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 봉사 간 사설 유기견 보호소가 한림쉼터다보니 유독 그곳에 정이 더 간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더라. 그날은 어느 펜션에서 이불을 후원해주셔 받아서 한림쉼터에 갖다 주던 날이었다. 다른 날 배달해도 되는데 어쩐지 꼭 그날 가고 싶었다.
그런데... 주차하는 내 눈앞에 꼬물거리며 돌아다니는 하얀색의 무언가가 있었다. 놀라서 쳐다보니 세상에, 어린 강아지 일곱 마리 아닌가. 소장님께 전화해보니 어느 날 쉼터에 가보니 박스에 담겨 그 아이들이 버려져 있더란다. 그래서 임시로 펜스에 넣어둔 것이라고.
사설 유기견 보호소는 엄마 없는 꼬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 대부분이 성견이기에 따로 케어를 해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못 되는 것이다. 엄마가 있다면 다 함께 견사 하나에 넣어두면 그래도 엄마가 케어를 하기에 가능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꼬물이들만 있는 경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 일곱을 구조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을 ‘리리세븐’이라 이름 붙이고 각각 제리, 코리, 아리, 테리, 블리, 말리, 수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 소식을 알리자 한 단체에서 한 마리를 입양 보내주겠다며 수리를 데려갔다.
그때부터 전쟁이었다. 역시나 임시 보호용으로 내주곤 하는 방 하나에 그 여섯 꼬물이를 데려왔다. 녀석들은 얼마나 활발한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들어가면 일단 우리를 향해 뛰어올랐다. 뛰어오를 때 그냥 바닥에서 뛰어오르면 좋았을 텐데 밤새 싸놓은 똥오줌을 있는 대로 밟으며 뛰어오르니… 물론 배변 패드도 깔아 두었지만, 애들이 워낙 먹성이 좋아 그런가 온 바닥을 돌아다니며 쌌고, 또 밟고 돌아다녔다.
아침에 일어나면 여섯이 합창으로 깽알대는 소리에 옆집에서 민원이라도 넣으면 어쩌나 마음 졸이며 일단 애들을 케이지에 나눠 넣고 한 마리씩 네 발을 하나하나 다 닦았다. 여섯이니 총 24개의 발을 닦았다. 그 와중에도 애들은 깽알대고 탈출 시도하고…
애들을 켄넬에 넣어놓은 상태에서 똥오줌으로 뒤덮인 방을 청소한다. 싹 치운 후엔 밥을 먹인다. 아직 아가아가라서 하루 세끼는 줘야 했다. 먹이고 똥 치우고 또 먹이고 똥 치우고. 하, 이 아이들을 어찌할꼬. 우선 임시보호처라도 찾아야지 우리 집에 같이 있다간 다 같이 망할 것 같았다.
이때만큼 절실한 적이 없었다. 이 아이들이 입양을 다 못 가면 어쩌지? 보아하니 15kg 이상은 클 것 같은데 우리가 다 키워야 하나? 이사를 가야 하나? 어째야 하나?
기적처럼 유일한 남아 ‘제리’가 입양을 갔다. 나머지 아이들도 하나하나 임시 보호처로 이동했다. 말리라는 아이는 임시 보호처를 구하지 못해 우리랑 같이 살았는데 그 에너지가 어마어마했다.
임시 보호자 분들은 감사하게도 제주시에 있는 협력병원에 2주마다 오셔 예방접종을 해주셨다. 서귀포에 계신 분도 계셨는데 흔쾌히 와주셨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아리’라는 아이는 갑자기 시름시름 앓다가 강아지 별로 떠나고 말았다. 떠나기 전 검사를 다 했는데 파보나 코로나 장염도 아니고 홍역도 아니고 다른 수치들도 다 괜찮았는데 갑자기 떠났다. 임보자분은 너무나 슬퍼하셨고 소장님의 허락을 받아 아리가 발견된 한림쉼터 한쪽에 묻어주었다.
우리가 데리고 있던 말리까지 임보처로 이동하게 되어 입양 홍보 등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말리의 임보를 해주시던 분이 말리의 인스타 계정을 따로 만들어 홍보해보겠다고 하여 그래 보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그 편이 좋을 것 같아 코리, 테리의 계정도 만들었다. 블리의 경우 임보자분이 워낙 인스타에 홍보를 자주 해주셔서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확실히 한 아이, 한 아이 계정을 따로 만들어 그 아이만의 특징이나 모습을 올리는 게 효과가 있었다. 서로 비슷한 아이들을 한꺼번에 사진 찍어 올리면 사람들은 누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꼭 개별적인 인스타를 만들지 않아도 태그 등을 통해 아이들을 분리해 입양 홍보를 하면 입양자 입장에서도 정보를 더 빨리 받아들일 수 있어 좋다.
아이들은 크면서 점점 더 활발해져 갔지만 임보자분들은 큰 변동 없이 계속 임보를 해주셨다. 물론 중간중간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책임감 있게 임시 보호를 해주셨다. 최종적으로 말리와 테리는 우리 집에 있다가 입양을 갔다.
예방접종을 다 하고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할 즈음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코리, 블리, 테리가 5월에 한꺼번에 입양을 갔다. 코리, 테리는 이름을 그대로 쓰기로 하셨고 블리는 제제프렌즈에서 구조한 아이라고 ‘제제’라는 이름으로 개명하셨다.
남은 말리는 해외 입양을 추진했는데 해외 입양단체로 프로필이 넘어가기 직전에 임시보호자님이 입양 결정을 하셨다. 이름은 여름에 입양했다 하여 여름이가 되었다.
가끔 꼬물이 여럿을 구조한 개인 구조자분들에게 도움 요청이 오면 꼭 이 이야기해드린다. 절실함을 갖고 아이들을 돌보고 입양 홍보를 할 때는 꼭 아이들 하나하나 특징을 잘 알 수 있도록 개별 홍보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이다.
리리세븐의 다섯 입양자분들은(타 단체에서 데려간 수리는 해외로 입양 갔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신다. 그리고 리리세븐이 한 살이 되던 날, 모여서 ‘합동 돌잔치’까지 열었다. 그리고 가끔 제주에 오시면 우리를 만나러 와주신다. 또 다른 유기견 아이들을 위해 후원도 해주신다.
리리세븐 아가들은 무럭무럭 자라 15~20kg로 성장했으며 다들 가족들과 함께 잘 살고 있다. 모든 입양자분들이 인스타를 하고 계서 나는 매일 리리세븐 이야기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 아가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
리리세븐 입양까지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이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이들이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