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Simon de Cyrene

앞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이 시리즈가 부끄럽습니다. 이 시리즈를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사실 담담하게 제가 걸어온 어두운 터널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에세이로 편하게 쓰려고 했었는데, 그게 잘 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를 시작했던 재작년엔 몰랐는데, 그때는 제가 나름 상처를 극복하고 안정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 쓴 글들을 보니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삭제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그때 글을 쓰던 제 모습과 많이 다르니까요. 재작년만 해도 어떻게든지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선택이 되고 싶어서, 그럴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고민하며 욕구와 욕망에 찌들어 글을 썼다는 게 2년이 지난 지금 너무 분명하게 보입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지점들도요. 작년에 거의 브런치에서 글을 쉬면서, 그리고 작년에 많은 것을 겪으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같은 제목의 두 번째 시리즈를, 이번에는 제 자신을 지키면서 담담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 부족하고, 상처투성이인 글들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위로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글로 온전히 밥벌이를 하지는 못하기에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긴 민망하고, 그저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 중 한 명으로써, 제 글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다가갈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는 이야기를 만들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러기에 턱 없이 부족한 글들이지만, 이 앞에 써 내려간 글들도 누군가에게는 그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글은, 필자와 독자가 만나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냅니다. 그럴기에 혹시나 이 시리즈의 부족한 글들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갔다면, 그건 제 글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분의 내면이 훌륭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이 시리즈의 글이 조금이라도 여러분께 그렇게 다가갔다면, 감사합니다. 그건, 졸작을 그렇게 만들어 준건 그렇게 소화해 준 여러분 덕이기 때문입니다.


2026년에는, 조금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 글이 차지하는 메모리와,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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