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방구석까미노 2]
33명 리스본 사람을 단체 멘붕에

포르투갈까미노 2. 모스까비데 ~ 빌라 프랑카 데 시라

by Roadtripper


Day-2 : 모스까비데 ~ 비야프랑카 데 시라

2019.04.23 _ #포르투갈까미노 2nd day


- 구간 : 모스까비데 Moscavide - 빌라 프랑카 데 시라 Vila Franca de Xira

- 거리 : 33.2km

- 난이도 : ★★☆☆☆

- 숙소 : DP Hostel (Private, 40유로)



새벽 4시. 인기척에 깨어났다. 포르토에서 온, 지난밤 호스텔에 같이 묵었던 그녀가 런던행 비행기를 타러 가려고 먼저 일어났다. 잠결에 부스스 인사를 하고 다시 누웠지만 잠이 올 리 없었다. 다시 일어나 일기장과 가이드북을 꺼냈다. 어제 있었던 일들을 끄적이고, 가이드북을 펴 오늘 걸을 길을 살핀다.

가이드북에서는 리스본에서 시작해 알베르카Alverca까지 32.2km를 하루에 걷기를 권하지만, 어제 10km만 걸었으니 오늘은 계획을 다시 짜야한다. 알베르카까지 갈 것인지, 어제 못 걸은 만큼 더 걸을 건지 결정은 순전히 내 몫이다. 90일간 유럽에 있을 계획으로 왔으니 시간은 충분했다. 리스본과 알베르카 사이에 공장지대가 있다는 얘기에 공장지대는 버스로 건너뛰려고 차편도 검색해본다. 걷든 버스나 기차를 타든, 일단 정보는 알아두고 나중에 선택하면 될 일이었다.

h_31aUd018svc1ak7gkapbhvvy_wocx9r.png


07:58

새벽에 가랑비가 흩뿌렸는지 땅이 젖어 있지만 리스본 구도심 쪽 하늘은 새파랗다. 지도를 보고 근접한 카미노 루트를 찾아가려고 폰과 맵을 번갈아 보려니 이내 빗방울이 듣는다. 배낭 바깥 주머니에 두었던 비옷을 꺼내 뒤집어 썼다. 까미노 루트가 진행되는 다음 마을 진입로까지 직행하면 20-30분만에 닿을 테지만 굳이 빙 돌아 테호 강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유명한 바스코다가마 다리를 보고 가자 싶었다. 한참 돌아가긴 하지만 이 때 아니면 언제 또 굳이 이 강과 다리를 보러 이곳까지 올 건가 싶어서.

4_d1bUd018svch9eds64yp9me_wocx9r.png


찻길 옆 좁은 도로를 지나, 지나가던 차가 도로에 괸 빗물이라도 튀길 세라 풀숲으로 바짝 붙어 걷는다. 20이나 걸었을까. 강변 공원을 알리는 Parque do Tejo 이정표가 보인다. 공원 입구 안내판에 공원 전체 맵이 그려져 있고, 강변길에 카미노 표기까지 되어 있다. 익숙한 조개 마크에 반갑고 안도감이 든다.


강으로 다가갈수록 웅장한 바스코다가마 다리의 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흐려 하늘도 주위도 온통 회색이다. 회색 구름에 가려 그 거대한 다리의 저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 삭막하고 조용하지만 이대로 떠나면 아쉬울듯 해 잠시 혼자 있는 고요한 풍경을 즐기기로 한다. 까미노 직전 정리했던 아이폰 음악 리스트를 뒤지다 한곡 골랐다.


이상은의 ‘언젠가는’.

내가 섰던 장소와 날씨, 기분과 제법 잘 어울리는 선곡이다 싶었다. 언제 들어도 반쯤 몽환적인 듯한 현악기 사운드와 함께 전주가 흐르고, 나도 입을 달싹이며 따라 부를 준비를 한다.

