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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TC

슈카형님, 빵은 잘못 건드리셨어요.

by Simon de Cyrene

나는 빵을 굽지 못한다. 베이커리를 운영한 적도 없다. 내 브런치 계정의 글들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법학을 전공했고, 가르치며, 연구하는 사람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력만 보면 나는 빵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직접 베이커리를 운영해 본 사람들 대부분 보다 우리나라 베이커리의 현황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왜냐고? 친한 형이 프랑스에서 진짜 장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검증된 밀가루를 포함해 식자재를 유럽에서 수입하는 사업을 하고 있고, 그 형 유튜브를 5년간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 형 채널을 본 적이 있는 분들은 내가 누구인지 아실 것이다. 내가 촬영, 편집과 사회자 역할까지 했으니까. 그 채널은 철저히 B2B를 목표로 기획되었다. 그 안에서 지금 수면 위로 올라온 모든 논쟁들을 이미 2020년 3월부터 작년 말까지 다 다뤘었다. 나는 그 과정에서 식자재 납품하는 분들부터 베이킹 클래스를 운영하시는 분, 직접 베이커리를 운영하시는 분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 안에 그 채널에 담았다.


나도 빵이 비싸다고 생각했다. 그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그런데 우리나라 제과제빵 업계의 규모, 계란과 우유시장의 특성,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주로 사는 빵들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들과 임대료, 거기에 빵이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 불확실성까지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빵들은 비쌀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빵 가격이 저렴한 건, 왜 저렴한 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가장 심플한 바게트부터 따져보자. 프랑스에서 공장에서 찍어내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바게트는 한 개당 470원 정도까지 하기도 한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도 베이커리에서 반죽부터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전통 바게트는 개당 1,700원 정도 하는 것으로 통계에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바게트보다 훨씬 저렴하지 않냐고? 그게 가능한 이유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바게트를 포함하여 '주식'에 해당하는 제품들에 대한 가격을 1980년대까지 통제했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쌀가격에 반응하듯이 프랑스인들은 바게트 가격에 예민하다 보니 바게트 가격을 현실적으로 올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많은 베이커리들이 전기료와 재료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서 굉장히 많이 문을 닫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프랑스에선 빵이 주식이다 보니 바게트, 크롸상, 뺑오쇼콜라처럼 간단하게 식사대용으로 먹는 빵들은 많이 팔린다. 그들에게는 그런 빵들이 주식이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에서는 가격을 어느 정도 낮춰도 큰돈을 벌지 못해도 적자는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페이스츄리에 과일이라도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의 과일 가격은 유럽보다 엄청나게 비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딸기, 블루베리, 사과 등 다양한 과일이 들어간 빵들이 적지 않게 팔린다. 여기에 더해서 계란과 우유도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 수준으로 가격대를 국가에서 유지해 주다 보니 유럽에 비해서 훨씬 비싼 편이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밀가루, 버터, 설탕은 수입해서 들어온다. 그리고 우리나라, 특히 서울의 임대료는 이제 전 세계에서도 가장 비싼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빵이 유럽의 가격대와 맞출 수 있을까?


일본과의 가격 차이는 어떻게 설명하냐고? 우선 일본 제과제빵 시장의 규모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다. 다양한 통계가 존재하기에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평균적인 수치를 고려했을 때 일본인들의 1인당 빵 소비량이 우리나라의 4-5배 정도가 되고 일본은 인구가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다. 그리고 이 역시 자료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적인 통계들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의 우유 가격은 일본의 약 1.5배, 계란은 2배 정도 비싼 것으로 보인다. 우유는 대부분 빵과 크림에 들어가고 페이스츄리를 포함한 많은 빵에 계란도 필수로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일본과 한국빵의 가격이 같을 수 있을까?


사실 이렇게 복잡하게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아주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빵집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만약 빵가격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 그건 그들이 그만큼 수익을 많이 남긴단 것이고, 그렇게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면 베이커리가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제과점 폐업률은 2022년에 13.8%, 2023년에 15.9%, 작년에 18.5%이다. 베이커리 중고장비는 시장에 너무 많이 나와 있어서 가격이 엄청나게 떨어졌을 정도로 많은 베이커리들이 문을 닫고 있다.


