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mon de Cyrene Aug 21. 2018

연애기간과 결혼

중요한 것은 기간이 아니다.

사계절은 같이 지내봐야 한다?

연애기간과 관련된 가장 흔한 속설은 '사계절은 같이 지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분명 그럴듯한 말이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연애를 오래 할수록 서로를 더 잘 알 것 같지 않은가? 그래서 이 주장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들린다. 20대까지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30대가 되고, 주위에서 다양한 케이스들을 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내 주위에는 정말 다양한 케이스들이 존재했다. 얼굴 처음 본 지 3달 만에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부부, 10년 연애하고 1년 반 만에 이혼한 부부, 8년 연애한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6개월 후에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 그리고 나는 주위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연애기간과 행복한 결혼생활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만 더 확실하게 알게 됐다. 5년 간 단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연애했던 친구가 결혼 준비를 하면서부터 하루도 싸우지 않은 날이 없었다니... 그런데 그건 비단 그 친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아는 기혼자들은 연애하면서보다 대부분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갈등을 겪는 모습을 수도 없이 많이 봤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모든 것은 결국 '케바케'라는 것이다. 연애기간과 행복한 결혼생활에는 인과관계를 찾을 수 있는 근거가, 최소한 내 주위 기혼자들의 경우를 보면,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소개팅 한지 1년도 되지 않아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내 주위에 너무나도 많은 반면, 오래 연애하고 결혼해서 계속 본인의 배우자 욕을 계속하는 사람들을 나는 너무 많이 봐왔다.


연애, 어떻게 하고 있나요?

물론 연애기간이 길수록 상대적으로 서로에 대해서 잘 알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하면서' 연애를 했느냐에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연애 초기에만 서로에 대해서 정보와 지식의 측면에서 알아가고, 그 후에는 연인을 놀꺼리를 같이 즐기는 사람 또는 스킨십의 상대로 대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같이 노는 것과 스킨십 자체가 필요 없다거나 그 중요성을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연애가 그 두 가지 활동으로만 이뤄질 경우에는 두 사람이 긴 시간을 같이 보내도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은 아니란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사실 연인이 아니어도 그렇지 않나? 굉장히 오래 알고 지냈어도 속을 터 놓은 적이 없다면 그 사람을 내가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직장동료를 생각해 보자. 만약 내가 같은 팀에 계속 있었다면 나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팀원들이랑 보내고, 직장생활을 한 만큼 그 사람들을 안 것이지만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직장동료들에게 '모든 것'을 다 터놓지 않는다. 사실 같이 오랫동안 알았고,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을 기준으로 따지면 직장동료만큼 우리가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지만 그들 중 한 명과 연애를 하거나, 회사 안에서 결혼을 한 게 아니라면 사실 직장동료들이 관계의 깊이나 친밀도에서 매우 높은 순위에 있는 경우는 드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도 연애기간이 길었다는 것이 두 사람이 서로를 잘 아는 것의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같은 방식으로 연애를 했다면 연애기간이 짧은 연인보다는 긴 연인들이 서로를 잘 알겠지만, 연애 방법에 따라서는 연애기간이 더 짧은 연인이 오히려 연애기간이 긴 사람보다 서로를 더 잘 알 수도 있단 것이다. 그리고 연애기간이 짧더라도,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그에 따라 연인 또는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어떠 사람이 본인과 잘 맞는 지를 잘 아는 사람들은 보통 그 지점이 잘 맞아서 결혼을 하면, 다른 측면들은 서로 조심해서 맞춰가기 때문에 연애기간이 긴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하기도 한다.


만약 연애를 길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와 결혼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그건 어쩌면 당신이 그 사람과 연애를 하는 방법과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과 과정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는 당신이 만약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면 상대와 한 가정 안에서 살 때 상대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며, 그러한 신뢰가 결여되어 있는 것은 두 사람의 연애 패턴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단 것을 의미한다.  


오래된 연인들의 착각

연애기간이 긴 연인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할 경우 그 원인은 '나는 상대를 알아'라는 확신에 차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물론 연애기간이 길고, 서로의 부모님까지 상대의 존재를 알고 상대 집에도 찾아가는 수준으로 가까워졌다면 두 사람은 상대를 상당한 수준으로 알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아는 것과 같이 사는 것은 또 안전히 다른 얘기다. 그래서 연애기간이 길었던 부부는 때때로 결혼 전에는 몰랐던 상대의 모습에 당황하면서 '내가 알았던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라면서 상대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은 틀림이 아닌 다름에 대해서도 실망을 하면서 결국 이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 이유로 동거를 생각하고 나서 결혼하는 것을 생각해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동거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그런 생각에는 반대를 하는 편인데 그 내용은 이전에 썼던 글(링크)로 대신하려고 한다.)


반대로 서로가 중요시하는 요소 또는 측면에서 두 사람이 정말 잘 맞아서, 상대에게 짧은 기간에도 깊은 신뢰가 생겨서 짧은 기간 안에 신뢰가 생겨서 결혼한 사람들은 대부분 '나는 상대를 몰라'라는 것을 전제로 결혼생활에 임한다. 그래서 그들은 상대가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반응하더라도 상대에 대한 신뢰 수준이 급격하게 낮아지지 않는다. 이는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면들은 맞춰나가면서 오히려 더 가까워지는 경우들을 나는 주위에서 봐왔다. 나이가 어느 정도 이상 들어서 결혼하는 커플들이 사실 이런 모습들을 많이 보이는데, 그건 싱글로 나이가 들고 다양한 사람과 연애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보다 조금은 둥글둥글해질 뿐 아니라 본인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사실 결혼을 빨리하는 것의 장점도 많지만 사실 결혼이 조금 늦어지는 것도 그렇게 나쁠 것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오래된 연인이 그렇다는 것도, 연애기간이 짧은 게 무조건 좋다는 것도 아니다. 난 가장 이상적인 연애 및 결혼 과정은 연애기간도 길고 그 과정에서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상대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로 결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짧은 연애기간 동안 '필'에만 꽂혀서 불타올라서 결혼을 결정한 부부는 신혼여행을 가서 갈라서기로 결심하기도 한다. 그래서 연애기간과 결혼에는, 특히 행복한 결혼생활에는 정답이 없다. 모든 것은 '케바케'이며,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얼마나 존중하고 맞춰 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은 연애기간이라는 양보다는 연애방법과 과정이라는 질이 중요하단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http://m.podbbang.com/audiobook/channel?id=1771844

 

이전 24화 스킨십, 끝까지 가야 하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