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랑에 대하여. 2화
공교육 제도 하에서 선택형 시험에 익숙해져 있어서일까? 아니면 획일화된 가치관으로 인해 무의식 중에 좋은 것에는, 인생에는, 어쩌면 모든 것에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사람들은 끊임없이 묻는다.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나요?' 또는 '결혼 꼭 해야만 할까요?'라고. 죄송하지만 그 질문들은 쓸모없는, 과격하게 말하면 멍청한 질문들이다. 결혼에는 답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은 본인에게, 개인에게 달려있다. 이는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건 '결혼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비혼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결혼은 필요 없고 쓸모없는 것이라는 식으로까지 말하고 다니는데, 물론 본인에게는 정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혼이 모든 사람에게 그러한 제도인 것은 아니다. 사실 그렇게 균형 잡히지 못하고 과격한 주장을 하고 다니는 것 자체가 사실은 그 사람 이면에는 결혼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무의식 중에 응축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본인에게 비혼이 맞다면, 그냥 본인이 비혼이면 되지 결혼에 대해 과격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결혼 자체가 필요 없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그런데 정말 결혼이 필요 없는 사람들은 일에 열심이고, 일에 몰입되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감정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고 편안한 상태, 진심으로 편안하고 평안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항상 그런 사람들. 사실 일에 몰입하고, 때로는 미쳐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은 적지 않은 경우 무의식 중에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일에 더 몰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그러고 있는 줄 모르지만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데 있다. 자신의 마음은, 영혼은 사실 외롭고, 지치고, 힘든데 그 사실을 인지하지도, 의식하지도 못하며 일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피곤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피곤함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예민해지게 만든다. 결혼한 후에 덜 예민해지고, 평온해졌다는 사람들은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사실 굉장히 감정적, 정서적으로 지친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 사람들이 정말 본인이 외롭다는 것을 모를까?'에는 의구심이 없지 않다. 이는 그런 사람들은 퇴근 후 집에 혼자 있을 때, 주말에 집에 혼자 있을 때 분명히 외로움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외로움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누구나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는 혼자 있는 시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사람들도 본인이 외롭고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외롭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대놓고 말하지 않을 뿐.
본인이 혼자 있는 것이 힘들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을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마음이 통하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형성하고 함께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실제로 여자분들 중에는 그런 관계를 형성하면서 싱글로서의 삶을 충분히 행복하게 사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남자들은... 남자인 내 입장에서, 주위에 있는 싱글인 남자들을 보면, 그게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듯하다. 남자들은 남자들 간의 대화에서 공감하고, 서로의 담을 허무는 것을 잘 못한다. 일단 남자들 간의 대화 자체가 감성적으로 흐르지 않으니까... 그래서 [골드 미스]란 말은 있어도 [골드 미스터]란 말은 없지 않은가? 결혼은 남자들이 더 필요로 하는 제도이고, 그렇기 때문에 부부관계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더 잘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 물론, 본인의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은 자신과 함께 살지 못했을 성향의 여자분들은 여자분이 남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아가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우선 그렇게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서로 재정적으로 1/n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서로 경제적인 상황이 비슷해야 한다. 이는 서로 형편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다 보면 장기적으로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의 생활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야 한다. 이는 그래야 서로 소소한 부분들에게까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준으로 마음이 맞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결혼은 그와 같은 공동체 또는 동거와 다른 점이 있을까? 있다. 그건 상호 간의 [이성적인 감정적 호감] 또는 사랑이라는 요소다. 사랑은 관계에 진통제와 같은 역할을 해서 우리가 재정 신으로는, 내 힘만으로는 하지 못할 것을 하게 해 준다. 결혼까지 가지 않고 연애만 해도 그렇지 않나? 상대를 만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꾸미고 이런저런 옷을 입어보고, 데이트를 하고 나서도 새벽까지 통화하고, 왕복 4시간 거리를 오가면서 까지 상대를 집에 데려다주는 것은 진통제 역할을 하는 호르몬 작용이 아니면 사실할 수 없는 행위들이다.
이는 결혼해서 꾸린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상대를 사랑함으로써 상대가 내 공간에 들어오고,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고, 집을 꾸미고 재정지출을 할 때 내 주장만 하지 않고 상대의 의견을 반영하기도 하며, 내가 하기 싫은 일도 상대를 위해서 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이 필요하고, 중요하며, 부부도 상호 간의 이성적인 호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 감정적 교감이 서로의 방어막을 해체시켜주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사랑이 그러한 기능을 하는 것을 무의식 중에라도 인지하고 있다. 남자들이야 동성친구들끼리 공감하고 교감하는 대화가 거의 불가능하니 당연히 사랑을 매개로 한 공감과 교감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지만, 여자들의 경우 동성 친구들끼리도 공감하고 교감하는 대화를 충분히 하는 느낌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래도 남자 친구와 하는 대화랑은 다르지'라고 하더라. 연인과의 대화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사랑이라는 요소가 자신이 조금 더 편하게 자신의 벽을 내리게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대해서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도 서로 합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좋은, 건강한 가정을 꾸리는 것은 단순히 친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사는 것보다 훨씬 친밀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에는 맞벌이를 하면서 자산을 따로 관리하는 부부도 있지만 결혼한 부부가 꾸린 가정은 아무래도 지인들끼리 형성한 공동체보다는 경제적인 영역에서의 친밀함(?)도 더 가까울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본래 속했던 가족도 관여되어 있고, 서로의 현실이 합쳐져 있으니까.
결혼이 무조건 좋거나 우월하단 것은 아니다. 내가 설명한 결혼의 장점은 사실 '어떤 사람과 결혼하느냐'에 따라 혼자 살거나 지인들과 공동체를 만들어 사는 것보다 훨씬, 훨씬 못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삶의 방식에서 최악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다음이 싱글, 그다음이 좋은 공동체 생활, 가장 이상적인 것이 서로 잘 맞추며 양보할 수 있는 사람과의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생활은 다른 삶의 방식보다 상호 간의 벽이 낮다 보니, 좋을 경우 다른 삶의 방식보다 월등하게 좋지만 나빠질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방식보다 훨씬 나빠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고, 결혼이 정답도 아니지만 꼭 피해야만 할 대상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 사는 삶도, 가까운 사람들과 공동체를 꾸려서 사는 삶도, 결혼생활도 각각의 한계를 갖는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공감하며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가까운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는 것은 상호 간의 벽이 있을 뿐 아니라 관계가 틀어질 수 있으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결혼생활도 그렇듯이.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결혼'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이상주의자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리스크가 작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쉽게 선택하지 못할 뿐. 대부분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어떤 사람과 만나야 하냐?'는 질문을 한다. 그런데 그건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난 심지어 소개팅에서 두 번째 만남만에 서로 대화할 거리가 없고 잘 통하지 않은 분이 나와 굉장히 친한 형과 결혼하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는데, 그러한 사례들이 우리 주위에서 적지 않게 나타난단 것은 사람들마다 더 잘 맞고 덜 잘 맞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알아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혼자 사는 게 맞을지, 공동체 수준으로 지인들과 사는 게 좋을지도 그 지점에서 결정되고, 내가 어떤 사람과 결혼했을 때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다른 사람의 경험은 참고자료일 뿐, 본인에게 답이 아닐 수 있다. 그 사람도 본인의 경험 범위 안에서만 결혼에 대해 알뿐이고, 그 사람과 본인은 다른 사람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지, 결혼을 하긴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은 다른 사람에게 할 질문이 아니다. 그 질문은 본인에게 해야 하고, 그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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