그렇다면 이 베이커리들이 가격을 내리면 박리다매가 가능할까? 우리나라 시장이 그게 가능한 시장이었다면 지하철에서 판매하는 1천 원짜리 빵들을 파는 가게들이 엄청난 양의 빵을 팔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만약 1천 원짜리 빵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대박이 난다면 박리다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베이커리들이 빵의 가격을 낮춰서라도 돈을 더 벌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 가격이 내려오지 않는 것은 왜 그럴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먹는 빵의 총량에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빵을 먹는 양이 늘어났다고 해도 끼나 마다 빵을 반드시 먹는 유럽과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제과제빵 시장의 규모는 작다. 주식으로 빵을 먹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도 판매량엔 큰 차이가 없단 것이다. 국밥이나 백반이 땡기는데 빵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빵을 먹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쌀 수밖에 없는 빵을 많이 먹는다. 크림, 설탕, 과일, 우유, 계란이 들어간 빵은 비쌀 수밖에 없다. 유통구조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제과제빵 시장은 이처럼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사람들이 바라는 수준의 가격이 되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슈카월드는 빵 가격을 저렴하게 팔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식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그런데 그 내역도 자세히 들여다보자. 소금빵 990원이 '빵 가격 비싸잖아!'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데, 우리는 그 소금빵에 어떤 밀가루, 버터와 소금이 들어갔는 지를 물어봐야 한다. 버터라고 다 같은 버터가 아니다. 원산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투명하게 관리되는 고품질의 AOP인증을 받은 버터는 저렴한 버터보다 많게는 7배까지 비싸다는 통계가 있다.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빵의 가격은 큰 폭으로 달라질 수 있단 것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다른 빵들을 보자. 슈카월드의 빵집 팝업에서 단팥빵은 2930원이다. 본인들 기준으로 낮추고 낮춘 가격일 것이다. 이 얘기는 단팥빵에 들어가는 설탕, 밭, 밀가루 등의 재료를 아무리 낮춰도 이 이하의 팥빵은 만들기 힘들단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단팥빵으로 가장 유명한 베이커리 중 한 곳인 장불랑제리의 팥빵은 2,400원이다. 더 저렴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장불랑제리는 팥빵만 사는 사람들은 별도의 줄을 서지 않고 별도의 창구에서 살 수 있도록 해 놓을 정도로 팥빵을 많이 만들어서 파는 빵집이다. 쉽게 말해 박리다매이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란 것이다. 이 얘기는 성심당이나 장불랑제리만큼 많이 팔 수 있는 베이커리가 아니면 가격을 그렇게 낮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슈카월드의 실험이 잘못된 것은 베이커리는 계절에 따라 판매되는 빵의 양이 달라진다는데 있다. 베이커리는 여름에 압도적으로 매출이 줄어든다. 사람들이 더워서 많이 돌아다니지 않다 보니 워크인으로 사거나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든 결과라고 업계에선 추론한다. 즉, 빵은 매일 똑같은 양이 팔리지 않는다. 빵이 팔리지 않는 날에는 남은 빵을 폐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 날은 매출에서 마이너스가 나는 날이고, 베이커리를 현실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그런 날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고 가격을 책정해야만 한다. 그래야 일종의 버퍼가 형성되고, 마이너스가 나는 날이 있어도 버틸 수 있으니까. 그런 걸 우리는 '매장 운영' 또는 '경영'이라고 한다.


그런데 슈카월드가 문을 연 베이커리에는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은 빵을 폐기하는 비용이나 인건비, 전기료, 임대료, 매출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제한된 기간 동안에 소요되는 비용을 명확히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예측가능성이 담보되어 있는 상황에서 빵이 얼마나 팔릴지를 정확히 계산하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더 당혹스러운 건, 슈카월드가 이번 팝업을 함께 진행한 글로우 서울이 운영하는 베이커리들의 빵 가격은 절대로 저렴하지 않다는 데 있다. 글로우서울이 운영하는 스탠더드 브레드의 생식빵 가격은 4천 원, 티슈 식빵은 7천 원인데 직접 구매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 빵의 크기가 절대로 크지 않다. 마찬가지로 글로우 서울이 운영하는 금종제과는 위치가 익산에 있어서 임대료가 서울보다 저렴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금빵이 2,800원, 스파이시 치킨빵이 6,500원이고, 지금은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이는 카페 빻에서도 크림 등이 들어간 소보로 빵이 4,000-5,000원이었다. 네이버에 잡히지 않고, 인스타그램도 올해 4월 이후에 운영이 멈춘 것에 비춰봤을 때 그 가격에 팔았음에도 불구하고 카페 빻는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


