. 선생님은 산책 좀 시키고 다시 하자고 했다. 가서 쉬야하고 오라고.


그렇게 뜻밖의 산책을 하게 됐는데 그래도 좋데. 아이고... 산책이 그렇게 좋으냐. 가능하면 끙아도 했으면 좋겠는데 예민한 우리 제제는 쉬야만 했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싶어서 병원 주위를 좀 돌다 들어가 치료를 마저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엔 잠깐 산책을 했다. 우리가 끙아 이야기를 자꾸 해서인지 오늘은 똥꼬를 조금 더 사수해주셨다. 나가기 전에 우리도 나름 확보를 더 했고. 그래서인지 어제보단 훨씬 낫게 끙아를 했다. 이런 게 다 경험이려니. 아직 우린 초보 엄마니까. 갈수록 나아지겠지.(탐탐이와 함께 산책 나가서 산책 사진은 못 찍었다. 정신이 없어서리 ㅋㅋ).


▼ 제제도 탐탐이도 많이 나아진 것 같다. 간만에 둘이 장난치고 놀았다.

067.jpg


- 담요를 손수건으로 바꾸다


미용을 한 탐탐이는 늘 담요를 덮어달라고 요구했다. 그 요구 방법이 좀 특이하긴 했다. 배변 패드 위에서 우리는 쳐다보는 게 그것이다. 예전에 뭔가 더 먹고 싶을 때 배변판 위에 올라가는 것 같다는 글을 올린 적 있다. 그게 더 발전되어 먹을 것 외에도 무언가를 요구하는 게 있으면 배변판 내지는 배변 패드 위에 올라가는 거 같다.


담요를 덮고 있으면 털이 온몸 가득 나 있는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하지만 담요를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이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거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그럼에도 탐탐이는 그걸 죽어라 덮어쓰고 다녔겠지. 이를 본 요술상자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냈다. 손수건으로 바꿔보자.


나는 어릴 때 그렇게 담요를 좋아했다고 한다. 겨울에야 상관없지만 여름이 다가올수록 엄마는 걱정이 됐을 거다. 그래서 조금씩 꼬셔서 수건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같은 맥락이렸다. 손수건을 걸쳐주자 그걸로도 만족해했다. 탐탐이가 가뿐해졌다. 슈퍼독(슈퍼맨이 아니고)이 되었다. ㅋㅋㅋㅋ


068.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강아지, 탐탐이와 제제 #79 똥꼬를 지켜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