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길 10일째. 고레가 ~ 또마르
- 구간 : 고레가 Golegã ~ 또마르 Tomar
- 거리 : 32.1km
- 난이도 : ★★★☆☆
- 숙소 : Thomar 2300 Hostel (15유로)
일정 내내 손에 쥐고 다니며 얼마나 펼쳐봤는지
지금은 거의 누더기가 된 #포르투갈가이드북 을 다시 꺼냈다.
#순례길 에서 자주 눈에 띄는 대표적인 #가이드북 이 몇 권 있는데,
지금 다시 봐도 내겐 Jogn Brierly 존 브라이어리 시리즈가 맞는 듯 싶다.
거리 / 고도 / 편의시설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매우 직관적이고,
심지어는 아스팔트인지, 비포장도로인지, 숲길인지
길 컨디션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
#고레가에서또마르 구간은 길기도 하지만,
더 문제는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구간이 많다는 것.
차라리 고도 높은 산으로 세게 한번 뙇 올라간 다음,
다시 그만큼 내려오면 맘의 준비가 확실한데
이렇게 오르락내리락이 반복되면 괜한 피곤함이 극대화된다.
구간이 긴데 반해 중간에 스톱 구간도 없는 편.
맵에서 커피잔 이모티콘이 붙은, 카페가 있는 마을은 있지만
#알베르게 있는 곳은 고레가에서 5km 지점에 하나,
그 외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낫띵.
(물론 호스텔이나 펜션 등은 있을 수 있지만,
이 구간은 그저 농경지대여서 시설이나 뷰에 대한 기대치는 낮춰야 한다.)
이른 아침, 모두가 잠든 고레가에서 출발!
다음 까미노 스팟, 생 까에따노까지 4km.
고레가를 벗어나고,
길게 이어지는 넓은 밭 사이를 가로지르는 포장도로를 밟으며 걷다보면
고만고만한 마을들을 지난다.
그나마도 길 옆에 이정표가 섰으니 분간할 따름이지, 걷고 있는 길 위에선 주위를 둘러봐도 어느 곳에도 '마을'이라할 만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프랑스순례길 걸으며 #메세타 지역을 지나는 듯 묘하게 익숙한 듯도 하다.
마을 이정표나 까미노 표지석에 표기된 숫자와
가이드북에 명시된 거리 수치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정표에는 도시나 마을 경계가 기준이 되고,
가이드북에선 공립알베르게나 마을 중심에서부터 거리를 측정하기 때문.
집 몇 채가 멀찌감치 간격을 유지하며 들어섰을 따름인 작은 마을 생 까에따노.
마을 중간을 가지르는 길을 따라 한 고비 돈다 싶으면 곧바로 외곽으로 연결된다.
마을 입구, 표지판에 써 있던Quinta da Cardigã가 이곳.
방치된 듯 담쟁이가 핑크빗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지만, 창틀 디테일이며 2층 건물 지붕 위로 솟은 원형 탑루까지 로맨틱한 파사드가 생뚱맞다 싶기도한 이곳은 포르투갈 1대 왕, 알폰소 엔리케 D. Afonso Henriques의 옛 궁전. 유럽이 한창 십자군 전쟁 광풍에 휩쓸렸던 시기이던 1168년에 왕이 템플 기사단에 기증했다는 곳이다. 그러고보니 몰타 출장 중 방문했었던 발레타에 있는 '기사단장의 궁전' 건물과 비슷하다 싶다.
클래식한 아치형 석조다리를 건너 들길로 나간다.
본격 휑한 비포장도로 시작.
쨍한 날씨. 벌써부터 햇살이 기세를 더하기 시작한다.
길가 가로수처럼 들어선 선인장 싸이즈를 보면,
이 지역 여름 , 그리고 평균 기후가 가늠이 될 테다.
포르투갈 남부에서 중부로 나아가는 평원지대를 걷는 오늘.