5_b1cUd018svcweaii5bkk2br_wocx9r.png


“젊은 날엔...”

첫 마디도 나오기 전, 네 음절 딱 부르고 멈췄다. 젊은 날엔… 하는데 예상치 못하게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순레길을 걷다 보면 한두어 차례 울게 되기는 한다. 광활한 자연이 너무 아득해서, 혹은 그에 손 닿지 않는 내 존재가 너무 작음을 실감해서… 아니면 순례길 전 각자가 처했었던 환경, 어떤 사건 등… 맘에 응어리졌던 한두가지 사연 쯤은 있을 나이다. 마흔 셋은.


첫 까미노였던 프랑스길을 걸을 땐 거의 순례가 끝나가던 어느 비오던 날, 지평선 끝까지 갈색 밀밭이 가득하던 메세타 지역에서 대성통곡하며 엉엉 운 적이 있었다. 발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면서. 그날따라 마침 함께 걷던 일행들과 헤어져 얼마간의 거리차를 두고 걷던 귀한 자유시간이어서 가능했다.

그런데 이번은 그 시기가 너무 빨리 왔다. 10km 걷고 나가떨어졌던 첫날을 완전히 공치고, 이제 겨우 둘쨋날인데. 그것도 막 걷기 시작한 아침인데 말이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가는 건 한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내가 더 이상 젊지 않다고 생각했어서였을까. 한번 터진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내가 더이상 젊지 않은 것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있는 것도, 젊음도 사랑도 모르고 떠나 보낸 시간도, 그외 모든 것이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지경이었다. 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오래 울지 않고 살았었는지 묵혀뒀던 눈물이 봇물 터지듯 한번에 흐르는 기분이었다. 마침 비 내리는 테호 강변엔 아무도 없었고, 한강 보다 더 큰 강 앞에 서 있으려니 울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듯 싶었다. 그러나 아무 제어없이 감정을 풀어놓자 뜻밖에도 5분 만에 눈물이 수그러들었다. 특별히 사무친 감정은 없었나보다. 다행인가? ;


강도 보고, 한바탕 눈물도 쏟았으니 이제 제대로 걸어보자며 매무새를 정돈했다. 비가 내렸다그치기를 반복했고, 강바람에 우비가 펄럭이던 참이었다. 우비를 벗고, 젖은 땅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레인자켓을 턱까지 잠그고 모자를 뒤집어 썼다. 배낭을 매서 허리, 어깨 버클을 빡빡하게 조인 다음 다시 우비를 뒤집어 썼다. 마지막으로, 예쁜 풍경이 나타나면 언제든 수월하게 아이폰을 꺼낼 수 있도록 손과 팔 움직임을 점검하고 있으려니 리스본 도심 쪽에서 몇몇의 사람이 걸어오는 게 보인다. 서너명이었다가 예닐곱, 그 뒤로 제법 많은 사람이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g_h1cUd018svc1xr3wzct8hpgp_wocx9r.png




걸어오는 33인의 포르투갈 순례자들


다들 노란 형광조끼를 입은 걸 보니 어떤 단체에선가 함께 걷는 사람들인 모양이었다. 호스텔을 나서서 강변에 닿기까지 출근 차량 행렬과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학부형과 몇몇 리스본 시민을 지나치기는 했지만, 걷는 사람들을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혼자 있던 강가에서 한바탕 울고난 뒤라 어째 쓸쓸하고 적막한했었는지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사람들이 가까이 오는 걸 흘깃 지켜보며 마지막으로 매무새를 정돈하고, 나도 걷기 시작했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이내 그들 중 선두에 걷던 몇몇이 나를 추월했다. 발끝에 탄력이 실린다. 혼자 걸으면 호젓해서 좋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칫 걸음이 느려진다. 쉽게 피곤해지고 이내 지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잠깐 동안에도 그들은 빠르게 나를 지나쳐갔다. 등에 적힌 알파벳을 보니 영어는 아닌 것 같고, 포르투갈 사람들인냥 싶었다. 의미는 알 수 없었다. 모두 같은 글자인 걸 보니 같은 그룹인 게 분명하다.

