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결혼할 때 봐야 할 것들

사랑학개론. 17화

by Simon de Cyrene

아는 동생의 이별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는 '외모는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었는데'란 얘기를 반복했다. 외모 때문에 헤어지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크고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친구는 처음부터 상대의 외모에 대해 이성적인 매력은 애초에 느끼지 못했지만 다른 것들이 너무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성적인 결단'을 하고 상대와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단 것이다. 그러나 그 친구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본인이 감당하기 상대의 모습을 발견했고, 이별을 결심했다.


그 과정을 모두 겪은 그 친구가 나와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했던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외모도 양보하지 않겠다'라는 것이었다. 나도 그러라고 했다.


그 장면을 누군가 보고 있었다면 '노총각들끼리 웃기고 앉아있네. 그러니까 결혼을 못하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30대가 꺾이고,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을 보내며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어지면서 나는 주위에서 '이제 조건은 그만 따져'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고, 그러기 위해 노력도 했다. 개인적으로 망설여지는 상대의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소개팅도 자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사람들이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조건을 이성으로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조건을 찾아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결혼까지 하는 사람들도 봤다. 그런데 그렇게 결혼한 사람들이 몇 년 후에 하는 얘기들을 들으면, 사람 참 바뀌지 않더라. 그들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인들 중에 결혼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상대에 대해 망설여지던 지점 때문에 결혼생활을 힘들어하더라.


사람들은 '눈을 낮춰라'라고 하는데, 눈이 낮춰진다면 그건 역설적으로 상대의 조건을 따지란 뜻이다. 그렇지 않나?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건 '그게 중요하지 않아'라며 마음을 누르고 이성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해서 '선택'하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선택해서 가정을 꾸린 후에도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는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맞춰져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내가 의식하고 보게 되는 것은 그 시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것은 나를 이성으로 바꾼다는 의미인데, 그게 가능한가?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으로, 조건을 따져서, 지금의 나를 부인하고 누르면서 결정한 연애나 결혼은 그 끝이 좋기가 쉽지 않다. 이는 사람은 그렇게 바뀌지 않고,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이성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인지부조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머리로는 '길게 보면 중요하지 않은 것'도 내가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고집해도 된다. 그러는 게 맞다.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스스로 깨달아 알아야 생각이 바뀔 수 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조언과 본인의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연애나 결혼에 대한 대화를 할 때면 '그냥 보게 되는 것들 다 봐'라고 말한다. 그걸 보지 말라고 한들 그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본인의 생각이 바뀌기 위해서는 경험하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말하는 또다른 이유는 그렇게 머리로 생각하고 따지는 조건과 그 사람이 실제로 만나게 되는 사람은 꽤나 다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라고 하지 않나? 우리가 머리로 따지고 생각하는 조건은 사실 학습된 것이 대부분이고,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생긴 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우리는 마음이 움직이면 그걸 따라가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눈과 의식으로 보고, 느끼지 못하는 상대의 여러 모습들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최소한 못 맞추지는 못할 정도의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연애와 결혼은 많은 경우 마음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계산하고 조건을 따지기 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지거나 최소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조건과 무관하게 A에게 잘 맞는 사람이 B에게는 좋은 파트너가 아닐 수도 있다. 아무리 예쁘거나 잘생겨도 마음이 안 갈 수도 있고, 돈이 아무리 많고 집안이 아무리 좋아도 마음이 안 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나 결혼을 할 때 꼭 봐야 할 '조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 결혼할 때 반드시 따져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상대가 최소한 본인에게는 솔직한 사람이어야 한단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정직하지 않다면 두 사람 간에는 신뢰가 형성될 수가 없기 때문에 상대에게 솔직하지 않은 사람과는 관계가 깊어지기도, 지속 가능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상대의 외모, 재력이나 스펙 때문에 이 지점을 간과하고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무시하지만 그런 커플들의 경우 결국 거짓말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게 된다.


두 번째는 '상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사람'이다.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기도 한데, 이는 적지 않은 커플은 상대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지 않다 보니 거짓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상대가 늦게까지 술 마시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 통제하려다 보니 상대가 계속 거짓말을 하고 술을 마시게 될 때도 있고, 상대가 이성친구를 만나는 걸 싫어하다 보니 약속이 있을 때도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를 할 때도 상대의 패턴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존중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상대를 바꿔서라도 나의 애인이나 배우자로 삼으려 하는 것은 역시나 상대의 외모, 재력이나 스펙이 마음에 들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기계처럼 내가 원하는 것만 갖춘 존재로 만들려는 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상대를 내 마음대로 주무르고 바꾸려는 시도라니, 이 얼마나 폭력적인가? 상대가 지금 당장 바꾸기 힘든 것들 중에 본인이 도저히 존중되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면 상대와 이별하는 게 두 사람 모두를 위한 일이다.


다른 조건이 아까워서 상대를 쥐고 있는 것은 본인도, 상대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는 게 중요한 것은 우리는 그 과정에서 본인을 더 잘 알게 되고, 자신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한 지도 알게 되며, 그에 따라 포기할 수 있게 되는 것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잘 생긴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을 만나 본 사람들이 외모를 오히려 덜 보는 경우가 있는 것은 그들이 '경험적으로' 그게 가장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대화에는 '말하기'와 '듣기'가 모두 포함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잘 못하는 편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런 면이 있지만 이 특징은 우리나라를 필요한 동양권에서 특히 도드라지는데 이는 아마 동양권에서 대화하고 토론하는 교육을 학교에서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경쟁하고, 내 뜻과 의지대로 하는 것이 절대적인 선으로 여기는 교육을 하다 보니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 패턴을 사적인 관계에도 그대로 가져온다. 그 결과 사람들은 상대의 말은 무조건 틀렸고, 자신은 절대적으로 옳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잘 말하고, 잘 듣는 사람과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은 그래야 두 사람이 서로 맞춰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술과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런 패턴을 싫어하는 사람과 만났을 때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은 '왜 나를 통제하려 하느냐'라고 윽박지르겠지만,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상대가 오 그 패턴을 싫어하는 지를 먼저 귀 기울여 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화를 내고 상대를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상대가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 걱정되는 지점들에 대해서 차분하게 설명할 것이다. 그런 대화를 '잘' 하다 보면 적절한 타협점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친구들과 만날 때는 술자리 시작할 때와 끝날 때는 반드시 연락을 해주기로 할 수도 있고, 주 2회 이상은 늦게까지 술을 마시지 않기로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세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 정도의 사람이라면 예선 정도는 통과시키고 그다음 것들을 보고, 경험해 보면 된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말로만 그렇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러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이는 누구나 말은 그럴듯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만 이 세 가지를 요구해선 안된단 것이다. 내가 이 세 가지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상대에겐 그것을 요구하는 건 상대를 나의 소유물로 여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건강한 관계는 두 사람이 같이 노력하면서 중간에서 타협이 이뤄진다.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지속 가능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건 불가능하다. 누구도 받는 것 없어 일방적으로 수년간 노력을 계속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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