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의 이유. 17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한 글을 오래, 많이 썼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도 벌써 17번째, 그리고 마지막 글이다. 그런데 그런 이론적이고 논리적인,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필요하면서도 필요하지 않다. 그건 머리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면 그런 이야기들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누군가에게 감정이 생기면 머리로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로 계산하고 생각해서 사랑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안타깝게도 그게 가능한 사람은 없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사람의 감정의 예측불가능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직 간통죄로 처벌이 되던 시기에 한 남자가 간통죄로 잡혀 들어왔고 두 여자가 같이 경찰서에 있었단다. 한 사람은 엄청나게 예쁘고, 한 사람은 외모가 누가 봐도 매력적이지 않아서 사람들은 당연히 예쁜 사람이 상간녀인 줄 알고 덜 매력적인 여자에게 가서 위로의 말을 전했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가 상간녀고, 예쁜 사람이 아내였다고 한다.
그런 일은 지금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인간은 항상 새로움에 매료되는 존재다 보니 본인이 부자이면 가난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호감으로 느껴지면서 연애를 하기도 하고, 지금 만나는 사람이 너무 잘 생겼으면 거기에 질려서 또 개성 있는 외모의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 게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리즈와 내 브런치 계정에서 엄청나게 쓴 글들은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긴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글들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창 감정적으로 빠져 있을 때야 주위에서 무슨 말을 하던지 듣지 않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그 감정이 흔들리거나 아직 자리를 잡지 않았을 때, 또는 마음은 가는데 머리로 망설여지는 지점이 있을 때는 내가 쓴 글들이 생각을 다잡게 해주는 역할과 기능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내 글들이 공식이 될 순 없다. 만약 확실한 공식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좋은 사람을 놓치지 않는 법이다. 그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연애든, 결혼이든 어떻게 하든 좋은 사람만 놓치지 않으면 연애도, 가정생활도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방법이 있냐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나 자신을 너무 믿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을 너무 믿고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10년 전, 아니 5년 전만 돌아봐도 우린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얼마나 몰랐는지를 알 수 있고, 그때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민망할 때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당시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나도 내가 마흔이 넘어서까지 싱글이면서 프리랜서로 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고, 지인들 중 상당수는 본인이 10년 넘게 회사를 있단 사실에 놀라면서 한숨을 쉰다.
우리는 우리를 잘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휘몰아치면 상대도 잘 보지 못한다. 주위에서 하는 말들 중에 듣고 싶은 좋은 말만 듣고, 듣기 싫은 말은 거르는 게 보통 사람들의 습성이다. 그럴 때는 한 걸음 물러나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상대의 모습을 다시 한번 바라보자.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어떤 맥락에서 왜 상대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를 생각해 보자. 아무 근거 없이 상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말이 진실이든, 오해이든 그렇게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건 꼭 지금 만나도 있는 상대가 아니라 주위에 있는 지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인들이 '너희 둘 너무 잘 어울려'라고 한다면 무조건 거부하고 거절하고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그렇게 한 걸음 멈춰보지 않으면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이성으로 잘 맞을 수도 있는 사람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어렸을 때부터 무의식 중에 해 왔던 결정과 일, 나의 성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돌아보자. 여기에 더해서 지인들이 나에 대해 한 말들도 감정을 빼고 한 번 곱씹어보자. 가능하다면 지인들에게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재구성해보자.
그 과정을 통해서 본인을 과거보다 더 객관화하고, 상대에 대해서도 흘러가는 감정에 잠시 브레이크를 잡으면 두 사람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대가 좋은 사람인지보다도 '나랑 맞추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감이 조금은 더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한 걸음씩 물러나서 자신과 상대를 보기 위한 노력을 하다 보면 우리는 최소한 감정은 가지만 평생 함께 가지는 못할 사람들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게 구분이 되면 우리는 시행착오를 꽤나 많이 줄일 수 있게 된다.
이것만큼은 경험에서, 노총각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썸과 애매한 연애 같은 연애 아닌 만남과 몇 번의 연애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예전에 서로가 너무 잘 맞아서 소개팅을 한 뒤에도 매일 저녁에 새벽까지 통화를 하며 불타는 연애를 했던 사람과의 연애를 하다 계기가 있어서 잠시 관계에 브레이크를 잡았더니 그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더라. 비행기를 타고 갈 때 보이지 않던 게 KTX를 타고 갈 때 보이고, KTX를 타고 갈 때 보이지 않던 게 버스를 타고 갈 때 보이고, 버스를 타고 갈 때 보이지 않던 게 자전거를 타고 갈 때 보이듯이 관계의 속도를 잠시 늦춰보면 우린 그때서야 비로소 상대와 나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많은 면들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브레이크를 잡았을 때도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면 그 관계는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거나, 결혼 날짜를 잡았어도 망설여지는 지점이 있을 때 브레이크를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정말 맞을 관계라면, 브레이크를 잡아도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가 오해하면 안 되는 또 한 가지는 "좋은 사람"은 극히 주관적인 평가와 판단이란 것이다. 폭력적이거나, 과도하게 이기적인 게 아니라면 대부분 사람들은 좋은 면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 두 사람이 맞지 않는 지점이 있다면 그건 두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지 무조건 상대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나빠 보이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도 조금만 더 들여다 보이면 그 시작점에는 두 사람의 공존하기 힘든 수준의 다름과 대화의 단절이 있는 것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는 좋은 사람일 수 있다.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내게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연애, 사랑과 결혼적인 측면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다면, 그건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다. 그리고 연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상대에 끌려가지 않고, 나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우리는 상대를 잃어도 더 잘 맞는 사람이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연애를 하면서 실수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와 연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어야 우리는 연애와 결혼을 "내게 좋은 사람"과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연애도 나에게서 시작되기에 우리는 연애에 있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아야 The Right One이 나타나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상대가 아니라 나의 문제임을 억하자. 그럴 수 있으면 많은 게 단순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