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나프로젝트의 이유:공공커뮤니케이션
많은 이들이 묻는다.
청력장애인을 위한 프로젝트입니까?
가장 큰 오해다.
아니오.
카이나프로젝트는
청력장애인 ‘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카이나 프로젝트는 청력장애인과 청력취약군뿐 아니라 그들과 마주 앉은 모든 상대방을 위한 캠페인 및 제안을 위한 프로젝트이다. 이는 단순한 보조 장치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의사표현권과 기록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사회적 장치이다. 특히 주민센터와 같은 행정기관은 물론, 경찰·검찰·법원과 같은 절차적 정의의 현장에서는 의사표현과 기록이 곧 기본권 보장의 출발점이 된다. 따라서 공공커뮤니케이션의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카이나 프로젝트는 단순한 인식 개선 캠페인에 머무르지 않는다. 공공커뮤니케이션을 구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이다.
사건을 정리하는 와중에 나는 인권위원회, 금융감독원, 여러 정부 부처의 정책을 살펴보고 제안을 넣었다. 물론 예산 편성 시기가 아니어서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한 문제를 확인했다. 기관 담당자의 답변 맥락도 그들이 수용하기 '어렵다'였다.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거절 답변은 너무나 생뚱할 정도로 제안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대표적인 예가 경찰 조사실과 법원 내 테이블 보청기 도입 제안이었는데, 처음 방문을 했던 당시에는 당연히 없었고, 법원에서도 당연히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몇 달 후 다시 경찰서를 방문했을 때, 처음에는 없던 테이블 보청기가 배치되어 있었다. 정확하게는 조사실 모니터와 본체 사이의 복잡한 선들 아래에 테이블 보청기와 이어폰이 끼어있었다.
이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문제는, 그것이 존재했음에도 아무도 사용법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사용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사이에 있는 그것을 발견하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민원실 입구에도, 조사실에도, 담당자 누구도 어떠한 안내서도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좋은 제도가 있음에도 없는 것처럼 된 것이다.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이것은 기본권 보장 기회의 상실이며, 나아가 인식 없이는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절실한 이에게는 생명 같은 장치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결국 그 가치를 알지 못하면, 가치는 발현되지 못한다.
난청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 같은가?
정말 내 청력이 괜찮은지 확인해 보자.
왜 어른들이 모인 자리는 목소리가 클까?
삐~ 하는 이명 소리가 잠깐이 아니라 계속된다면?
내 가족·친구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면?
내가 “네?” 하고 반문하는 빈도가 늘어난다면, 정말로 상대방 목소리 탓일까?
청력 문제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실제로 가족력이 있는 우리 가족의 경우, 동생들의 이명 시작 시기는 10대 말-20대부터였다. 이명이나 난청이 없는 나의 경우 나의 아이들에게도 신경을 많이 쓰고 살펴보는데 난청의 징후는 없다.
가족력이 없는 가족의 경우 30대 말-40대 초반에 이명이 시작되어 걱정을 했고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다고 했다. 더 나아지길 원했지만 원인 불명 및 생활의 영향으로 한의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 가족 안에서 누구는 개인 사업을, 그리고 누구는 민원을 처리하거나 조사를 하는 공무원이다.
회사 생활에서 비전을 갖고 서울로 향했던 과거의 우리 아빠도, 이명을 시작으로 난청이 진행되면서 그 좋아하시던 사내 볼링 대회도, 서울 발령의 기회도 모두 져버리시고 사람이 없는 시골로 발령을 바꾸셨다. 시골 생활을 시작하셨던 그때 아빠는 40대 초반이셨다.
민원 창구의 플라스틱 가림막조차,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작은 장벽이 된다. 코로나 시대를 거쳐 우리는 사태를 ‘가림막’으로 방어했다.
법원 민원실에서의 나 역시 민원담당자와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귀와 입을 가까이 대고 소통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가림막을 둔 연인사이의 모습처럼 애처로웠다. 잘 설명하고 싶었고 잘 들어보고 싶었던 모습이 웃픈 상황을 만든 것이다.
공공커뮤니케이션이란,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사회적 장치이다. 말하는 이의 자기표현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공공 업무가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돕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카이나프로젝트는 청력장애인만을 위한 캠페인이 아니다.
누구든 될 수 있는 청력취약군을 위한, 공공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이다. 청력취약군은 ‘듣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완전한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청력의 제약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귀가 나쁘다 = 청력장애인”이라는 단순한 도식 속에 머물러 있다. 일상 속 이명이나 난청의 전조는 흔하지만, 경각심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불편함’으로 지나갈 수 있지만, 자기 방어권이 필요한 법정이나 경찰·검찰 조사실에서는 이 ‘불편함’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 카이나프로젝트는 바로 이 간극을 메우고자한다. 우려와 걱정이 현실이 되기 전에, 조금 더 편안하고 공정한 사회로 안내하는 작은 길잡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