3_f1dUd018svc1968hocmpb6o_wocx9r.jpg



모처럼 보는 사람들이 반가워 신난 발걸음으로 따라걷다가 아이폰을 꺼내 포르투갈어로 뭐라뭐라 쓰인 그들의 뒷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온통 무채색인 그날 풍경에 그들의 발광하는 형광 노랑 조끼색이 제법 잘 어울렸다. 그러다 이들을 사진에만 담아두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들의 빠른 걸음 속도에 맞추지는 못 하겠지만, 이렇게라도 엉겁결에 그들의 발걸음을 좇다 보면 따라걷는 구간만큼은 나도 빠른 속도로 통과할 수 있겠다 싶었다.


리스본 도심에서는 어제 출발했지만, 10km 겨우 걸으며 도심을 벗어났으니, 실제 순례 첫날은 오늘이나 마찬가지인 셈. 힘은 넘쳐났다. 연신 그들의 뒷모습, 테호 강과 그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아이폰에 담다가 말을 걸어보기로 한다. 2-3분 전부터 나보다 조금 앞서 걷고 있던 초록색 레인코트를 입은, 그나마 내가 보폭 맞추기 그리 힘겹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종종걸음으로 따라걸었다. 몇 걸음 걷다가 조심스레 불러봤다.


“Hello?”

“...”

못 들었나? 별 기척 없이 걷는 초록색 순례자.

여전히 비가 오락가락했고, 바람에 우비가 펄럭여 작은 소리는 못 들었을 수 있다.


“Hello?”

다시 불렀다. 여전히 비슷한 상황. 포기할 법도 한데, 둘쨋날이니 부러 일행을 만들어서라도 부지런히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여전했다. 다시 불러보기한다. 이번엔 더 가까이 다가가서 조금 더 큰 목소리로.

a_01dUd018svc7lir5m1sya8r_wocx9r.png


“Hello?”

“...Hello?”


초록색 레인코트가 드디어 돌아봤다. 뭥미? 하는 눈빛으로 돌아보는 얼굴에 잠시 주춤했다. 헉. 거의 은발. 할머니였다. 그런데도 그 짱짱한 발걸음이라니. 빠르게 앞서 걷는 사람들은 아마 더 젊은 사람들이었을 걷다. 그러니 따라잡기 힘들지… 물론 평소 운동부족인 내가 잘 못 걸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서양인들의 내구성이란 정말이지 감동할 만하다.


순례길에서 다른 순례자를 만나게 될 때 나누는 초기 인사법을 공식에 따르듯 읊어나갔다. 덕분에 빠른 시간에 서로의 국적, 소속, 출발지와 도착지 등을 파악했다. 이름은 제르투르드Gerturdes. 복잡하면 그냥 G라고 부르라는 할머니의 영어발음이 훌륭해 물으니 외국에서 공부했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하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어쩐지. 유창하시더라니. 그룹 소개도 덧붙였다. 이들은 리스본의 한 교구 성당 소속 사람들이었고, 모두들 파티마로 향하고 있었다.


#파티마 는 세계적인 카톨릭 성지 중 한 곳이다. 포르투갈 사람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자리한 이베리아 반도 사람들은 신심 깊기로 유명하지만, 특히 성모가 발현했다고 알려진 파티마는 포르투갈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성지이다. ‘일생에 꼭 한번 방문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 여러 차례,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파티마를 향해 걷는 국가적 성지이다. 그리하여 매년 5월이면 포르투갈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파티마를 향해 걷는 민족대이동이 전개된다. 우리의 추석, 설 명절처럼.

