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까미노 4. 발라다 ~ 산타렝
발라다 ~ 산타렝
- 구간 : 발라다 Valada ~ 산타렝 Santarem
- 거리 : 19.8km
- 난이도 : ★★☆☆☆
- 숙소 : N1 Hostel (Private, 40유로)
지난밤, 리스본 성당 그룹 사람들과 로컬 만찬을 즐기곤 느즈막히 숙소로 돌아와 느즈막히 잠들었다.
비에 젖은 신발과 옷가지, 빨래 등을 정리하느라 취침 시간이 늦어지는 만큼 다음날 기상시간도 늦어지게 마련이었지만 이 사람들과 함께 걷는 한 재빨리 걸어 숙소를 선점해야 한다는 등의 자질구레한 걱정은 덜어두었다.
리스본을 벗어나며 테호 강가에서 마주친 이들 리스본 성당 그룹에 스리슬쩍 합류한 이후 하루치 걷는 거리는 물론이고 출발과 휴식 및 도착 스케줄, 식사, 숙소까지 #파티마 에 닿는 5일간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할 예정. 아마 혼자 걸었다면 파티마는 내 순례 여정에 포함되지 않았겠지만 뜻밖에 내 앞에 떨어진 33명의 포르투갈 사람들과 더불어 파티마까지 같이 가라는 게 이번 까미노의 첫 선물이려니하며 엉겁결에 함께 걷는 참이었다.
전날 비바람 맞으며 도착한 #발라다 에는 #알베르게 가 없어 함께 걸었던 일행은 발라다 성당 바닥에 매트와 침낭을 깔았고, 그룹에서 나이 많은 축에 드는 제르투르드와 나는 성당에서 3km쯤 떨어진 펜션에 숙소를 정했었다. 리스본 시민들 근교 휴양지인 발라다에는 개인 별장 역시 많은데 이 펜션 역시 개인 별장으로 쓰이던 곳인지 아주 단순한 구조 건물에 큼지막한 침실 몇 개가 긴 복도로 연결되고, 넓은 거실에 소파와 벽난로, 식사 대형 테이블 등이 놓여 있었다.
아침에 눈떠 창밖을 내다보니 넓은 펜션 정원에 풀어둔 양들이 침실 바짝 가까이에 몰려 있다. 전날만 해도 어느 구석에 숨었는지 뵈지 않더니 밤엔 건물 가까운 곳에 자는 모양이었다. 하늘은 그새 파래졌는데 새벽까지도 빗방울이 날린 건지, 이슬이 내린 건지 양가족이 모두 물에 흠뻑 젖어 풀을 뜯고 있다. 거실 테이블 한가득 빵과 햄, 치즈, 버터, 잼 2-3종류, 우유와 주스 몇 종류, 커피까지 차려져 있다. 숙소에서 키를 건네주고 침실만 알려주고서 주인은 리스본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었는데 새벽같이 아침을 차려주러 온 건지 앉아 먹기만 하면 되도록 이미 셋팅이 끝났다.
사실 제르투르드가 미리 예약한 곳인데 함께 가겠느냐고, B&B 가격이 25유로라고 알려주어 따라왔는데 나중에 #존브라이어리 #가이드북 을 열어보니 책에도 소개된 곳이었다. 25유로에 넓고 깨끗한 개인 침실, 공용(이지만 숙소에 침실이 서너개 밖에 없어 깨끗하고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은) 욕실, 훌륭한 아침식사까지 모두 포함되는 걸 감안하면 썩 괜찮은 딜이다.
제르투르드와 함께 천천히, 식탁 가득 차려진 아침을 배가 부르게 먹고 가방을 꾸렸더니 마침 루이스가 지원 차량을 운전히 픽업하러 왔다. 일행이 묵은 발라다 성당으로 가 일행에 합류하고 함께 출발할 예정.
빈손으로 다녔던 첫 까미노 때와 달리 #포르투갈까미노 앞두고는
존 브라이어리 가이드북을 챙겨갔는데
길을 걸으며 가이드북을 펼쳤다접기를 반복할 순 없을 것 같아
매일 아침 출발하기 전, 해당 페이지를 찍어 다녔었다.
#리스본 인근 휴양 명소라더니 #발라다 를 흐르는 테호 강변에 요트가 정박해 있다. 5월로 접어들면 이곳에서부터 요트를 타고 테호 강을 따라 리스본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지금은 이미 칠순이 훌쩍 넘어 호호 백발이 되었고, 교편을 잡았던 대학에서도 은퇴해 마냥 자유롭다던 제르투르드도 이곳에서 동생들, 남자친구, 그외 친구들과 함께 요트 타며 여름을 보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 가장 왼쪽, 앙골라 출신 엘사를 비롯해 모두 33명의 리스본 성당 그룹 사람들. 매일 아침 출발 전, 식사 후, 그리고 가끔 길을 가다가도 멈춰 서서 간단하게 단체 미사를 드렸었다.
