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세대 간 갈등의 이유

결혼과 가족에의 이유. 7편

by Simon de Cyrene

우리나라에서 세대 간 시선이 가장 다른 주제는 뭘까? 다양한 주제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결혼'이 아닐까 싶다. 기성세대들은 그래도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20-30대는 물론이고 10대까지 결혼은 완전한 선택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그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의 큰 특징 중 하나인 듯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대 간 갈등은 왜 이렇게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을까? 그건 어느 한쪽만의 문제나 잘못은 아니다. 양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은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생계'와 '생존'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대립하고 있다. 다만, 기성세대는 그런 관점에서 사고방식의 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고, 젊은 세대는 현재의 경제구조를 바탕으로 사고한단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기성세대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부터 살펴보자. 우리 부모님의 부모님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해방 이후 극심한 빈곤을 경험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은 없어도 최소한 해방 이후 극심한 빈곤은 직접 경험한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는 그 부모님(우리에겐 조부모님)의 인생에 대한 조언들이 유효했고, 70-80년대에 우리나라가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해도 우리 부모님들은 대부분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산이나 경제적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어쨌든 '생존'과 '생계'가 화두였다.


그런 상황에서 결혼은 지금보다 더 심한 남녀차별이 만연했고 '남자는 경제활동, 여자는 집안일'이라는 문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었다. 여자는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남자는 자신이 '집안'일을 대신하고 아이를 낳고 길러줄 사람이 필요해서라도 결혼을 해야만 했다. 누구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그게 현실이었고, 그들은 그래야만 했다. 단순히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라 80년대, 아니 90년대까지의 사회구조 자체가 그랬다.


당시만 해도 결혼은 우리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어도 참고 버티면서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경제적으로는 100% 그렇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억하자, 우리 부모님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해방 이후 극심한 빈곤을 몸으로, 성인으로 겪어낸 부모를 둔 세대다. 그런 세대에겐 결혼이 곧 생존이었을 것이고, 그런 부모님의 자녀로 살면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야 했던 우리 부모님은 그 부모 세대의 사고방식에서 자유롭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는 '정서적 교감'이나 '사랑'이라는 개념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건 젊은 세대가 일정 부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너무 일방적인 생각 아니냐고? 여기에서 한 번 묻자. 당신은 초등학교 시절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나? 초등학생들의 삶을 얘기하면 당신은 지금의 초등학생들의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여줄 수 있나? 대부분 사람들은 아마 그 아이들의 얘기를 10분 전후로만 듣고 '야~ 나 초등학생 때는~'으로 시작하는 얘기들을 아이들보다 더 길게 말할 것이다. 20대는 물론이고 중고등학생들도.


인간은 다 그렇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파악하지 못한다. 아니, 대부분 사람들은 그럴 생각도, 에너지도 없는 게 현실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라떼'를 외치는 건 이러한 인간의 특성이 발현되는 현상이고,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상대의 말을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생각하는 에너지도 떨어지다 보니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라떼'를 할 때가 많아지는 것이다. 어렸을 때 '말하고 듣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는 '라떼'를 말하는 꼰대들이 세대를 불문하고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나는 안 그런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 묻자. 당신은 왜 결혼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하는 부모님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넘어가지' 못할까? 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단 얘기들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지 못할까? 그건 당신도 또 다른 형태의 '라떼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는 시대에는 달라'라는 것도 결국은 '라떼'가 아닌가?


재미있는 것은 그런 사람들도 사실은 사고 구조는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사고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단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사고 구조의 중심에는 그 부모님과 조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생존'과 '생계'가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님 세대와 달리 일단 '생존'과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은 눈에 보이고, 사실 생존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이상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게 목표이다 보니 결혼은 비용으로만 여겨지는 것이다.


사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결혼하던 이유, 그들도 모르게 결혼을 당연시하게 만든 사회적 환경만 놓고 보면 지금 시대에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여자들도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남자들도 결혼하지 않아도 각종 서비스를 쓰면서 '집안일'을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아이에게 들어가는 물리적인 돈이 있기 때문에 그 돈을 자신의 물질적 풍요로움을 위해 쓸 수 있으니까. 그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여겨지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에 더해서 결혼을 하지 않으면 최소한 내가 번 돈을 다른 사람이 쓰는 일은 없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대놓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임을 말하지는 않지만 사실 그런 전제가 깔려있는, 결혼을 그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결혼을 해야 하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이유를 대지 못하는 부모님의 '결혼은 해야지'란 말이 '설득력'을 갖기는 힘들다. 이처럼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혼자 사는 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니까.