N2232d_0.jpg


이들 역시 그런 무리들 중 하나였다. 그러고보니 포르투갈 순례를 준비하며 읽은 #김효선 씨의 책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포르투갈을 만나다> 편이 기억났다. 저자는 포르투갈길을 걷다가 어느 마을 알베르게에서 단체로 걷는 포르투갈 순례자들을 만나 한끼 식사를 함께 한다. 지원차량이 배낭을 싣고 따라가며 파티마에 닿기까지 순례자들을 서포트한다. 배낭을 직접 메고 걷지 않아도 된다는 건 큰 다행이지만, 그것 외에는 모든 길을 걸어서 이동하며 함께 밥먹고, 함께 잔다. 가끔 알베르게에서 자면 다행이지만 순례자들이 넘쳐나는 시기에 마땅한 숙소가 확보되지 않으면 성당 혹은 공공기관 관련 기관 홀에서 자야하니 마냥 편하지만도 않다.


이야- 책에서 읽은 얘기가 현실에 나타나다니. 뭔가 더 신나는 기분. 그들의 순례와 파티마, 포르투갈에 대해 이것저것 물으며 종종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그룹 사람들은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지나갔고 그들 중 일부는 함께 걷는 나를 흘깃 쳐다보며 무표정하거나, 혹은 웃는 얼굴로 지나쳐갔다. 영어를 구사하는 몇몇은 대화에 끼어 서로 이름도 모르는 채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그렇게 20여분을 걸었을까. G가 물었다. 너도 파티마로 갈 거면 배낭을 그들 차량에 싣고, 함께 걷겠느냐고. 세상에. 웬 횡재람. 어제 힘들다고 징징거렸더니 하느님이 하루만에 천사들을 보내주셨나?


아마 대부분 No, thanks 했을 것이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배낭을 맡겨? 하지만 난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번에 예스다. 이게 웬 떡이냐며 덥썩 예스. 땡큐 베리머치 했다. 선뜻 대답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데, 일단 내게 썩 나쁜 일이 생길 리가 없다.라는 막연한 믿음이 늘 있다.

4년 만에 힘들게 찾아온 먼 곳에서, 그리고(거의) 순례 첫날에, 성지로 향하는 성스러운 길 위에서 만난, ‘순례’라는 성스러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게 사기칠 리가 없다. 그리고 사람들 인상도 좋아보이잖아? 15kg이나 되는 배낭 덩이를 던져놓고 5일간 고스란히 걷는 데 집중할 수 있다니,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있겠나. 난 정말 복받은 사람이라며, 성당에 안 나간 지 한참이나 됐지만 새삼 감사하다며 맘 속으로 읊조렸다.


그리고 곧 테호 강이 끝나는 곳까지 왔다. 강을 오른편에 두고 왼쪽 길로 접어들며 도심으로 방향을 튼다. 여전히 물가를 따라간다. 폭이 좁은 물길 너머 저편으로 흐르는 강은 트란카오. 같은 곳에 같은 물이 흐르는데 이름이 달라진다. 한강은 강북에서 봐도, 강남에서 봐도 한강인데 말이다.



곧 단체 멘붕에 빠질 33인의 포르투갈 사람들

리스본에서 10-12km 쯤. 사카벵 직전 공터 아래 그룹 사람들이 모두 멈추었다. G와 함께 다가가니 이미 도착한 일행은 다리 밑에서 죄다 비옷을 벗고 물기를 털어내는가 하면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시선은 일제히 G와 나를 향해 두고서. 평화로운 우리 성당 모임에 저 침입자는, 게다가 동양 여자는 누군가 싶은 눈빛이랄까.

b_41eUd018svc1crq1m8ngmcyo_wocx9r.png


공터 한쪽에 주차된 낡은 승합차 뒷문이 활짝 열려 있고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가 차에 실은 물건들을 분주하게 내리고 있었다. 야외용 식탁 서너개가 재빠르게 펼쳐졌고, 눈이 휘 돌아갈 만한 먹을거리들이 순식간에 등장했다.

