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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Oct 04. 2022

EPILOGUE

'사랑과 결혼과 연애'에 대한 글이 주를 이뤘던 내 브런치에서 갑자기 왜 돈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는지가 의아하셨을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실제로 이 시리즈를 쓰는 과정에서 나는 '돈의 원리'에 대한 글만 쓰면 구독자가 빠져나가는 걸 수개월 동안 지켜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시리즈를 쓴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돈은 당신의 힘과 노력만으로 벌 수 있는 게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이 시리즈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돈은 매우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야'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 글에서 '사랑'을 언급한 것은 내가 정말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시리즈를 쓰게 된 계기가 사랑에 대한 시리즈를 쓰면서 돈 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단 얘기를 돈 얘기를 통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능력주의'라는 허상에 빠져 있고, '경쟁 제일주의'라는 위험한 덫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노력만 하면 모든 게 다 된다고도 생각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돈을 벌기 때문에 돈이 없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계속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는 건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본가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이 늘어가기만 하면 본인이 돈을 빼올 사람들이 줄어들 텐데... 그게 과연 자본가들을 위해 좋은 것일까?


사실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서라도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정 부분 나누고 그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렇게 쓰는 돈은 엄연히 말하면 자선이 아니라 투자다. 자신의 물건을 사거나 자신이 채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고, 먹여 살리는 데 돈을 쓴다면 그게 투자지 어떻게 자선사업이나 기부인가? 


같은 맥락에서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장제도도 '투자'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출산율이 가장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결혼해서 애를 낳은 사람들에게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집을 제공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제도는 복지가 아니라 투자다. 인구가 줄어들면 시장이 줄어들 뿐 아니라 경쟁을 통해 능력치가 키워지기도 힘들기 때문에 국가는 인구가 많아야 하니 인구를 늘리기 위한 조치는 분명히 투자지 복지가 아니다. 


그런 투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력갱생하는 사람들을 살림과 동시에 그들이 살아나면 시장이 살아나 자본가들은 돈을 더 벌 수 있게 된다. 그런 선순환 고리를 아는 국가들은 높은 세율에도 불만을 갖지 않고 기꺼이 세금을 내는데 그들이 그럴 수 있는 건 자신들도 그 혜택을 언젠가 볼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착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이 전형적인 졸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졸부의 특징이 뭔가? 졸부는 돈 밖에 모르고, 그것을 자랑하기에 바쁘며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게는 심한 열등감을 갖고 있어 작은 것에도 쉽게 분노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에서 보이는 모습들을 보면 전형적인 졸부의 모습들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경제가 이 정도 발전했으면, 이제는 조금 성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이제는 조금 멈춰서 돈이 주는 행복과 주지 못하는 행복을 구분해서 볼 줄 알아야 하고,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서 물질과 자원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 지를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가 누군가에게는 그 고민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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