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하지 마"

위로 안 되는 위로의 말들. 10화

by Simon de Cyrene

우리가 우리 감정과 마음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면 인생이 얼마나 쉬울까?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나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나도 좋아할 수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살 맛이 날까?


하지만 우리는 우리 감정을 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존재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명상도 하고, 요가도 하고, 수련도 하지만 그런 행위들은 그 순간 긍정적인 효과를 줄지 몰라도, 어느 정도 기간 동안은 그 효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한 번의 행위가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통제하고 다스릴 수 있게 해주진 못한다.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명상을 하고, 미국에서 잘 나가는 기업의 CEO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주기적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잡지 않는 '빈 시간'을 확보해 놓는 것도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행위의 효과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감정은 마음먹기 나름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도 그런데 하물며 힘든 감정은 더 하지 않을까? 우리가 힘들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힘들어하는 대가로 수 천만 원이나 수 억 원을 준다고 해도 그 돈 받지 않고 힘들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누구도 힘들고 싶어서 힘든 사람은 없다.


이에 대해서 '나약해서 그래, 더 강해지면 되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맞다고 치자. 사람들이 힘든 것은 정말 '힘들만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치자. 그 사람이 지금 나약한 것을 나약해서 그렇다고 지적하는 것이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만들까? 그 사람에게 힘들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지금 당장 덜 힘들어질까?


아니다. 설사 누군가가 힘들어하는 것이 정말 그 사람의 나약함 때문이라 하더라도 그걸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에게 인지시켜준다고 해서, 당위적으로 힘들어하지 않고 지금 해야 할 것이 있다고 해서 힘든 사람이 힘들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약함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덜 힘들 부분에 있어서도 누군가는 더 힘들 수도 있고, 아무리 강한 사람이어도 작은 힘든 일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축적되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무너질 수도 있다. 그건 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라는 말을 이미 힘든 사람에게 하는 건 불가능한 것을 해내라는 말이다. 이미 힘든데, 힘든 것은 의지로 극복할 수 없는데 어떻게 힘들지 말란 말인가?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힘들지 말라고 하는 건 이미 힘든 사람에게 '너는 잘못하고 있어'라고 지적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린 힘들어도 된다. 아니,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몇 번, 아니 몇십 번, 어쩌면 몇 백번,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은 몇 천 번은 힘들 것이다. 그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은 우리가 그것을 부인하거나 부정한다고 해서 힘들어지지 않지 않는다.


힘든 것을 부정하기보다는 자신이 힘들단 것을 인정하고 마음껏 힘들어하는 것이 오히려 그 감정이 사그라들게 해 주고, 마음이 진정되게 해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인가 때문에 힘든 사람에게는 마음껏 힘들어하라고, 마음껏 울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그래도 네가 이상한 게 아니라고, 누구나 힘들어할 일이라고 말해주며 어깨를 빌려주는 것이 그 사람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마음껏 힘들어 할 수 있게 말이다.


사실 우리를 엄청나게 힘들게 하는 것들은 나중에 돌아보면 별게 아니었던 경우도 적지 않은데, 우린 마음껏 힘들어하고 시간이 지나 봐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반면에 만약 감정적으로 힘듦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부정하며 감정을 누르면 그 힘듦에 힘듦이 축적되어 그 사람의 감정이 곪아 더 큰 탈이 나 그 사람을 완전히 망가뜨리기도 한다. 몸에 작은 염증이 생겼을 때 그 염증을 곧바로 치료하면 어렵지 않게 회복되지만 그 염증을 그대로 두면 곪아서 더 크게 아프게 되는 것처럼...


물론,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이 힘들어하고 앉아있으면 안 될 때도 있다. 그런 경우에도 우린 일단 그 사람이 힘들어하는 감정이 어느 정도는 추슬러지기를 기다려줘야 한다. 이는 정말 힘든 상황에선, 감정적으로 힘들 때는 주위의 어떤 얘기도,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얘기들은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그 사람에게 열릴 때야 비로소 들리기 시작하기에 지금 정말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진정되고 마음을 열기 전까지는 그 사람 옆을 지켜주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그리고 가장 큰 선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힘들어하지 마'라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힘들어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힘들어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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