드넓게 펼쳐지는 밭 사잇길을 통과하는 동안 고만고만한 작은 마을들을 끊임없이 지난다.
맑고 파란 하늘이 배경이면 어떤 풍경도 용서되는 걸까.
세월을 머금고 주저앉은 지붕에 굴뚝이 위태하게 선 버려진 농가를 지나는데
역시 점점내려앉고 있 돌담과 잡초 무성 작은 정원도 황폐하기는커녕 포토제닉해보이는 포르투갈 매직.
+ 11km, @Atalaia
벤이다.
아딸라이아 마을로 들어서는 길, 벤과 함께다.
사실 아침 일찍, 어제 묵었던 어제 묵었던 고레가를 빠져나오며 한시간쯤 걸었을까.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밭 사잇길을 타박타박 걸으려니 너무 신나다가
풍경 변화도 없이, 움직이는 게 나밖에 없는 곳에서 혼자 걸으려니 살짝 지루하기도 했었다.
무거운 배낭에 어깨가 짓눌릴 세라 기지개를 켜며 상체를 좌우로 한번씩 돌려보다가
저 뒤 어디쯤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벤을 발견했다.
하지만 아침부터 수다떨며 걷고 싶지는 않아 짐짓 모른 척 하다가
밭길이 어찌나 길게 이어지던지, 더는 지루한 상태로 못 걷게다 싶던 타이밍에
거리를 좁혀 바싹 가까이 다가온 벤이 인사를 건넸다.
피식 웃으며 '혼자 걷고 싶었냐'고 묻는 벤.
이심전심- 아닌가.
역시 피식 웃으며 '이제 혼자 걷고 싶은 시간은 끝났다'고 화답하곤
4km쯤 수다떨며 함께 걸어오던 참이다.
드디어 이날의 첫 카페를 발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멈춰 커피 한 잔, 그리고 요기할 만한 탄수화물을 주문했다.
아침을 새모이만큼 먹는 서양인에겐 적당하고,
내겐 터무니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이 시간엔 달리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없다.
카페를 나와 지방도로를 따라 걷다가 아딸라이아 마을이 끝난다는 이정표가 보이는 순간,
그로우Grou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접어들라는 의미의 휘어진 #노란화살표 가 함께 떴다.
오른쪽 비포장도로로 접어들자마자 대놓고 오르막이 시작된다.
사실 이날 아침 출발지보다 아딸라이아 마을이 50미터 정도 지대가 높기는 하지만,
2-3시간에 걸쳐 완만한 지형이 넓게 펼쳐져 그리 오르막이란 자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상황 급반전.
이곳에서 그로우 라는 고개까지 급경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제부터 태양이 기세를 뿜기 시작할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
#포르투갈까미노 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루트를 정비하느라 요즘 포르투갈엔 공사가 한창인데
산을 깎아놓고 마무리를 못한 건지 바닥이 파헤쳐진 채 자갈과 흙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람이라도 한번 불면 폴폴 날리는 흙먼지는 기본-
신발이 미끌려 바닥을 헛디뎌도 흙먼지가 인다.
고개를 한번 올라오니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교각 위를 지난다.
이제 끝인가? 했는데, 웬걸.
이 지점쯤 '아직 아니구나.' 싶어 짧게 체념했고
여기선 나도 모르게 숲을 깊이 들이쉬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두번째 험난한 비포장 고갯길을 올라왔다.
분명 더 오르막이 이어질거다 싶어 전투적인 시선으로 주위를 살피는데 의외로 평탄하게 이어지는 길.
하지만 끝이 아니다.
평평한 채로 길은 계속 이어지고, 가능한 멀리 시선을 두어도 온통 산이다.
부실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급경사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세 시간 동안 산을 헤맨 끝에...
드디어 카페가 있는 다음 마을 어귀로 진입.
너무 힘들어하자 벤은 손에 쥐고 다니던 가이드북을 열어 살펴보더니
이제 오르막은 끝, 또마르까지 줄곧 내리막이라고 안심시킨다.