역시 신앙심 깊은 포르투갈 사람들.
강변을 따라 방파제가 길게 이어지고, 까미노 루트 역시 방파제를 따라 북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휴양도시 발라다 외곽엔 거의 이런 풍의 큰 별장이 들어서 있다.
발라다를 벗어나면 제대로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리스본에서부터 이어졌던 공장지대는 발라다를 기점으로 끝났고, 이제부터는 그저 편안한 흙길이다.
이날의 첫 브레이크타임.
진행 방향 따라 걸으니 길 한켠에 스포츠 포토그래퍼, 루이스가 운전하는 지원 차량이 멈춰 서 있고 상을 차리느라 분주하다.
#포르투갈와인 #주스 #생수 #과일 #초컬릿 #케이크 #견과류 #빵 까지 한가득.
지나가는 다른 순례자도 빈 손으로 보내지 않는다. 오렌지라도 하나 쥐여보내는 착한 사람들.
리스본을 출발한 첫날 온종일 혼자 걷다가, 이 사람들을 만난 이후론 이들과만 함께 걸었는데 나와 이들 아닌 다른 순례자를 본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대학생이라는 이탈리아 여자가 4월말 뜨거운 포르투갈 햇살을 받으며 커다란 배낭을 메고 지나쳐갔는데, 이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지원 차량에 배낭을 맡기고 맨 몸으로 가볍게 걷는 내가 왠지 반칙하는 것 같아 께름칙한 듯도 하고... 왠지 어색한 기분이 든 것도 이때가 처음.
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포르투갈까미노 초반 5일을 함께 했던 이 사람들과 만남이 우연은 아니었을 거라 믿는다. 파티마에서 이들과 헤어진 이후 포르투갈까미노를 걸으며 숱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비슷한 일정으로 리스본에서부터 까미노를 시작한 어느 누구도 나처럼 포르투갈 사람들과 연이 닿았던 사람이 없었다. 파티마 성모마리아 발현 기념일에 가까운 때라 포르투갈에서 전국적으로 파티마순례객들이 넘쳐났는데도 말이다. 인프라 부족한 포르투갈 까미노 루트 초반을 안전하게 함께 걷고, 계획에 없던 파티마순례를 하란 계시려니 싶다. 세례 이후 성당 간 날짜를 손에 꼽을 정도로 날라리 카톨릭 신자이지만 말이다.
4월 말 무렵의 포르투갈, 특히 리스본 인근 중남부는 이미 더워서 한낮에 웃통 벗고 뛰는 남자들이 제법 많다.
전날밤 종일 내렸던 비로 길을 거의 막은 웅덩이를 피해가는 사람들.
이때만 해도 다들, 아니 나는 몰랐었다.
이렇게나 하늘이 맑고 파란데 한시간쯤 뒤 곧 사나운 비바람이 불어제낄 거라는 걸;
토마토, 감자, 양파 밭을 한참 지나 이곳은 포도밭.
하늘 저편 끝에서부터 구름이 심상찮게 몰려오고 있다;
그리곤 말도 안 되게 거센 바람이 불어왔고, 비도 쏟아졌다.
너무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고 강풍이 불어와 혼비백산 하느라 사진은 없다.
그나마 비바람이 한풀 꺾이고 난 후 첫사진.
10분 가량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그새 세상이 흥건하다.
사진 젤 오른쪽 카키색 레인커버를 뒤집어 쓴 사람이 지원 차량을 운행하는 스포츠 포토그래퍼 루이스 아들, 필립이다. 필립 역시 리스본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포토그래퍼. #호날두 등판 경기엔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포토 프레스로 취재하러 간다고.
거짓말처럼 비바람이 후루룩 몰아쳐놓고선
또 거짓말처럼 먹장구름이 물러가 파란 하늘이 드러났고 금세 땅도 거의 말랐다.
하지만 하늘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레인커버를 벗을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걷는 중.
어느덧 산타렝 언저리. 다소 이른 런치타임이다.
이날 스케줄은 산타렝까지 채 20km가 되지 않는다.
신선한 여러 종류 채소에 페타 치즈, 체다 치즈, 식빵 크럼블과 견과류를 넣고 신선한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비네거를 버무린 풍성한 샐러드, 조리된 파스타와 닭다리 등 마트에서 구입한 조리 식품이지만 이미 훌륭하다. 여기에 스페인빵에 비할 데 없이 맛있는 포르투갈빵, 주스 몇 종류, 커피와 와인까지 점심이 거하다.
