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할머니의 반려견, 뽀삐

by 홍난영

어느 날, 제제프렌즈로 제보가 들어왔다. 대학생이었는데 이웃 할머니의 강아지를 이뻐하며 가끔 챙겨주며 지냈는데 어느 날 할머니가 크게 다치셔서 병원에 입원한 후로 치매 진단까지 받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 학생은 혼자 집에 있게 된 녀석을 챙겨주면서 입양처도 알아봤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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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에 할머니 집에 방문했더니 강아지 한 마리가 덩그러니 혼자 지내고 있었다. 학생은 녀석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다고 했다.


우리는 그 아이를 돕기로 하고 우선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병원에 데려갔다. 심장사상충, 바베시아는 다행히 음성이었고 나이는 5살 추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이가 등록칩이 되어있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animal.go.kr)에서는 견주 이름과 등록번호를 알면 아이의 간단한 정보를 알 수 있다.


혹시 할머니의 성함을 알 수 있냐고 물었더니 학생의 아버지가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이름 석 자를 꺼내셨다. 혹시나 해서 그 이름과 녀석의 등록번호를 입력해 검색해보니 아이의 이름이 나왔다. 뽀삐였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할머니의 동의를 구해 뽀삐의 소유권을 포기받는 것이었다. 실제로 할머니가 뽀삐가 다른 가족에게 입양되는 걸 원하시는지를 알아야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할머니가 계시는 병원에는 출입이 제한되어있었다. 그래서 학생의 아버지가 할머니의 요양보호사와 연락하여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참 마음이 아팠다. 내가 나중에 아파서 우리 아이들이 홀로 되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내 마음은 어떨까. 그 금쪽같은 아이들을 내가 포기해야 할 일이 생긴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 그 아이들을 두고 먼저 가야 한다는 마음이 과연 어떤 것일까. 그 결정을 해야 하는 할머니를 떠올리니 마음이 저렸다.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은 후 우리는 뽀삐의 예방접종을 시작했고 중성화 수술도 진행했다. 뽀삐는 학생의 집에서 임시 보호를 받으며 지냈다. 우리는 뽀삐의 기구한 사연을 올렸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행히 입양자가 나타났다. 현재 뽀삐는 호연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표정도 어찌나 밝아졌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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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삐와 만나고서 이 세상에는 유기견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뽀삐처럼 취약계층, 혹은 다양한 상황(견주가 아프거나, 갑자기 돌아가시거나, 범죄로 인한 교도소 생활을 한다거나 등등)에서의 반려동물들은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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