대용량 와인, 2-3 종류의 케이크, 2-3종류의 쿠키, 초코볼, 커피, 2-3종류의 주스, 사과와 오렌지, 바나나, 생수까지. 과일과 물을 제외하고는 고칼로리, 고탄수화물 음식들이지만 걸으며 급히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딱 좋은 음식들이다. 누구랄 것 없이 테이블을 에워싸고 주전부리를 하나씩 입에 물었다. 한쪽에 멀끔히 서 있기엔 너무 변죽 좋은 나는 함께 먹자며 부르는 사람들의 다정한 손짓에 얼른 테이블 옆으로 다가가 와인 한 잔과 초콜릿 빵 한조각을 입에 물었다.

3_b1fUd018svckbfdxz38zjy0_wocx9r.jpg


난 누구, 어제 리스본에서 걷기 시작해 오늘이 이틀째이고, 산티아고까지 걸어갈 거다. G의 제안으로 파티마까진 함께 걸을 거다. 함께 걸어도 괜찮겠어? 를 시작으로… 끝도 없는 문답 파티가 이어졌다. G가 묻고, 내가 예스 했을 따름인데 누구도 불만을 표출하거나 싫은 내색이 없다. 흔쾌히 일행으로 받아들이곤 옛날 우리 시골 인심이 그랬을까 싶을만치 이것저것 먹을 것을 권하고 바짝 다가와 얼굴을 바라보고, 웃고, 얘기하는 사람들. 이런 거리낌없음이라니. 초면엔 다소 낯을 가리는 나지만 그 허물없고 다정한 분위기에 경계심이랄 것도 없이 마음이 노곤노곤해져 얘기에 끼어들었다.


리스본에서 10km 지점쯤 되는 사카벵이 이들에게는 그날의 첫 휴식 장소. 이날 거의 35km를 걸으며 대략 5-6km 마다 멈춰서서 이렇게 먹고 마시며 쉬어간다고 G가 설명해준다. 지원 차량을 운전하는 50대 중반쯤 되어보이는 루이스는 뭔가 먹을 겨를도 없이 사람들을 챙기더니 이내 내게 다가왔다.


G가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내 소개를 했고, 소개를 두고 자기들끼리 포르투갈어로 소식을 전했는지 내게 뭔가 묻지도 않고 대번에 내 배낭을 받아들고선 필요한 건 꺼내라고 하더니 차에 싣는다. 이 순간에도 전혀, 나는 아무 걱정이 없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내 가방을 싣고 내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따위 1도 하지 않았다. 저들은 선량하고 순박한 리스본 어느 성당 사람들이 아닌가. 성스러운 곳을 향해 성스러운 길을 걸으며, 낯선 동양여자에게 선뜻 음식과 물을 권하고 무거운 배낭까지 실어다 주겠다고 자처하는. 그야말로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들이었다. 서로 빙긋이 미소를 띤 채 얘기를 나누면서도 가끔 나와 눈이 마주치면 맑게 웃었다. 모르는 동양여자의 가방을 차에 실은 대가로 불과 6시간 뒤, 단체 멘붕에 빠지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말이다. ㅎㅎ





#카미노산티아고 #까미노데산티아고 #포르투갈순례길 #포르투갈까미노 #포르투갈카미노 #포르투갈순례 #리스본 #사카벵 #비야프랑카 #비야프랑카데시라 #파티마 #파티마순례 #산티아고순례길 #까미노포르투갈 #리스본포르투갈 #포르투갈 #까미노산티아고 #순례길종류 #까미노종류 #포르투갈성지순례 #리스본출발 #포르투갈센트럴 #센트럴구간 #센트럴루트 #포르투갈까미노센트럴 #포르투갈순례길센트럴 #포르투갈센트럴루트 #포르투갈센트럴길#산티아고순례포르투갈길 #산티아고포르투갈길 #스페인포르투갈여행 #포르투갈길걷기 #스페인걷기 #순례길걷기 #유럽걷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