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기술

세상은 들리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진보한다.

by 노라a

들리지 않는다는 건,

세상이 내게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침묵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인가 안정적이고 평화로웠던 날들 속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듣는데 애썼던가. 다른 사람들이 나를 향해 뱉는 말들, 혹은 나의 가족을 향해 뱉는 조바심에서 비롯된 들리지 않는 말들. 그리고 그 말들을 듣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지는 않았던가.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삶의 기반이 무너지는 이때, 보이지 않는 나에 대한 말들은 들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그것에 중요하지 않다 중요하다는 경중을 따지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것의 경중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뜻이 되겠다.


우리 가족을 침범한 그(녀)에게 나는 웃음으로 마주 했었다. 그냥 기분 좋으라는 웃음이 아니라, 나는 웃고 있는 여유가 필요했고, 그 여유 안에서 대화가 필요했다. 보이지 않는 밀당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 대화를 통해 내가 얻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회사를 다닐 때의 대화는 평화로웠다. 아이들의 잠자리 이야기, 교육 이야기, 앞으로의 교육 이야기. 그 이전엔 결혼에 대한 이야기.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 그런데 이 시점의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네가 주는 정보는 무엇이지? 그리고 나는, 이 대화를 통해서 무엇을 얻는 것일까?

대화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이 과정에서 나는 어땠을까. 그들의 이야기에 나의 이야기를 섞었을까? 아니, 난 더 많이 들었고, 더 많이 적었다. 더 많이 생각했고 더 많이 고민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나의 전화는 불통이었다. 들었고 적었고 생각했고 고민했던 그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구조화시켜서 방법을 찾기 위해 전화를 들었고 물어봤고 고민했고 생각했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속한 그 상황은 사실 '정보'가 너무 없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더랬다. 그래서 당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는 있는데 무엇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두려움에 떨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더랬다. 그 두려움 속에서 당장 변호사를 쓴데도 지금은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보가 없어서였다. 그래서 더욱이 정보를 취합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했다. 무엇인가를 치려면(?) 준비를 해야 했었다.

그렇게 준비했던 것 중에 하나가, 법인의 민사 해결을 위한 정보취득 및 전략수립이었고 이와 관련하여 적은 것이 바로 앞의 글들이었다.

형사나 민사의 툴을 이용하기 위하여 중요한 기술은 바로 정보였고 정보는 날것의 데이터인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이러한 정보를 얼마나 들고 흘려보내는 것일까?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는 소위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흘려보내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얘기한다.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그래서 중요하다. 정신을 차리는 것이. 그대를 괴롭히는 무엇인가가, 그대의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무엇인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Raw Data 즉, 날것의 데이터를 주의 깊게 모을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 그래야 우리는 굴에서 나가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나의 삶의 기반이 무너지는 그 시점, 우리가 꼭 지켜야 하는 그 첫 번째. '침묵 속에서 우리의 정보를 모으는 것'이 되겠다.

아, 어느 정도의 호랑이 굴까지 가능했냐고? 내가 말했던가? 나는 내 눈앞의 동지라 믿었던 사람에게 추행을 당했었을 때도 정보를 위해서 바로 퇴진하지 않았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 21일. 추행 후 정보 취합의 마침표를 찍게 되었음을 인정한 그날, 동생에게 말했다.

이제, 정리하고 와도 되겠다. 그리고 나는, 형사고소를 진행했다.

ㅅㅂ. 넌 죽었어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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