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이유

연애와 결혼의 이유. 15

by Simon de Cyrene

내 주위에는 다양한 부부들이 있다. 너무 행복하게 살면서 '너도 반드시 결혼을 해야 된다'라고 말하는 부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적고, '힘들긴 하지만 결혼은 해 볼만한 것 같아'라고 하는 사람들의 빈도는 그다음으로 적다. 가장 많은 건 '너는 결혼하지만. 이건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이야'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혼은 하지 않는 걸 보면 그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결혼생활이 개인에게 주는 유익이 분명히 있는 듯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내 주위에는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단 사람보단 이혼한 사람들이 더 많다. 만약 '내 주위에는 이혼한 사람들 없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당신이 자신의 삶에 푹 빠져 있어서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거나 다른 사람이 보기에 당신이 너무 행복해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당신이 만약 기혼자라면, 정말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당신에게 이혼을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혼을 한 내 지인들은 하나 같이 굳이 주위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힘들지 않은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는데, 그런 큰 일과 아픔, 고통을 경험하는 과정에선 누구도 그 이야기를 주위에 쉽게 하지 못한다. 스스로도 너무 힘들기 때문에.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더군다나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이혼한 사람을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이 이혼했음을 알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상대가 이혼한 사람을 어떤 시선으로 볼 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누군가가 이혼을 했다고 하면 그 사람이 이상하거나 성격파탄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 지인들 중에 이혼한 사람들은 대부분은 멀쩡한 사람들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 사람들은 누군가가 평생 함께 할 사람으로 선택했던 사람들이 아닌가? 누군가가 그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했단 것은 그 사람들이 일단 어떤 면에서든지 매력이 있고, 신뢰할만한 사람들이었단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많은 경우 멀쩡한 것을 넘어 굉장히 훌륭한 사람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본인이 바람을 피워서 유책 배우자인 경우도 있고, 지인들과 있을 때는 멀쩡한 것 같았던 사람이 배우자 앞에서는 이상해지는 사람들도 있다. 또 반대로 그런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혼을 한 상당수 사람들은 멀쩡하고, 괜찮고, 훌륭하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또 한 편에서 "요즘 사람들은 참을성이 없어서 너무 쉽게 이혼해"라고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그런 말을 하시는 분들은 이혼한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들어보지도 않고 그런 판단과 평가를 너무 쉽게 내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런 말을 쉽게 하시는 분들에게는 반대로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인내하고, 참고 견뎌낸 당신의 결혼생활은 완벽하신가요?"라고.


나이가 많으신 분들 중 상당수는 사실 이혼을 하고 싶긴 한데,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들었던 이혼한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평판들에 세뇌되어 이혼을 하지 못하고 버티면서 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지 않다면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을 하지 못하는 노부부들도 적지 않다. 황혼 이혼을 하거나 졸혼을 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보이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이혼하지 말고 참고 살아보라는 건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분위기에 세뇌된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물론, 신혼 초기에는 많이 다투다가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관계가 좋아지는 경우도 많고, 가능하다면 이혼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그건 이혼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혼을 결심하기까지가 어렵지, 이혼을 결심하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기 시작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이혼하기 위해 상대의 관실과 잘못을 다 들춰낸다. 아무리 결혼을 가볍게 생각하더라도 상대와 '평생' 결혼하겠다고 자신이 먹은 마음을 돌이키는 게 쉬운 사람은 없고, 그렇게 돌이키고 나서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을 난도질하는 과정도 힘들지 않을 수가 없다.


이혼한 사람들은 모두 그 지옥 같은 경험을 견뎌낸다. 그리고 그들이 그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 건 그들의 결혼생활이 그보다 더 지옥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참을성이 없다'라고 함부로 손가락질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고통스럽게 만들었을까? 사람들은 "연예인들은 다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한다고 한다"라면서 말이 안 된다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성격차이에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들은 지인들의 이혼 사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디테일들을 들춰보면 각각의 사연과 이유는 다르다. 그런데 그 뿌리를 찾아가 보면 한쪽이 바람을 피우거나 폭력을 휘두른 게 아니라면 결국에는 성격차이가 이혼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 두 사람이 몇 년이 아니라 몇 달만 연애를 했어도 기본적인 성격과 성향은 알 수 있었을 텐데 사람들은 왜 성격차이로 인해 이혼을 하게 되는 것일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평생'을 놓고 고민을 했을 텐데 왜 사람들은 '고작' 성격차이로 이혼을 할까? 내 지인은 6년간 연애한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도 이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서 자신에게 소개팅을 시켜달라고도 하더라. 나는 당연히 소개팅을 시켜주지 않았고, 그 친구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만 그 친구가 보인 반응은 사람들이 결혼을 앞두고 얼마나 생각이 많은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한다. 그런데 이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혼을 하게 되는 결정적인 차이를 결혼하기 전에 몰랐던 사람들은 많이 없더라. 개인적으로 동거를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혼해도 될지를 평가하고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서의 동거'는 큰 효용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거를 10년 정도 할 게 아닌 이상 이혼을 하게 될 정도의 성격 차이는 1-2년 안에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신혼부부들이 처음 1-2년은 신혼생활이 주는 새로움에 빠져 마냥 행복하게 산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는 더더욱 그렇다.


