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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Feb 05. 2020

대화가 중요한 이유

대화의 원리. 1화

대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또는 그 이야기. 영어로는 conversation. converse가 주고받는 것을 의미하니 한국어와 영어 모두 대화는 둘 이상의 사람이 서로 주고받는 말 또는 이야기를 의미한다는 면에서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


대화에 대한 이와 같은 정의는 인간이 의사소통을 위해서 상대에게 입을 여는 모든 행위는 대화의 일종임을 보여준다. 인간은 다른 방식으로도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지만, 말은 인간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의사전달 수단이다. 여기에서 내가 '의사소통'이 아니라 '의사전달'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소통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전달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의 의사가 '전달'된다고 해서 상대방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말이란 것은 참으로 놀라워서 공간을 가로질러 상대의 귀에 전달되는 순간 그 의미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왜 그럴까? 말이 발신되고 수신된 사이에 어떤 물건도, 절차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결국 두 사람이 발신하는데 뭔가를 '묻혀서' 내보내고 받는 사람은 '묻혀서' 받는단 것을 의미한다. 대화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시기까지 쌓아온 경험, 감정, 상처들이 찰나의 순간에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게' 만든다.


대화는 그래서 중요하다. 사람들은 '대화'라고 하면 정식으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인간의 모든 순간은 대화의 연속이다. 물건을 살 때, 면접 볼 때, 사람과 부딪힌 이후 어떤 형태로든 표현을 할 때 주고받는 말은 모두 일종의 '대화'다. 사람들은 그 대화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 할 때도 있고,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전하려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전달한 말과, 상대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또 상대가 내게 전달한 말을 내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였는지에 따라 작게는 우리의 하루가, 크게는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대화에 대한 책과 글이 많은 것은 이처럼 대화가 우리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대화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기술'을 가르쳐주려 한다. 문제는 그러한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상황도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사실 우리 삶에 더 많다는 것이다. 회사생활을 할 때 공식회의에서 아무리 보고를 잘해도 긴장이 풀렸을 때 '툭'하고 뱉은 말이 회사 안에서 관계와 회사 안에서 우리의 입지를 망치기도 하고, 사업을 위한 공식 딜에는 잘 합의하고도 계약서를 쓰기 전에 일을 망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항상 긴장하면서 지금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모든 대화를 그렇게 긴장된 상태에서 하게 되면 그 사람은 스트레스에 짓눌리다 암에 걸리지 않을까?


그렇다면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대화와 일상에서의 small talk를 모두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걸 완벽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아무리 말을 완벽하게 해도 상대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대화는 언제든지 꼬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가능성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을 수 있는데, 그건 [기술]이나 [요령]이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과 개인적인 차원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그 후에 본인이 그에 맞추는 노력을 해가면서 형성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화를 '잘'하는 것이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말'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규범과 경험, 개인의 삶, 경험, 감정과 상처가 그 찰나의 순간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모든 것을 쉽고 간단하게 하길 원한다. 노력을 들이지 않고. 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 않고 잘하게 되는 것이 있을까? 세상에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 한마디가 우리 삶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생각해 보면 대화를 잘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노력일지도 모른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0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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