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과의 만남은 김종원 작가님의 책,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김종원 작가님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작가 자신의 세계를 통해 전달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처음 그 제목을 접했을 때, 나는 언어가 우리의 세계를 형성한다는 개념에 강하게 매료되었지만, 책을 다 읽고도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미세하지만, 또 조각조각이지만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조금씩 알아보기로 했다.
알고 보니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언어’란 말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말은 당연히 포함되고 의사 전달을 위한 표정, 행동, 소리 등이 모두 포함되었다. 그 모든 것을 포함한 것을 ‘언어’라고 표현해 보자.
언어는 어떻게 드러나는가?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이 표현되는 것이다. 나의 생각은 어디서 오는가? 나의 철학, 세계관이 기반이 되어 나온다. 즉, 언어는 나를 표현하는 것이며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가 맞다.
내 세계에 있지 않는 것들은 표현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자라온 한국이라는 국가의 문화일 수도 있고, 내가 지내온 시대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 모든 것이 ‘나’라는 프리즘을 통해 언어로 드러나는 것이다. 나는 음악을 모르므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고, 미술을 모르므로 그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없다.
음악, 미술은 내 세계가 ‘아직은’ 아니다. 그러니 언어는 나라는 빙산의 일각이다. 보이는 것은 언어지만 우리는 언어를 통해 해수면 밑의 거대한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은 ‘맥락’을 중시한단다. 당연한 말이다. 같은 단어라도 문화가 따라 달라지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각자가 고유한 경험과 맥락 속에서 언어를 사용하며, 이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구성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일종의 ‘게임’을 한다.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고, 또 게임처럼 레벨 업되기도 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런 게 아닐까? 소설 <반지의 제왕>에는 다양한 종족들이 나온다. 반지원정대 속에는 호빗, 엘프, 드워프, 인간, 마법사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모두 언어가 다르다. 같은 언어라도 맥락이 다를 수 있다.
이들은 절대반지 파괴라는 하나의 목표아래 함께하면서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해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것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서로에겐 나름의 역사와 문화가 있고 거기엔 이유가 있다. 대화하고, 경험하며 서서히 그들 각자의 세계는 점점 넓고 깊어진다.
이게 바로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언어게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