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프렌즈는 자체 보호시설이 없기에 많은 구조가 불가능하다. 집에서 보호하다가 입양 보낼 수 있는 정도가 최대치다. 구조 요청이 들어올 때 본인은 아이를 케어할 수 없는 이유로 다견가정이고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우리도 마찬가지다. 반려견이 4마리나 있는 다견가정이고 아파트에 산다. 동물보호단체라고는 하지만 실은 어느 가정이랑 똑같다.
우리는 TV에서 볼 수 있는 큰 동물보호단체들과 다르다. 게다가 TV에선 그들은 늘 구조를 하고 입양을 보내는 것처럼 나오는데 사실상 큰 단체들도 늘 구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보호하고 있는 유기견이 입양을 가야 빈자리가 생겨 구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우리는 들어오는 구조 요청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는 들어오는 구조요청엔 대부분 응하지만 보호하는 유기동물이 입양을 못 가면 어쨌든 빈자리를 만들어야 하기에 안락사를 시행한다.
우리는 구조하면 무조건 입양을 보낸다. 중도 포기는 없다. 그렇기에 그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안될 때 들어오는 구조 요청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실은 너무 힘들다.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상황을 알리고 함께 하자고 제안하기 위함이다.
개인 구조자가 구조한 엄마와 육 남매 강아지의 지원을 끝내고 잠시 여유가 생겼을 때였다. 제주 여행을 왔다는 어느 분이 귤밭 앞에 묶여있는 개가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본인이 가보니 아이는 앙상하게 말라 있고 털은 뭉칠 대로 뭉쳐있는 데다 밥도, 물도 안 보이더란다.
사실 관광객에 의한 제보가 상당하다. 제주에는 귤밭 등에 방치되어 있는 아이들이 많다. 유기견은 아니지만, 견주로부터 학대를 받는 경우다. 이 외에도 시골에선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경우도 많아 이를 유기견으로 생각하고 제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어쨌든 이번 경우도 그러한 경우라 생각되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유기견이 아니니 견주를 만나 소유권 포기를 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병원 치료를 해야 할 것이고 임시 보호를 해야 할 것이다. 순간적으로는 발견자는 제보만 하면 끝나는데 우리는 몇 개월, 길면 블랙이처럼 1년이고 2년이고 임시 보호를 해야 한다. 게다가 당시엔 블랙이도 임시 보호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마침 그 개가 있다는 지역에 볼일이 있었기에 간 김에 그 아이를 보고자 했다. 가서 밥과 물이라도 챙겨주려고 말이다. 그런데 가보니 아이가 없었다. 어찌 된 일인가 싶어 제보자에게 전화하니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했다. 도저히 마음이 쓰여 안될 것 같아 다시 방문했을 때 견주를 만나게 되었고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와 너무 닮아 마음이 쓰인다며 자신이 데리고 가서 키우면 안 되겠냐고 설득하여 아이들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병원 검사를 통해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것을 알게 되었다며 자신은 여행을 왔기에 일단 입원시켜 치료받게 조치를 한 후 돌아왔다고 했다.
일주일 뒤 우리는 그분을 병원에서 만났다. 아이는 동백이라 이름 붙였다고 했다. 털이 너무 엉켜있어 싹 밀었는데 드러난 모습이 처참했다. 골반이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었다.
그분과 한참을 이야기했고 자신이 모든 치료 비용, 중성화 수술 비용, 예방접종 비용 등 입양 가기 전까지의 모든 비용을 대겠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모든 비용을 대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단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우리에겐 관건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해보니 책임감이 느껴졌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만 구조해주면 모든 것을 후원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연락 두절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분은 제주에 자주 내려와 돌아다니며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시는 분으로 다른 캣맘분들도 알고 계시는 분이셨다.
우리는 그분을 믿고 함께 동백이 입양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우선 방 하나를 동백이에게 내주었다. 매일매일 약을 먹이고 심장사상충 치료를 했다. 밥 담당인 김호정 역시 최선을 다해 아이를 먹였고 차차 살이 붙기 시작했다. 그사이 제보자, 아니 구조자분은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을 보내기 시작하셨다. 물론 모든 비용도 부담하셨다. 심장사상충 완치 판정을 받고 예방접종을 시작했고, 또 중성화 수술도 진행했다.
동백이는 혼자 귤밭 앞에 묶여 지냈기에 다른 강아지와 지내는 법을 하나도 몰랐다. 강아지는커녕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김호정은 동백이 사회화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는데 보통 강아지들은 5분, 10분이면 ‘앉아’ 교육이 어느 정도는 되는데 동백이는 그게 3~40분이 걸렸다. 그리고 합사가 가능할 것 같아 방에서 내보내면 다른 강아지들과도 잘 지내지 못하고 혼자 떨어져 불안하게 앉아있었다.
그러던 동백이가 점점 좋아지더니 다른 아이들과 놀기도 했다. 살이 붙고 털이 자라면서 점점 예뻐졌다. 구조자분은 동백이를 만나러 오기도 하셨는데 그때마다 동백이는 그분을 알아보고 환하게 웃어주었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판단되어 입양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고 한 가정의 둘째 딸이 되었다(첫째 딸은 사람 ^^). 지금도 동백이 사진과 영상이 종종 오는데 아주 잘 지내고 있다. 그 사이 여동생(사람)이 생기기도 했다.
단체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무턱대고 너희들이 동물보호단체이니 와서 구조해라,라고 하는 건 옳지 못하다. 만에 하나 그것이 받아들여졌다 해도 그 사람은 구조자가 아니라 발견자 내지는 신고자일 뿐이다. 신고만 했을 뿐인데 자신이 강아지를 구조했다고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구조는 입양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자만이 구조를 해야 한다.
동백이의 경우는 구조자와의 적절한 협업을 통해 아이를 입양 보낸 좋은 케이스다. 최근에도 이런 ‘협업’ 케이스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사이에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했을 것이다. 단체는 공공기관도 아니고 국민의 민원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곳도 아니다. 함께 하면 우리는 더 많은 아이들을 구조해서 가족을 찾아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