지대가 우뚝 솟은 산타렝에 근접한 고가 아래에 펼쳐진 즉석 상차림. 사진 찍느라 뜸들였더니, 엘사가 함께 먹자며 또 챙긴다. 사실 엘사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와인을 떠다 주고, 디저트를 챙겨주느라 분주하다. 대체 내가 무슨 착한 짓을 했길래 사흘 전까지 생판 모르던 이 사람들 틈에 끼여 살뜰하게 챙김 받으며 안전하게 걷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
20km 남짓 거리를 걷는데 소요시간은 끽해야 5시간 언저리. 금방이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마저 걸어 산타렝 시내로 접근하는데, 아직 오후 1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 태양이 뜨거워지는 시각인 데다 점심 먹으며 마신 와인 두 잔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리고 리스본을 출발한 이래 처음 나타나는 오르막이다.
#포르투갈까미노 에서 존 브라이어리 가이드북이 참 유용했는데
고도와 거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저 이미지에서 산타렝으로 접근하는 오르막을 올라가는 중.
긴 평지 끝 오르막이라 갑자기 난코스가 나오나 싶지만 막상 고도는 100미터 겨우 넘는 정도. 그래도 태양과 와인에 얼굴은 잔뜩 달아올랐고, 처음 나타난 오르막에 숨이 편치 않다. 헥헥거리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려니, 전날 맨얼굴에 썬크림을 철퍽 발라주었던 끌라라가 옆으로 와 함께 걸으며 우리가 지금 향하는 #산타렝 이 어떤 곳인지 설명하려 열심이다.
1974년, 포르투갈에서 일어났던 #카네이션혁명 은 나도 얼핏 들은 기억이 있다. 전후 사정은 모르겠고, 시민들이 군인들의 총구에 카네이션을 꽂아주어 그런 예쁜 이름이 붙었다는 것만 아는 정도였던 터라 끌라라 설명에 혁명의 무대가 포르투갈이었구나 싶다. 독재, 쿠데타, 혁명 발생지 라는 등의 단어가 띄엄띄엄 들려오는데... 이미 뜨거운 포르투갈 햇살과 와인에 익은 나는 제정신이 아니고, 나와 끌라라 모두 타국어로 난해한 얘기를 이어가려니 힘들긴 마찬가지. 더듬더듬, 몇 번이고 영단어를 고쳐가며 이어지는 끌라라의 설명에 가능한 열심히, 그리고 강하게 호응했지만 알아들은 건 절반쯤. 나중에 검색해야지 하며 걷다가 어느덧 산타렝에 닿았다.
우리나라 경주에 비할 수 있을까. 그리 크지 않은 중소 도시 곳곳 푸른색 #아줄레주 타일이 그려진 건물이 많이 눈에 띄는 산타렝 시내. 그저 평화로워 보이는 소도시에서 혁명이 시작되었다니, 에너지만은 대단한 곳인가 한다.
산타렝 시내에 들어온 일행은 미리 이곳 수도원을 숙소로 예약해둔 터라 일행과 함께 수도원으로 향했다. 수도원 마당에 정차한 지원차량에서 배낭만 받아든 나는 다른 숙소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만나기로 스케줄을 조정했다. 리스본을 출발한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도시이고, 일찍 도착한 터라 혼자 도시를 둘러보고 싶어 오후 시간을 오롯이 따로 쓰고 싶기도 했고.
#산타렝공영알베르게 로 향했으나 마침 정기휴일. 게다가 파티마로 향하는 포르투갈 순례객들이 많은 탓에 인근 #사설알베르게 도 모두 예약이 꽉 찬 상태. 어쩔 수 없이 #존브라이어리가이드북 에 소개된 숙소 중 가장 비싼 오스딸로 향했다. 도미토리 15유로, 프라이빗 룸은 40유로인데 모두 다음날 아침까지 포함한 가격이라는 리셉션 설명에 프라이빗룸을 잡았다. 어차피 따로 숙소를 쓰는 김에 오롯이 혼자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포르투갈순례길 #포르투갈까미노 #산타렝 #까미노산티아고 #까미노준비 #까미노루트 #리스본까미노
#포르투갈까미노루트 #포르투갈순례 #까미노데산티아고 #포르투갈순례길 #포르투갈까미노 #포르투갈순례 #리스본 #사카벵 #비야프랑카 #비야프랑카데시라 #파티마 #파티마순례 #산티아고순례길 #까미노포르투갈 #리스본포르투갈 #포르투갈 #까미노산티아고 #순례길종류 #까미노종류 #포르투갈성지순례 #리스본출발 #포르투갈센트럴 #센트럴구간 #센트럴루트 #포르투갈까미노센트럴 #포르투갈순례길센트럴
#포르투갈센트럴루트 #포르투갈센트럴길 #방구석까미노 #방구석카민 #방구석여행 #방구석포르투갈 #방구석순례길ㅠ #산티아고순례포르투갈길 #산티아고포르투갈길 #스페인포르투갈여행 #포르투갈길걷기 #스페인걷기 #순례길걷기 #유럽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