글로우 서울은 정통 F&B회사가 아니다. 공간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콘셉트를 잘 잡고 만드는 게 글로우 서울의 주된 기능과 역할이다. 음식이나 제과제빵 자체에 엄청난 전문성이 있는 기업은 아니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10일간 운영되는 슈카월드의 팝업 베이커리를 잘 운영하는 건 글로우 서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행사였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만약 그런 기획과 콘셉트로 베이커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수입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다면 그들의 베이커리들이 그런 가격대의 빵을 판매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이번 팝업 베이커리에서 소금빵을 990원에 팔면서 왜 그들의 포트폴리오 안에 들어가 있는 제과점의 소금빵은 2,800원에 판매되고 있을까?


그들도 그 가격에 빵을 파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그러한 진실을 숨긴 것이다. 빵값이 비싸다는 여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팝업을 운영하는 순간 대중의 분노가 소상공인들인 베이커리 운영자들을 향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그들이 무능력하고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고, 만약에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을 했다면 그들은 비판을 받아야만 한다.


나는 슈카월드를 좋아했다. 그의 코믹스 채널도 구독자가 1-2만 될 때, 골방에서 운영할 때부터 즐겨봤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프로젝트가 용서되지 않는다. 내가 영상을 만들면서 만났던 수많은 베이커리의 사장님들이 받고 있을 고통을 생각하면.


같이 유튜브를 운영했던 형에게 그렇게 말했다. 만약에 슈카가 이번 팝업에 사용된 재료들의 가격대를 다 오픈하고, 그게 다른 재료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것이며, 팝업을 운영할 때 전기료, 임대료 등이 얼마가 들었고 이걸 실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사례와 비교분석한다면, 그래서 정말 현실을 면밀히 분석해서 보여준다면 나는 이번 실험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지만 그가 사과를 했다는 걸 보면, 그는 그럴 계획도 없었고 그러한 작업을 하지도 않을 듯하다. 그래서 실망스럽다.


이런 반응이 올 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애초에 '빵가격이 너무 비싼데, 저렴하게 만들지 못할까?'라는 문제의식은 그 이면에 '지금 빵집 사장님들이 뭔가를 잘못하고 있거나 너무 비싸게 받고 있는 것 아냐?'라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있어야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문제의식이 있었다면, 경제전문 유튜버라면 시장분석부터 했어야 하는데 그가 판을 벌린 모양새와 사과하는 흐름을 보면 그는 시장분석조차 하지 않고 팝업을 연 느낌이다.


유튜버에겐 10일 하고 넘기는 팝업행사이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진 '소금빵 990원'은 '베이커리 사장들은 폭리를 취하고 있는 나쁜 사람'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개인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민사소송에서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가 고의가 없어도 배상할 것을 요구하고, 고의와 과실 간의 구분이 형사영역만큼 명확하지 않다. 슈카가 고의가 없었다고 해서 그의 무모한, 시장과 업계조사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벌린 이 행사가 베이커리 사장님들이 당장 마주해야 할 현실과 가슴에 입힌 피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영상에서 말했던 것처럼 정말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건 해명 영상에서 밝혔던 것처럼 책상머리에만 앉아있다 보니 현실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많이, 아주 많이 부족하단 걸 의미한다. 우리나라 언론과 여론의 특성상 이런 판을 벌리는 순간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리고 시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뛰어드는 순간 자영업자들의 경쟁자가 되고, 결국 시장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베이킹 클래스를 하는 분들이 매장을 내지 않는 것도 자신들이 빵을 가르친 사람들과 자신이 경쟁하게 되면 그들의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명 영상에서 말한 것처럼 슈카월드의 ETF 베이커리가 돈을 많이 벌면 우리나라 빵 시장 규모와 구조에 비춰봤을 때 그 결과는 시장을 키우는 게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매출을 끌고 오는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이게 어떻게 자영업자들을 위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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