곧 마을인 듯한 풍경에 기뻐했으나
사실 이곳에서부터 30여분은 더 걸어야 마을 ㅋ
하지만 그로우 정상 부근에서부터 이어지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뜨거운 포르투갈 태양으로부터 몸 숨길 그늘을 드리우고, 나무가 뿜어내는 청량한 기운에 공기는 더없이 상쾌하다.
#아쎄이세이라 .
#포르투갈길 걸은 이후, 기억에 남을 만한 첫 난관을 지나 만난 첫마을이라 더 반갑다.
하지만 딱히 요기할 만한 게 없어 올리브절임 몇 알 안주삼아 맥주만 한잔.
이른 아침부터 20km나 걸어왔는데 지금껏 먹은 거라곤 주먹보다 작은 탄수화물 덩이 하나와 커피 한 잔, 그리고 이 카페에서 마신 맥주가 전부다. 에너지원이 들어가야 움직일 기력이 있을 텐데, 대체 이베리아 반도 사람들 식사시간대는 왜 이리 늦을까.
한번 멈추면 잠깐 쉬었다 다시 걷고 싶어하는 벤과 달리
정말 지치면 기력이 회복할 때까지 쉬어야하는 나는
결국 이날도 카페에서 벤을 먼저 보내고,
멍 때리며 앉아 있으려니 전날 고레가 진입하는 길에서 만났던 데이빗이 또 나타났다.
벤과 둘이 걸어도 힘들었는데,
혼자 그 비포장도로를 올랐던 데이빗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하지만 한참 수다를 떨다 데이빗도 결국 먼저 보낸다.
그리고 20분은 더 지나서야 겨우 일어섰다.
레스토랑은 또마르까지 가야한다는 카페 주인언니 말에 어쩔 수 없이.
오후 2시.
태양이 작심하고 제대로 끓어오르는 포르투갈 중부 작은 산골 마을에서
음식도 얻지 못하고, 그늘 하나 없는 아스팔트 위를 터덜터덜 걸으려니
뒤에서 차가 빵빵 거린다.
느긋하고 여유 있는 포르투갈에서 이 무슨,
에잇, 비켜줄게.. 싶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돌아보니
얼굴에 '우린 착한 사람'이라고 씐 부부가 차에 타란다.
끝까지 걸어 이날 일정을 마칠 것인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까지 남은 일정을 무사히 걸어낼 것인가의 여부를 두고
고민... 따위 하지 않았다.
냉큼.
남의 차에 올라탔다.
땡스갇.
하느님.
절 이 미친 불볕더위와 허기에서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걸었더라면 3시간, 아니 4시간은 더 걸었어야 할
불볕더위 아래 10km 구간을
에어컨 팡팡 나오는 남의 차에 편히 앉아 15분에 끊었다.
또마르 도시 입구에 차를 세운 이 착한 부부,
무슨 일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명함까지 손에 쥐어준다 ㅜ.ㅜ
또마르 소방서에서도 순례자 숙박을 허용하는지 확인하러 갔더니
이곳에선 불가능.
20세기 건물과 거리 중간에 덩그러니 놓인
초기 중세 아치문을 통과해 도시 중심가로 향한다.
또마르에는 공식 알베르게가 없다.
그래서 순례자들은 대부분 호스텔에서 머무르는데,
또마르는 중세 십자군의 도시로 유명한 관광지여서
곳곳에 호스텔이 많기는 하지만
이상하게 순례자들은 유독 이 호스텔로 몰려든다.
이름엔 2300이 들어가지만,
호스텔 도미토리 1박 가격은 15유로 (조식 포함) .
허기지고 힘들었던 #포르투갈순례 열흘쨋날을 이곳에서 묵기로 한다.
1층에 괜찮은 와인바가 있는 건물, 2층 호스텔에서.
#포르투갈순례길 에피소드를 한데 모은 책을 출간했어요.
알라딘, 교보, 예스24 모두 구입 가능하니, 지금 검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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