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

위로 안 되는 위로의 말들. 9화

by Simon de Cyrene

우리가 흔히 쓰는 '화이팅'의 어원에 대한 논란은 꽤나 흥미롭다. 그 어원에 대해서는 크게 (1) 투지를 의미하는 fighting spirit이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단 주장과 (2) 일본에서 응원구호로 쓰이는 '화이또'가 '화이팅'이 되었다는 주장에 제기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화이팅'이란 표현은 이 두 영향을 모두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파이팅이 넘친다'는 표현에서 쓰이는 '파이팅'은 fighting spirit의 변형이겠지만 사실 응원하는 의미로 사용하는 '화이팅'은 그 용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응원할 때 우리가 사용하는 '화이팅'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응원의 의미에서 사용되는 '화이팅'이란 표현이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일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는 '화이팅'이란 표현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물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표현의 함의를 알기에 사용해야 할 상황에서는 나도 '화이팅'을 말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에 불편함이 있는 것은 그 표현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를 모르겠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내가 어린 시절에 해외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영향일 수도 있다. '파이팅이 넘친다'를 '파이팅 스피릿이 넘친다'라고 표현하면 그건 영어로 번역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지는 반면 이미 힘든 사람에게, 또는 열심히 싸우고 치열하게 살고 경쟁하는 사람에게 '화이팅'이라고 하는 건 내게 그들에게 '싸우고 있음!'이라고 외치는 느낌을 준다. 그게 느낌이 너무 어색하고 불편한 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내가 '화이팅'이란 표현을 잘 쓰지 않으려 하는 것은, '힘내라'는 말도 사람들이 쉽게, 포괄적으로, 영혼과 마음 없이 쓰는 표현이지만 '화이팅'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간 표현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나마 '힘내라'는 말은 상대가 힘들거나 힘이 없을 때, 그것을 인지하고 하는 말이 아닌가? 그런데 '화이팅'은 상대가 뭘 하는 지를 모를 때, 상대가 뭔가를 하고는 있는데 내가 뭐라고 할지 모르겠을 때 쓰여지는 말이다. 라면을 먹고 있어도 '화이팅', 운동을 하고 있어도 '화이팅'...


이렇듯 아무 때나 통용되는, 상대를 위한답시고 사용되는 표현들은 사실 상대가 아니라 본인을 위한 말이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은데 또 상대의 고민, 힘듦, 상황에는 큰 관심은 없고 귀찮을 때, 그런데 그냥 넘어가기는 애매모호할 때 또는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을 때 사람들이 가장 흔히 쓰는 표현이 '화이팅'이다. 물론, 스포츠 경기나 당장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힘을 불어넣어주기 위해서 외치는 '화이팅'은 조금 다르다. 힘들고 지치고 외로운 사람에게, 넘어져 있는 사람에게 스치듯 지나가며 외치는 '화이팅'들이 이기적인 경우가 많단 것이다.


'힘내라'는 표현에 대한 글에서도 썼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힘내라' 나 '화이팅'이란 말을 아예 안 하긴 힘들다. 그렇다면 '힘내라'는 말에도 앞, 뒤에도 다른 말들을 붙여서 '당신을 정말 응원하고 있어요'란 마음을 표현하듯 '화이팅'에도 그러는 것은 어떨까? 그게 영 오글거리고 어색하다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무엇인가와 함께 '화이팅'이라고 말해 준다면, '화이팅'이란 말도 위로를 담고 그 사람 마음에 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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