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안 되는 위로의 말들. 8화
'더 낼 힘도 없는데 대체 무슨 힘을 내라는 거야...'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주위에서 너무 자주 '힘내라'를 듣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든 생각이었다. 처음엔 내가 꼬여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자책했으며, 그 과정에서 나를 또 갉아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암흑기가,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힘내라'는 더 자주 듣고 견뎌야 했고 급기야 '힘내라는 말 좀 제발 하지 마'라며 폭발하기까지 했다.
너무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을 안다. 여기까지 읽고도 '과한데?'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힘을 내라는 말이, 지금 힘드니까 힘을 조금 내라는 말이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냐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힘내라'는 말은 꽤나 폭력적이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이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많이, 자주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쉽게, 많이, 자주 쓰이는 말인 만큼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상대의 상황에 대해 특별히 고민이나 고민해 보지 않고 할 말이 없을 때, 상대의 상황을 듣고 접하는 게 불편할 때, 그런 불편함을 회피할 때 '힘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물론, '힘내라'는 말이 항상 폭력적인 것은 아니다. 적절히 힘들 때, 한두 번 실패했을 때, 풀이 죽어 있는 정도일 때, 본인 의지는 아직 살아있는데 힘들었을 때는 '힘내라'는 말이 그 사람 의지의 부스터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시리즈에 있는 다른 표현들이 그렇듯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표현들 중에서 '힘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 것은, 사람들이 낼 힘도 없을 때, 정말 바닥을 쳤을 때 누군가 '힘내라'라고 '툭' 던지는 것은 고갈되어 있는 그 사람의 에너지 게이지를 망치로 두드리는 것 같아서 그 사람 안에서 그 한 마디가 계속 울리고 메아리치게 되기 때문이다. '힘내라'는 표현은 이 시리즈의 수많은 표현들에서 가장 짧고, 가장 많은 상황에 쓰일 수 있단 특징이 있는데, 이는 이 표현은 그만큼 영혼 없이도 쉽게 뱉을 수 있단 말이란 것을 의미하고, 그렇기 때문에 감정이, 영혼이 바닥을 친 사람에게는 '힘내라'는 표현이 폭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상황이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힘내라'는 말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던 시기와 현재 사이의 수많은 상황과 시점들 속에서 나 역시 나도 모르게 '힘내라'는 말을 적지 않게 했다는 데 있다. 다만 그 기간 동안 내가 '힘내라'라고 말한 것이 과거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건 과거에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습관적이고 반사적으로 '힘내라'는 말을 뱉었다면, 이젠 가능하면 다른 표현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정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그 표현을 쓴다는데 있다. 그리고 '힘내라'라고 하는 것이 정말 미안할 때, 상대 안에 모든 것이 고갈되어 있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힘내라'라고 할 때면 나는 항상 한 마디를 붙인다. 낼 힘조차 없다는 걸 알아서 이 말을 하는 게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버티고 힘을 내보자고.
정말 친한 사람이, 오프라인에서 내 앞에 힘듬을 토로한다면 가능하면 '힘내라'라는 말은 안 하고 싶다. 안아주거나, 손을 잡아주거나 어깨를 토닥여주는 식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오프라인으로 그런 얘기를 하는 경우보단 전화 통화나 카톡으로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만 나도 어쩔 수 없이 '힘내라'는 카드를 꺼낸다. 다만 그 앞뒤에 진심을 담은 말들을 덧붙여서. 그래야 내 마음이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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