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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Dec 15. 2017

30대 중반 이상 남녀의 결혼

그들이 결혼을 쉽게 못하는 이유

결혼

30살에는 결혼을 하고 싶었다. 나랑 친한 지인들은 다 알았던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 나이로 29살 때 친한 동생들이 형 어떻게 할꺼냐고 놀려댔고, 한국 나이로 30이 된 이후에는 만으로 30을 말했지만, 그런 나의 목표 아닌 목표는 내 인생의 수많은 다른 목표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목표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결혼을 못한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때는 결혼하는 것과 가정을 꾸리는 것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결혼을 하면 뭔가 알아서 굴러가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많은 남자들이 그 나이 때 그러듯이 말이다. 결혼한지 몇년이 지난, 지금 서른인 한 동생이 20대 중후반에 결혼할 때 그게 연애를 시작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것임을 몰랐다는 얘기가 십분, 아니 백분 이해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기 전에 결혼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결혼과 현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대부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나면, 현실을 '본의 아니게' 알게 된다. 그리고 많은 것은 상대와 관계에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그 가정이 어떤 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내가 포기해야 할 것과 내가 가정을 꾸림으로 인해서 누릴 수 있는 것도 큰 그림에서는, 아니 어렸을 때 가정을 꾸린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는 훨씬 디테일하게 잘 알게 된다. 인간관계가 말도 안되게 좁거나 친구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워낙 다양한 얘기들을 듣기 때문에.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혼에 대한, 가정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변해간다.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는게 이해는 되지만, 그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확신도 갖게 되며, 어떤 어려움들이 있을 것이란 것을 알기에 나의 성향에 비춰봤을 때 상대가 이런 성향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결혼을 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이처럼 현실을 알고, 자신을 알게 되며, 그에 따라 머리에 그리는 배우자상이란 것이 점점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30대와 결혼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이상형을 꿈꾼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어느 정도 이상의 나이가 되면 사실 이상형보다 더 어려운 조건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이상형'이라고 말하면 그건 보통 상대에 대해서 특정한 요건에 대한 것인 경우가 많지 않은가? 외모가 이랬으면 좋겠다던지, 성격이 이랬으면 좋겠다던지, 이상형이라고 설명하는건 보통 한 두가지, 많아야 두세가지 정도 조건을 중심으로 형성되기에 사실 그 조건이 맞아서 감정적으로 호감이 생기면 다른 건 보이지 않기 시작하는 듯하더라. 


그런데 어느 정도 나이이면서도 싱글인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최고점의 요건을 고수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든 싱글들은 '너 눈 높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 사람들은 모든 조건에 대해서 어느 정도 타협해 나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하한선'을 정해 놓는 조건의 '종류'가 많아지기 때문에 나이가 든 사람이 결혼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취향도, 성향도 분명해지고 자신의 삶의 가치, 방식이 어느 정도 이상 형성되기 때문에 '최소한 이건 이정도는 됐으면 좋겠어'라는 조건의 숫자가 무의식적으로 늘어난단 것이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다른건 안보이거나, 외모가 이상형이면 다른게 안보이는 식이었다면 나이가 들수록 외모와 경제력이 딱 본인의 이상형일 필요는 없지만 외모 경제력이 모두 최소한의 수준이 되기는 바란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까다로워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난 '결혼하기로 결단'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30 전후에 결혼한 지인은 그 표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더라. 결혼이 무슨 '결단'까지 할 문제냐고 반문하더라. 하지만 30대 중반 이상인 사람에게 결혼은 결단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현실을 아는 30대 중반 이상의 남녀가 결혼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람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기적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30대 중반이 넘은 사람들은 연애감정처럼 설레이는 감정이 들어도 많은 경우에도 차가운 이성이 나도 모르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혼이 급하지 않은 이유

사실 결혼이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였던 적이 있지만 언젠가부터 결혼도, 연애도 급하지는 않아지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이 이런 상태를 위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 상태가 가장 좋은 상태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노력을 해야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지만, 내 경험상 노력을 한다고 인연이 만나지는 것은 아니더라. 물론 연애와 결혼에 대한 안테나를 제거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인연이라면 만나게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제는 인연은 서로를 알아본다는 말도 이해가 된다. 내 자신을 어느 정도 알게 되고, 내가 꾸리고 싶은 가정의 모습이 그려지면, 그런 삶을 같이 살 수 있는 사람의 모습도 그려지더라. 그래서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런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가 서로를 알아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지금 내가 머리로 생각하는 기준들도 자연스럽게 삭제가 될 것이라고도 믿는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연애를 시작할 때도 그랬으니까. 사람은 다 그런 존재가 아닌가. 


30대 중반에 본인이 하는 일이 재밌고, 즐거운 사람은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직 그런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 연애나 결혼에 너무 매몰되기 보다는 평생 본인이 즐기는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지금 그 순간을 가장 잘 보내는 것이 아닐까. 또 그것을 찾는 과정에서 누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정말 내 인생을 깊게 알아서 이해해주고, 나도 상대의 삶을 깊게 알아서 기둥이 되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는 것이 훨씬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하는 일이 진취적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에 그에 만족감을 느끼게 될테지만, 이미 20대 때와 달라진 나의 에너지의 총량에 비춰봤을 때 70이 넘었을 때 내가 '일'적인 측면에서 그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는 같이 잘 쉴 수 있고,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는 삶이 훨씬 행복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그에 더해서 나를 아빠라고 불러주는 장성한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을 통해 그들의 삶에 거름이 되어준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싱글인 시간을 보내는 법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싱글들은 자신이 싱글일 때만 할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른에는 결혼을 하고 싶을 때부터 사람들에게 했던 말인데, 이는 평균 수명이 80이 넘은 우리 사회에서는 (이혼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50에 결혼을 한다고 해도 남은 인생에서 싱글로 살 시간이 부부로 살 시간보다 짧기 때문이다. 그리고 싱글일 때만 누릴 수 있는 것을 지금 누리는 것이 가정을 꾸린 후에 후회를 덜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연애와 결혼할 인연이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그 길을 가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지금이 아니면 못하는 것들을 하는 것이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든 짝짓기에 매몰된 일상을 사는 것보다는 말이다. 


물론 이미 싱글일 때 하고 싶은건 거의 다 해서 다 부질없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분들은 빨리 가정을 꾸리시길 기도할 뿐이다. 이미 그런 마음을 가지신 분이라면 좋은 남편, 좋은 아내가 되실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기에. 


http://m.podbbang.com/audiobook/channel?id=177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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