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들 때 사랑하는 방식
커피 한잔에 하루의 행복이 정해지는 듯했다. 출근을 할 때면 매일 아침 참새가 방앗간 지나치지 못하듯 카페에 들른다. 고소한데 부드러운 철 맛 같은 라떼의 한 모금에 온 몸에 생기가 돋는 듯했다.
같은 기계와 같은 바리스타여도 그날그날의 커피콩 상태와 습도와 심지어 바리스타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는 그런 커피의 단아함, 그 속의 신선함을 나는 사랑했다. 그 한잔이 주는 효익을 돈으로 계산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렇듯 나는 매일이 다른 이 녀석을 꾸준히 좋아했고 녀석의 변화 자체를 그냥 그렇게 좋아했다. 커피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손에 들고 있는 그 커피를 사랑하는 것처럼
무던히 그냥 사랑하라
예민한 어느 날, 몸이 너무 무겁고 목소리도 안 나온다. 가만히 커피를 마시며 긴장된-딱히 잘못하거나 아옹다옹할 일이 없어도 엄마의 말수가 줄어든 그런 날-분위기 속에서 마음이 너무 무거워졌다. 아이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숨 막힘일 테다. 마음을 풀어야 한다.
왜 어제는 되는 일인데
오늘은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순수한 그 질문이 커피를 매만지는 나의 머리에 강렬한 어지러움을 준다. 그랬다. 엄마는 커피를 사랑하는 그 충성심보다 별아이를, 그리고 두찌를 사랑하는 마음엔 까다로웠던 거다. 나는 커피가 어떻든 간에 열렬히 꾸준히 무던히 사랑했고 그리고 사랑하고 있는데, 정작 아이들에겐 나의 감정을, 나의 상태를 반영하여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못난!!
엄마도 사람인지라, 밤을 설치거나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기라도 하면 온 몸이 쑤시고 무겁다. 컨디션이 하루하루가 다른데, 문제는 이런 컨디션에 따라 아이들에게 향하는 사랑의 표현이 덜해지기도 하고 어쩔 땐 예민 보스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땐 사람인 것이 미안할 정도다. 사람이길 포기하거나 무시하거나 혹은 모른 척할 수가 없다. 아이들에겐 참 변덕쟁이 거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반전은 그러다 지나가면, 또다시 평화가 찾아오고 사랑의 새들이 지저귄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런 날들이 미안하고 민망하다.
엄마의 모든 상황을 배제하며 아이들을 매일 똑같이 사랑할 수는 없다. 그냥 그렇게, 무던하게. 오늘의 엄마가 어떻든 그 상태 그대로 그냥 사랑해 주어야 한다.
엄마의 사랑에는 큰 힘이 있어서 아이들은 그 사랑을 아주 잘 느끼고 받아들인다. 매일매일이 행복한 엄마가 아닐지라도 속상하거나 자괴감을 갖진 말자. 마음이 힘든 엄마의 사랑도 아이들은 그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화나거나 우울하거나 슬플 때 지켜야 할 규칙
1. 화풀이하지 말 것
-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판단하자. 결코 아이들이 그 대상은 아닐 것이다.
2. 못된 말을 직접 하지 말 것
- 가슴에 박힐 못을 만들지 말자. 그 못도 지금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3. 때리지 말 것
- 그 어떠한 말과 변명과 이유에서도 하지 말자.
4. 한 템포 쉬고 말할 것
- 예민할 때는 입에서 칼이 나온다. 아이에게 날카로운 칼을 겨누지 말자
5. 방치하지 말 것
- 절대 방치하지 말자. 안전사고는 이때 발생한다
집에 있으면서 매일매일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줄 고민, 기준보다 행복하게 지내지 못했을 때 갖는 자괴감 등의 복잡한 감정에 엄마들도 힘이 빠지는 시기이다. 아이들을 항상 같은 수준으로 행복하게 사랑을 줄 수는 없음을 인정하자. 그리고 내 맘에 곧게 자리 잡은 사랑의 뿌리에 자신감을 갖자. 나의 예민함을, 우울함을 혹은 화를 아이에게 뿌리기보다 그런 감정을 돌려 돌려 하나씩 풀어버리자.
몸이 한참 힘들 때 ‘엄마의 기쁨을 위한 시간’을 정해두고 커피 타임을 만들었다. 그런 감정과 상태는 한잔의 시원한 라떼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것이 라떼든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든 따아든 심지어 레몬 물 한 잔이 됐든, 하나의 루틴을 만들자.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털어버릴 수 있는 장치를 정해두고 아침을 열면 그날의 감정에 큰 도움이 된다. 잠시의 감정은 곧 흩날리듯 보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고개를 다시 든다. 다시 웃는 내가 멋쩍지만 돌아온 웃음에 아이들이 웃는다. 나의 삶에서 이 웃음이, 이들의 존재가 한몫 톡톡히 한다는 것-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 오늘은 인생의 동반자, 라떼로부터 사랑의 깨달음을 얻는다.
나가자!
엄마의 작은 기쁨으로 오늘 놀 준비 완료다!! 어디로 갈까?
신나게 나서는 별아이의 뒷모습이 고맙다. 활짝 웃는 두찌와 쨍쨍거리는 햇볕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잠깐의 흐린 구름이 스친다 해도 곧 따사로운 햇살은 비치기 마련이다. 흐린 감정을 길게 갖고 가지 말자. 햇살은 구름과 상관없이 여전히 계속해서 우릴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