이혼한 부부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대부분 결혼생활이 주는 새로움이 사라지기 시작할 때 부각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문제들은 상대의 새로운 면 때문에 발생하기보다는 두 사람 사이의 새로움과 달달함 덕분에 넘어가지던 부분을 넘길 수 없게 되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많은 부부들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했고,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 지점을 문제 삼으면 상대가 사과를 하거나 달라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지점이 서로 같이 살면서 바뀌지 않거나 반복되면서 감정의 골이 생기고, 그 골로 인해 다투는 빈도와 강도가 강해지면서 이혼을 한다.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지점이 겪어보니 괜찮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넘어간 이유는 다양하다. 그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상대가 바뀔 것이라고 믿는 경우도 있으며, 가장 안 좋은 경우는 문제가 상당한 수준으로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이 사람, 이 나이 아니면 결혼하지 못할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대부분의 이혼은 '실패'보다는 '실수'에 가깝다. 실패는 한 번 하면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지만, 이혼을 했다고 해서 다시 사랑이나 연애, 결혼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기에 이혼은 절대로 실패가 아니다. 하지만 상대와 자신의 다름,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의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상대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결혼을 결정한 것은 분명 중대한 실수에 해당한다.


연애는 감정만으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다르다. 연애할 때, 주 2-3회 정도 만날 때는 참고 버티고 맞춰줄 수 있었던 것도 같이 살다 보면 그로 인한 피로도가 누적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하기 전에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들에 대해 진지하게 공유하고, 서로 타협할 수 있는 지점들에 대해 대화를 나눠야 한다. 솔직하게.


그리고 상대와 결혼을 할 때 상대의 환경이나 상황이 지금과 같을 것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프리랜서와 결혼을 한다면, 상대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영역의 특징으로 인해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일을 더 이상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상대가 회사원이라면 50대 이후에는 회사를 그만두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직을 해도 지금보다 연봉이 낮을 수도 있단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에서도 상대와 공동체를 꾸리고 상대의 옆자리를 지켜줄 수 있단 생각이 들을 때 결혼을 결정하는 게 맞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유일하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와의 관계의 예를 들어보자. 그 친구는 부모님이 모두 시각장애인이셨고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소개팅을 했다. 그리고 내가 그 친구와 연애를 하고, 결혼 얘기까지 했던 건 시각장애가 유전이어서 그 친구가 시력을 잃게 되는 것을 감당할 각오를 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검사를 받았고, 유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만에 하나라도 그렇다고 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그 친구와 나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친구에게 진지하게 "내가 너희 부모님께 최선을 다하겠지만, 시각장애인을 접해 본 적은 없어서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까 그땐 네가 나를 도와줘야 해"라고 말했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을 할 때는 그 정도 각오는 되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각오가 서지 않아서 호감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썸단계 이상을 넘어가지 못한 적이 있다. 내가 브레이크를 걸었던 지점들을 지금의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지만, 그때 나는 그랬고 그때는 그 결정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현실이 닥치면 누구나 고통스럽고 지금은 다 가능할 것 같아도 그 현실을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착각이라도 들어야 그런 일이 실제로 닥쳤을 때 버틸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질 것이다.


이런 대화와 고민을 진지하게 하는 과정에서 머뭇거림이 생기는데 그걸 해결할 구멍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상태가 된다면 결혼 날짜를 잡았어도, 아니 청첩장을 찍었어도 일단은 결혼을 보류해야 한다. 이는 지금 머뭇거림이 생길 정도면 결혼 후에는 그 지점으로 인해 갈등이 생길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혼이 이혼보다 쉽고, 후폭풍도 파혼이 이혼보다 덜 하기 때문에 그런 지점이 분명하게 보인다면 결혼은 최소한 ㅗ류하는 게 낫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그 이유로 상대에게 망설여지는 지점이 있어도 결혼을 결정한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기 전에 당신도 완벽한 사람이 아님을 기억하자.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상대의 모든 것을 감당할 수도 없다는 사실도. 이혼을 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큰 실수나 잘못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작은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넘어간 결과로 고통스러운 이혼과정을 겪게 된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며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게 우리가 삶에서 조금이라도 덜 힘들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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