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마음과 강철 마음
엄마가 화내는 그 마음은 유리 마음이야
툭 치면 금방 깨지는 유리 마음이지
엄마, 나는 엄마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요. 엄마랑 함께하면 가장 행복해요.
딸아, 엄마가 가끔 우리 공주한테 화낼 때가 있잖아. 그건 엄마의 유리 마음이야. 툭 치면 깨지는 그런 마음이지. 하지만 우리 공주를 사랑하는 그 마음은 돌로 내리쳐도 깨지지 않는 튼튼한 강철 마음이야. 유리 마음으로 마음이 속상할 때가 있겠지만 엄마의 강철 마음을 떠올려줬으면 좋겠어. 유리 마음은 엄마의 진짜 마음이 아니란다.
엄마, 알겠어요. 나 그 감정을 이해해요.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요.
이렇게 예쁜 딸인데, 둘째가 생기고는 첫째가 되었고, 첫째가 되고부터는 큰 아이가 되었다. 생전 화라는 걸 내지 않았던 엄마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첫째가 된 별아이에게 큰아이 다움을 당연시했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는 화를 내기도 했다. 엄마의 화라는 걸 몰랐던 별아이는 그렇게 가슴앓이를 했고 어느 날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빌더라.
달님,
예전처럼 엄마가 화를 안 내게 해주세요.
이게 제 소원이에요.
눈물이 핑 돈다. 둘째가 잠에서 좀 깨면 어때, 좀 더 놀게 기다려주면 어때. 누가 우리 딸을 이렇게 애처롭게 만들었누.
별아이는 동생이 태어나면서 심부름을 해야 했고, 동생이 잘 때는 목소리를 낮춰야 했고, 즐거운 웃음소리마저 예민했던 엄마 아빠의 진한 눈빛을 받아야 했다. 모두가 잠이 든 늦은 밤, 엄마 아빠는 그런 행동을 함께 이야기하며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순번을 정하며 엄마 아빠도 둘째 육아에 적응하기를 노력했다.
절대 둘째를 위한 첫째의 희생을 당연시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심부름도 본인의 배려 안에서 할 수 있게 했고, 이제는 둘째가 자고 있을 때를 본인이 인지하고 스스로 배려하도록 눈치를 주거나 핀잔을 주지 않는다. 중요한 기준은 별아이의 자기 의지이다. 자기 의지가 있어 동생을, 엄마를 혹은 할머니를 돕게 해야 한다. 이를 강요하거나 당연시하는 건 부모로서의 월권행위이다.
첫째가 희생하는 시대는 지났다. 첫째로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지 못할까 봐 동생을 낳지 않는다는 어느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첫째 엄마는 이를 부정할 수 없었고 인지하며 별아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그 작은 마음을 엄마가 억지로 넓히지 않겠다고
넓고 큰 배려하는 마음은 억지로 시켜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행여나 동생 때문에 하기 싫은 배려를 해야만 했다면, 화 또는 짜증이 난 엄마 아빠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면 둘만 있을 때 이야기를 나누며 서운했던 것도 풀어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꼭 갖는다. 별아이에 대한 사랑이 아직도 1등임을 잊지 않게 이야기해주고, 화난 마음 짜증 난 마음은 금방 깨어져 버리는 유리 마음이라고, 그리고 그 유리 마음을 기억하기보단 사랑이 가득한 강철 마음을 기억해 달라고, 그렇게 부탁도 하고 노력하겠다 별아이에게 다짐도 해 본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원래 엄마가 아니었던지라 부족한 게 많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함께 겪어가며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별아이의 가슴에 스크래치 내는 건 절대 원하지 않는다. 스크래치가 나지 않도록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위해 엄마 아빠는 함께 이야기하고, 스크래치가 날 것 같은 부분을 대화라는 연고로 낫게 해서 상처로 남지 않게 한다. 단, 꾸밈이 있는 가벼운 대화가 아니라 진중하고 솔직하고 담담한 대화여야 한다.
애가 뭘 알겠어, 하는 생각은 대화를 멎게 한다. 여섯 살 별아이도 엄마인 내가 몰랐던 것들을 많이 느끼고 기억한다는 사실에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한편으로 안도했다. 나를 이해해 줄 수도 있겠구나.
오늘도 너를 무척 많이 사랑해,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사랑이 넘치게 보내줘서 고마워. 웃는 네 얼굴만으로도 엄마는 너무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