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가질 이유

연애와 결혼의 이유. 16

by Simon de Cyrene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서만 7년째 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마치 공부하듯 나와 지인들의 연애를 돌아보고 분석했고, 지인들에게 들은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이야기들을 분석하고 공부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글들을 브런치에서 써왔고, 다행하게도 기혼자들과 이혼 경험이 있는 지인들에게 '너는 뭔데 이혼은커녕 결혼도 안 해 봤으면서 해 본 적 있는 사람이 쓴 것 같은 글을 썼느냐'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 글이 현실성이 있다면, 그건 내가 공부하고 관찰하면서 분석하는 걸 업으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방구석에 앉아서 사회를 보면서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한다는 주장을 수많은 근거들을 대면서 글을 쓰는 게 나의 업이다. 그렇다 보니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한 나의 글들은 그 소재가 달라졌을 뿐이지 그 접근 방식은 학문하는 방법과 똑같다. 내가 법을 다 경험해 봐야 아는 게 아니고, 판례나 역사적인 사례들을 바탕으로 주장을 하듯이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내 주위와 언론, 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 나온 실제 사례들을 보면서 쪼개고, 분석해서 글을 썼기에 그런 느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 내가 지금도 설명할 수 없는 게 한 가지 있다. 그건, 아이와 출산에 대한 부분이다. 남자인 난 출산에 대해선 영원히 모를 것이기 때문에 그건 일단 옆으로 미뤄놓자. 아이에 대한 부분은 사실 개인적으로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던, 절대로 갖지 않겠다고 했던 사람들마저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다들 왜 그렇게 아들, 딸 바보가 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영역은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이상 영원히 알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분명한 것은 내 지인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아이를 가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육아를 힘들어한다. 싱글일 때가 좋은 줄 알라고, 아이가 태어나면 내 인생은 없어진다며 아이를 갖지 말라는 말을 내 지인들도 당연히 말한다. 그런데 투덜대듯이 쏟아내는 불평에 진지하게 질문 하나를 하면 그들은 표정과 말투가 바뀐다. "그럼, 아이 가진 거 후회해?"라는 질문을 하면 그들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


힘들긴 한데, 절대 후회하지 않는 일.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너무 엄청난 세상을 만나게 해 준 일. 그들은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걸 그렇게 설명했다.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잃는 게 많고, 그걸 생각하면 짜증도 나고 화도 날 때도 있는데 진지하게 아이를 낳아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비교해 보면 얻은 게 더 많다는 게 지인들의 대답이었다. 그게 뭔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건 아마도 아이를 직접 낳아서 길러봐야 알 수 있는 영역의 일일 것이다. 분명한 건 지인들은 모두 잃는 것도 많은데, 아이만 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데 대부분 동의했단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걸 삶으로 보여준다. 한 지인은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생겼고, 그 뒤에는 "남자애면 하나도 안 귀여워하고 강하게만 키울 거야"라고 했던 그 형은 아들이 태어난 뒤에 완전히 아들 바보가 되었다. 또 다른 형은 공대를 졸업한 전형적인 감성이 느껴지지 않는 극 T인데, 그 형은 술자리에서 죽어도 결혼은 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더라. 그러다 예외를 뒀다.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면 굳이 결혼하지 마"라고. 결혼하면 힘들고, 귀찮고, 짜증 나는 게 엄청 많은데 아이의 존재가 그 모든 것을 역전시킨다고 극 T인 형이 말하다니.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그게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미혼인 사람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아이를 낳아서 키워야만 알 수 있는 감정이 있는 듯하다. 나는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실 세상을 떠날 때 그 기분을 모르고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너무 억울해서라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갖고 싶을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지인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관찰하고,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 '내 행복을 위해서 아이를 갖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건 마치 조선말기에 살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로 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난 이곳에서의 행복을 위해 21세기로 가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때가 더 좋을 수도 있겠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조선말기는 탐관오리들의 횡포가 너무 심해서 열심히 일해도 돈을 모을 수 없고 그들에게 돈을 빼앗기던 시기였다. 외국인들이 조선 사람들은 대낮부터 술을 퍼마시는 술주정뱅이에 발전 가능성이 없는 민족이라고 기록했던 것은 당시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벌어봤자 관료들이 빼앗아 갈 것을 알다 보니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대낮부터 빈둥대고, 술이나 마시며 대충 살았기 때문이다.