우리 부모님 세대가 결혼을 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 아니 일부 부모님들은 본인이 너무 힘들었다면서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 아냐'라고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생존, 생계, 경제적 필요 이상의 것을 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 중 상당수는 그 이상의 무엇을 추구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것이 존재한단 생각을 하지 못한단 것이다. 이는 결혼하지 말라는 부모님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분들은 본인의 결혼생활 밖에 해본 적이 없지 않나? 한 사람의 결혼생활이 힘들었다고 해서 모든 결혼생활이 그러라는 법이 어디에 있나?


결혼에서,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것에서 경제적인 요소는 굉장히 크다. 그걸 무시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번 물어보자. '인간은 밥으로만 살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다. 물론, 밥부터 먹을 수 있어야 하는 건 사실이고, 더 좋은 밥을 먹는 게 주는 행복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것만으로는 '행복한' 삶을 살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인간에겐 '안식처'가 필요하다.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 내가 힘든 것을 쏟아낼 수 있는 곳, 내 편이 되어주는 영역이 인간에겐 필요하다. 창조론적인 관점에서는 신이 인간을 그렇게 만들었고,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인간은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쓰다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는 영역이 필요하도록 진화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 이 명제는 어느 관점에서나 옳은 것이 분명하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항상 그런 안식처, 마음의 평안함을 찾아 헤맨다. 어떤 이들은 친구에게서, 어떤 이들은 취미생활을 통해, 또 다른 이들은 게임이나 자극을 통해. 그런데 친구들 중 항상 옆을 지켜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내게 의지할 존재가 되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금 즐겁고 행복한 취미생활은 얼마나 오랫동안 그러할까? 설사 그게 오래간다고 해도 우리가 취미생활로 모든 여가시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개인적으로 게임은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안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단 것은 게임중독과 관련된 사례들이 이미 입증하고 있고, 게임처럼 강한 '자극'이 되는 술, 마약 역시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한단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인간에게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는 존재는 궁극적으로 '내 편'인 가족밖에 없다. 이걸 당위적으로 근거도 없이 주장하지는 않겠다. 설득을 하기 위해 정말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설명을 하겠다. 궁극적으로 내 편인 가족만이 안식처와 평안함의 근원이 될 수 있는 건 [가족]은 경제적, 생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해악이 되는 건 내게도 해악을 끼치고, 상대에게 좋은 건 내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족은 서로의 편일 수밖에 없단 것이다. 가족은 같은 공간에 살고,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공유하기 때문에 많이 싸우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위해서 상대를 위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는 너무 메마르고, 차갑고, 이성적이기만 했고, 사실 인간은 그렇게 같이 이해관계를 공유하다 보면 상대에 대한 '마음'이 생기고, 그 마음은 현실의 이해관계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개인이었던 두 사람은 '마음'과 '현실적 이해관계'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 때 두 사람은 서로의 편이 되고, 하나의 가족이 되어간다.


우리 부모님 세대 중 적지 않은 이들이 힘든 결혼생활을 했던 것은 '마음'을 생각해야 한단 것을 몰랐거나 그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쉽게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러할 수 있는 것도 '마음'의 영역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걸 아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을 어떻게 믿냐'면서 그 영역은 포기하고 '현실'을 택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건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 '과도하게' 강조되는 것을 넘어서 왜곡되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개인주의'는 '개인'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도 개인으로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경쟁만 강조되다 보니 사람들이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개인주의'라고 착각하기 시작했고, 그렇다 보니 본인'위주'를 넘어서 본인'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다른 사람을 믿기도 힘들고,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힘들었어도 그때가 좋았어'라고 말하는 건 우리나라가 80-90년대까지만 해도 '공동체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공동체 의식'이란 것이 '집단주의'로 가서 개인보다 집단을 앞에 놓으면 폭력적이 되고, 문제가 되지만 사실 소속감과 연대성을 형성하는 측면에서의 '공동체 의식'은 서로를 위하고, 케어해주는 장점도 있고, 우리 사회에는 힘든 시기에는 같이 살기 위해서라도 서로를 위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개인'을 '이기주의'로 착각하면서 개인을 강조하다 보니 공동체 의식의 장점도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이런 사회구조 안에서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사회에서는 결혼하지 않아도 이웃들이 하나의 공동체처럼 서로를 위해줬지만, 경쟁만 존재하는 정글과 같은 우리 시대와 같은 환경에서는 가정을 꾸리지 않는 이상 '내 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정말 오롯이 믿을 수 있는 1인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단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단 결혼은 무조건 해야 한단 것은 아니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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