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길 11일째. 또마르 ~ 알바이아제레
- 구간 : 또마르 Tomar ~ 알바이아제레 Alvaiázere
- 거리 : 33.2km
- 난이도 : ★★★★☆
- 숙소 : Albergaria Pinheiro (11.5유로)
아침 일찍.
이라기엔 겨우 빛이 번지기 시작할 무렵에 오스텔을 나선다.
오전 9시 쯤이면 이미 해가 끓어오르던 5월초 포르투갈을 걸으려면
나처럼 더위에 취약한 유형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가급적 출발을 서두르는 것.
같은 오스텔에서 묵었던 호주 가족 4인이 앞서간다.
비교적 큰 도시인 #또마르 에서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걷다보면
도심 골목골목을 지나며
그저 관광이나 여행으론 갈 일 없을 지역 테두리를 골고루 만난다.
서울을 가로질러 흐르는 한강처럼
또마르 중심을 흐르는 나바웅 Nabao 강 기슭을 지나
도시를 벗어나는 중.
그리고 곧,
자비없는 오르막 구간이 시작된다.
빈약한 아침 식사에 힘겨워하며 오르막을 오르는데
뒤에서 누군가 불러 돌아보니, 포르투갈길 절친이었던 Ben.
또 함께 걷는다.
또마르를 벗어나며 줄곧 오르막길을 걸어
2시간 뒤 도착한 첫 마을, 쏘이안다 에서
이날의 첫 바bar.
걷는 동안 호주 가족이 앞서갔을 뿐인데
대체 어디서 불쑥 나타났는지 바엔 이미 순례자들이 가득- 하다.
15분쯤 커피 마시며 쉬다 다시 출발.
아직 9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이었는데 해가 지글지글...
그리고 산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
이날 고도표는 이랬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 또 오르막, 더 오르막.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몰랐지만,
이날 묵게 되는 #알바이아세레 #알베르게 광고판.을 지나고,
Thanks for visiting 이정표를 지나,
다시 푸른 숲길이 시작.
주로 벤이 앞서 걷고,
걷다 가끔 멈춰서서는
온갖 노란 화살표는 다 찍고 다니는 날 기다리는 패턴.
힘들었겠네.
새삼 고맙고 미안 ;
+ 12km, @Calvinos
드디어 두번째 마을,
#깔비노스 도착.
이미 더위에 지치고 피곤해 bar를 간절히 찾았는데
까미노는 그냥 이 마을을 스쳐지나도록 연결되어
굳이 마을 중심가로 내려가는 중.
첫 까미노였던 프랑스길을 걸을 때도 그랬고,
포르투갈에서도 초반엔 바에서 커피를 겨우 마시는 정도였는데
축구와 맥주를 사랑하는 영국 민족, 벤과 함께 걷게 되면서
일정 중간에 꼭 맥주가 추가되는... 비어홀릭 까미노로 급전개.
다시 출발.
조금만 덜 더웠어도 정말 좋았을 유칼립투스 숲길.
5월.
포르투갈 태양의 뜨거움을 제대로 맛보며
더위에 허덕허덕
토할 지경에서야 도착한 #토할 Tojal
(급 아재개그 죄송 ;;)
오후 1시 쯤.
도무지 그늘을 벗어날 엄두가 나질 않아 오래 쉰다.
*사진 올리며 지금 막 발견한 건데, 며칠 뒤 #코임브라 에서부터 한동안 함께 걷게 되는 크리스티나가 테이블 저편에 앉아 있다. ㅋ
카페에서 결국 벤을 먼저 보내고
느긋하게 점심까지 먹으며 앉아 쉬고 있으려니
테이블 저편에 앉은 아주머니들이 작열하는 태양에 전의를 상실했는지 택시를 불렀다기에
그들에게 내 배낭만 맡기고 혼자 걷기로.
오후 3시.
여전히 덥지만, 그나마 태양이 한풀 꺾였으려니 하며
2시간 만에야 다시 출발.
이제 그늘로 걷게되나보다며 좋아했는데
그런 거 없음.
하루이틀 새 얼굴과 손이 너무 무섭게 타서
손수건으로 손을 꽁꽁 두르고...
걸어서.
태양 아래로.
올리브나무가 띄엄띄엄 서서 끓는 태양을 고스란히 맞을 뿐
그 외엔 바닥에 낮게 깔린 잡풀들과 멀찌감치 산 외엔 별다른 식생이 없던 이 구간.
살아 움직이는 건 나 밖에 없어서
마치 이스라엘 중남부 고원 지대를 지나는 기분이었던
#코르티카 언저리
해탈한 맘으로 터덜터덜 걷는데 누군가 또 부른다.
코르티카에 막 새로 개장한 #알베르게 주인 아저씨.
요령 좋은 비즈니스맨인지
- 덥지 않냐,
- 물 줄게. 시원한 물 리필하라
하며 자연스럽게 안으로 초대하더니
급 알베르게 투어 ㅋ
예쁘고 쾌적한 곳이기는 했다.
주변에 알베르게 말곤 방문할 곳 없이 휑했지만
너무 지친 하루 끝에 쾌적하게 쉬어가기엔 딱 좋았던 곳.
오후 4시쯤.
여전히 뜨겁지만 태양의 기세가 많이 꺾였고,
더위 따위 포기하며 걷는 걸 즐기기로 했더니
맘이 좀 더 편해져 더 터덜터덜,
혼자 콧노래까지 부르며 다시 걷기 시작.
이 성당 건물 오른쪽 담벼락을 따라 걷다보면
그 끝에 있는 작은 건물이 이날의 #알베르게.
사진엔 없지만 근처에 도착하니
이미 한참 전 도착해 느긋하게 쉬고 있던 호주 가족이 손을 흔들며 맞아주고
막 씻고 쉬다 나온 벤도 나와 조잘조잘 혼자 걸은 얘길 들려주며 수다 삼매경.
포르투갈 길에 익숙해지고,
길 위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그 유대감을 또 한 번 느끼게 된 날...
이미 두어 시간 전에 택시가 배낭을 하나 던져두었는데
정작 주인은 오질 않자
조바심 났던 알베르게 주인 아저씨.
밖을 기웃거리다 날 발견하곤 그제서야 안도하는 표정으로 실내로 들어간다.
알베르게 주인 아저씨를 따라
나도 입성.
마치 20대 한가운데를 지나는 청춘인냥
끓는 태양 아래서 초록으로 불타는 것처럼 제대로 빛 발하는 길을 걷느라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르투갈 중남부 지역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이 시기였기 때문일 것.
같은 조건에서 다시 걸으란다면, 가능할까 싶지만
한번쯤 해볼 만한 경험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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