아이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으면 찾아오는 힘듦이 있단 것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단 것도 안다. 그런데 아이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아이가 선물해 주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 지인들 중 상당수는 아이가 있는 덕분에,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주기 위해서 더 열심히 돈을 벌더라. 그런 걸 보면 사실 어른들이 아이를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존재하는 덕분에 어른들이 일을 열심히 해서 본인도 먹고살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내가 알 수가 없다 보니 그런 감정의 영역을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를 가져야 할 이유가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런데 있더라.


이 시리즈의 초반에서 전제했듯이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그건 인간이 이기적이거나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본인의 경험을 가장 신뢰할 수밖에 없고, 본인의 생존이 최우선시되다 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걸 뛰어넘는 건 사실 기적 같은 일이고,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기적을 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이 적응하는 존재라는데 있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마음이 활활 타오를 수도 있지만 그런 마음에 평생 지속되긴 힘들다. 그런 마음은 결국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의 호르몬 작용 때문에 일어나는데 그런 호르몬 작용은 우리가 무엇인가에 익숙해지는 순간 그렇게 강하게 분비되지 않는다. 우리가 뭔가에 한창 빠져있다가 익숙해지면 그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 것처럼.


그렇다면 두 사람 사이에는 항상 새로움이 있어야 그 관계가 잘 유지될 수 있을 텐데 이 또한 쉽지 않다. 같이 취미를 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는 것도 몇 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신혼생활에서 느껴지는 새로움이 지속되는 것도 1-2년 정도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왜 [신혼]을 따로 분류하겠나? 그건 신혼인 시기에만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얘기는 신혼이 지나고 나면 관계에서 느껴지거나 찾아지지 않는 것들이 있단 의미다.


그렇게 신혼이 지나가고, 두 사람이 함께 즐기는 취미가 일상이 된 뒤에는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호르몬 작용이 일어날 수 있을까? 무엇이 두 사람의 관계를 붙들어 줄 수 있을까?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요즘 시대에는 한 사람이 상대에게 경제적으로 완전히 의존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혼생활이 익숙함으로 가득 차게 되는 순간 부부에게는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권태기에 둘 중 한 사람에게만 유혹이 들어오면 거기에 넘어가지 않는 게 쉽진 않기 때문에.


그런 부부를 붙들어 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존재는 아이다. 아이는 크면서 부모가 해줘야 할 게 다르고, 아이들은 워낙 빨리 자라다 보니 부부는 아이에게 맞춰주다 보면 항상 과도할 정도의 새로움을 매일, 매일 겪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당연히 피곤하기도 하지만 여러 호르몬 작용이 분비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서 부부는 아이라는 존재에 대해 이해관계를 공유함으로써 서로 유대감을 강화시키고, 대화를 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물론, 육아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름으로 인해 오히려 결혼생활이 더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부담하기 위해선 돈을 잘 벌어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의 관심을 모두 필요로 하고, 아무리 자기중심적인 부부라고 해도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서로 맞춰가고 타협하는 부분들이 생기게 된다. 부부는 그렇게 아이를 매개체로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받게 될 수 있다. 즉,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는 계속 처음 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과정이 힘든 면도 있지만 새로움도 함께 추가되면서 아이의 존재가 부부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실적인 부분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이가 '현실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건 개인이 아니라 국가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에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맞벌이를 해도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인간이 갖는 자기 중심성이라는 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아이는 가능하다면 갖는 게 많은 긍정적인 요소들을 부부에게 선물해 줄 수 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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