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이혼은 실패가 아닐 수 있다

by Simon de Cyrene

몇 번의 연애와 몇 번의 이별을 경험했다. 지금은 싱글이니 연애와 같은 횟수의 이별을 했다. 썸에서 끝난 관계까지 하면 그 숫자는 더 커질테고.


모든 연애와 이별이 다 기억나진 않는다. 최근의 이별과 오래 이어진 연애가 더 선명한 것도 아니고, 오래되었지만 어제처럼 기억나는 연애와 가슴 아픈 이별이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연애는 시작과 끝의 디테일과 그 이후에 그 사람과 일어났던 일들과 감정까지 기억나지만, 또 다른 연애는 왜 그 사람과 만났고 헤어졌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기도 한다. 그나마 운이 좋은 것은 이별한 것이 아쉬운 연애보다 헤어졌을 사이로 기억되는 관계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아닐까.


나의 연애와 이별은 이렇듯 다양했고, 다양하게 남아있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연애도 내 안에 실패로 남아있지는 않단 것이다. 어떤 연애는 그 시기에 내가 현실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줬고, 또 다른 연애는 이별 후에 하게 된 수많은 생각들이 내가 그 뒤에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나는 이별을 한 덕분에 그 뒤에는 조금 더 행복하게 기억되는 연애를 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이처럼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그 당시에는 물론이고, 이별 후에도 내가 사람과 세상을 보는 시선에 어떠한 형태로든지 흔적을 남기고 영향을 줬기에 나는 실패한 연애를 한 적은 없다.


연애의 목표지점이 항상 결혼이어야 하는가? 아니다. 결혼은 어떤 경우에도 목표로 설정되어서는 안된다. 결혼이 목표로 설정되는 순간 사람들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결혼이라는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면 옆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는 상태로 결승점을 통과하고 만다.


연애의 목적은 오롯이 현재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두 사람은 지금 조금 더 행복하고 즐겁기 위해서, 그리고 서로에게 의존적이지는 않으면서도 의지하기 위해서 연애를 해야 한다. 그렇게 연애를 하면서 상호 간에 신뢰가 생기거나 상대와 평생을 하고 싶고 해야만 할 것 같단 생각이 들 때부터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건강한 연애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연애의 끝이 결혼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고, 결혼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연애가 곧 실패인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이 현재적 관점에서 함께 하는 것이 그렇지 않는 것보다 고통스럽다면, 아니면 상호 간에 관계를 유지할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지 못했다면 두 사람은 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헤어졌다고 해서 과거의 연애와 그 여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결혼 역시 마찬가지. 물론, 내가 이혼해 본 것은 아니다. 결혼도 한 번 하지 못했는데 이혼을 해보지 못한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주위에서 이혼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결혼에 실패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혼을 한 사람들 보다 이혼하지 않은 것보다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을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실패한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 주위에는 이혼한 사람이 없다며 이혼을 그렇게 많이 했다는 뉴스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항상 눌러 담는다. 예전보다 많이 사회화 되었기에. 이 글을 대나무 숲 삼아 말하자면, 그 사람이 주위에서 이혼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 건 그 사람이 누구에게도 마음 편히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상대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애에 실패가 없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기 동의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이혼을 곧 실패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그렇다 보니 이혼한 사람들은 주위에 자신이 이혼한 사실을 쉽게 알리지 못한다. 그리고 평생을 약속할 정도로 상대를 신뢰하고 결혼을 결심한 뒤에는 모든 사람들이, 거의 예외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낸다. 이런 상황에서 이혼한 사람들은 자신이 믿을 수 있고,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들부터 찾게 된다. 주위에서 이혼한 사람들이 없어 보이는 건, 그 사람이 누구에게도 믿을 수 있고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혼한 사실도 몰랐는데 재혼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적이 수차례 있을 정도로 이혼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리고 내게 이혼한 사실을 이야기 한 사람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이혼한 후에도 직장동료 누구에게도 이혼했단 사실을 곧바로 알리지 않았더라. 이 모든 건 우리 사회에는 이혼하게 된 건 결혼에 실패한 것으로 여기고 낙인을 찍는 문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혼은 실패가 아니다. 사람들은 '요즘 사람들은 이혼을 너무 쉽게 해'라고 말하지만, 이혼을 쉽게 하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참고, 버티고, 맞춰보려고 해도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야 비로소 이혼을 한다. 어떤 이들은 '애가 있는데 어떻게 이혼을 하냐'라고 하지만,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더 힘들게 이혼을 결심한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면 내가 죽을 것 같은데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이혼을 하면 안된단 말인가? 그 결혼생활을 유지하다 내가 죽으면 그건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이혼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혼 직후에는 힘든 시간을 갖지만, 주위 사람들이나 병원의 도움을 받고 나면 많은 사람들은 최소한 이혼을 결심했던 시점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혼이 실패일 수 있을까? 결혼생활을 억지로 유지했을 때보다 나은 삶을 사는데 어떻게 이혼하는 게 실패일 수가 있나? 이혼은 결혼이 실패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결혼할 때 저지른 중대한 실수를 되돌리는 결정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곧 결혼의 실패를 의미하진 않는다.


맞지 않으면 곧바로 이혼을 해야 한단 것이 아니다. 결혼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혼을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모두 한 번씩은 이혼을 생각해보지만 많은 사람들은 대화와 상담을 통해서 다름을 맞춰가며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노력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고, 두 사람이 최선을 다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가정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두 사람이 고통스럽다면 그때는 이혼을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이혼은, 실패가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끝낸 결혼도 실패가 아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혼도, 그 이혼을 통해 끝내게 되는 결혼생활도 실패가 아닐 수 있다. 이혼한 직후에는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결혼과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지에 따라 그 모든 건 그 사람이 많은 영역에서 다음 선택을 하고 사람을 볼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결혼과 이혼은 실패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진짜 실패는 이혼 후에 자신이 결혼에 실패했다며 좌절한 상태에 머물러 있거나,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고통스러울 일만 남은 결혼생활을 유지할 때 찾아온다.


연애에서의 이별과 결혼 후의 이혼은, 실패가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