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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까미노 26]
아르까데 가는 길

포르투갈까미노 26. 모스 ~ 아르까데

by Roadtripper

2019.05.20 _ 26th day


• 구간 : #모스 Mos ~ #아르까데 Arcade

• 거리 : 18.8km

• 난이도 : ★★★☆☆

• 숙소 : Hostel O. Menon (12유로)






+0 km, @Mos 모스


AM 7:00.

간밤에 정말 드물게 편한 잠을 자기도 했지만 눈 떴을 때 방 안 온도, 침대 위치, 누운 자세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정말 잘 잤구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새벽녘에 출발하곤 했었는데 이미 창밖 저편 산 위 구름이 핑크빛이다. 곧 해가 뜰 거라는 얘기. 늘 새벽에 출발하곤 했는데 왜이리 늦게(?) 일어났나 싶어 순간 당황했으나 포르투갈 시각으론 아직 오전 6시. 거리는 엎어질 듯 가깝지만 두 나라간 엄연히 존재하는 시차를 잠깐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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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루트 에 딱 앉은 알베르게 절묘한 위치 덕에 건물을 빠져나와 왼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곧바로 까미노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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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에서 출발하면 곧장 오르막. 그닥 높진 않지만 아침 댓바람에 등산을 해야 #레돈델라 에 닿는다.


#존브라이어리가이드북 에서는 레돈델라에서 하루 일정을 끝내지만 어제 좀 더 걸은 탓에, 모스에서부터 거리는 고작 10.4km. 아마 그보다 더 걸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존브라이어리가이드북 에서 권하는 코스와 다르게 걷는다. 다른 데서 자고, 다른 데서 출발하고.

5년 전, #프랑스길 걸을 때 따박따박 권장코스를 따라걷는 게 어쩐지 지겨웠던지. 다시 걷는다면 내 맘대로 거리를 조정해보겠다, 여러번 생각했었다. 이번에 그 기회를 잡아 아주 맘대로 걸었다 멈췄다 구간을 재설정하고 있다.


아마 타고난 청개구리 기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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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같은 방에서 잔 무드 아줌마와 거리를 유지하며 걷는다.

빨리 걷진 않으시지만 일정한 속도로 평온을 유지하며 아주 일관성 있게 걸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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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말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길을 걷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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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저쪽 위에서 나타나는 대형 트럭 ;

산등성이를 통과해 산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메인 루트다.

갑자기 나타났다 쏜살같이 사라진 트럭이후로는 잠잠한 차도를 가로지르면 더 오르막.

내내 그냥 산길이다.



+3.2 km, @Alto 알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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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산책 사이 정도 속도를 유지하며 걷다보면 그리 막 힘들지는 않았던 산행이 끝나고 다음 마을이다.

까미노 루트는 저 풀밭을 가로지르는 오솔길로 연결되는데, 앞서 걷던 아줌마가 멈춰선다.
길에서 50m 벗어난 곳에 카페가 있다는 이정표. 그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갈래? 묻는다.

당연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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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하몽 넣은 #보까디요 , #오렌지주스 그리고 커피까지 거한 테이블.

아침을 터무니 없이 가볍게 먹는 서양인들에겐 아마 과할 테고, 아침마다 배고픈 내겐 그럭저럭한 식사량.


전날 저녁 배낭을 정리하다가 무게를 줄일 겸, #리스본 성당 그룹 사람들에게서 선물받은 십자가를 아줌마에게 다시 선물했더니 자신이 아침을 쏜단다. 받기만 하면 빚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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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맞는 휴식은 그리 길지 않다. 더군다나 이른 아침. 20분 남짓 앉아 먹고 마시다가 이내 일어섰다.


그리곤 다시 출발.

걸음이 빠르진 않지만 일정한 속도로 잘 걷는 아줌마를 먼저 보낸 다음 자주 멈춰서서 사진 찍고, 두리번거리기도하며 혼자 걷는다.



+5 km, @Vilar da Infe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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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2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집들이 마주보고 있을 뿐인 작은 마을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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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포도밭 옆길로 마을에서 멀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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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보다 몇 배는 큰 듯한 호젓한 공원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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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마을, #레돈델라 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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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알베르게를 벗어난 이후 내내 오르기만 하다가 이제부터는본격 내리막.

멀리 보이는 풍경이 아마 레돈델라 일 테고, 그 너머로 스페인 서쪽 해안이 어렴풋 보이기 시작한다.



+6.7 km, @Saxam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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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까지 거리 80km 남짓.
이젠 #까미노루트 에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프랑스길 이건 #포르투갈길 이건 시작지점부터 걷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느 길에서라도 #산티아고 에서 부터 100km 거리를 걸은 사람에게는 모두 #순례증서 가 발급되는 터라 산티아고에 가까울 수록 루트는 복작대기 시작한다.


*
새로 합류한 듯한 순례자들의 특징이라면 일단 깨끗하다.

순례자들이 특별히 추레한 건 아니나 한달 가까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걷기만 할 요량으로 온 사람들. 자연스레 옷가지는 제한되고, 햇볕 받으며 장기간 걷다보면 그을리고 땀에 절어 어쩔 수 없이 행색이 자연인에 가까워진다.

그런 분위기에서 #아웃도어룩 을 챙겨입지 않은 사람들은 일단 눈에 띈다. 흙먼지 덮이지 않은 깨끗한 신발, 패셔너블한 모자와 스카프 등. 장기 순례자들로선 챙기기 어려운 복장. 그리고 이 #새순례자 대부분은 스페인 사람들이다.


산티아고에서 100km 거리부터 걷는다면 #완주증명서 가 발급되고, 3~4일내 가뿐하게 걸을 수 있으니 시간적 제약도 비교적 덜한 편.


나들이 나온 마냥 가볍고 예쁜 차림으로 스페인 사람들 특유의 그 하이톤, 따발총 능가하는 빠른 속도로 대화하며 웃으며 지나치는 그룹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기존(?) 순례자들이 그리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다.


'이 고요하고 성스러운 길에 경박한 나들이가 웬 말?'

류의 뉘앙스 담은 눈빛을 암묵적으로 서로 주고받을 뿐이다.


걷는 순간엔 그들이 반칙한다 싶기도 했지만, 엄연히 따지면 자기네 나라를 자기들이 걷는 거 아닌가. 이방인들이 굳이 온갖 짐을 싸짊어지고 와 거지꼴로 한달간 걸어다니면서 뭔가 대단한 척 착각하며 며칠 가볍게 걸으러 온 현지인들을 굳이 흘겨볼 필요는 없지 않나.

(여행 못 하는 스트레스가 엄한 데서 발현하는 걸까. 이렇게까지 시니컬할 필요는 없는데 워딩이 거칠어진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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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에서부터 반대 방향으로 걸어오는 사람들.


5년 전 첫 까미노에서도 산티아고까지 걸어간 다음, 다시 걸어서 시작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사람이 간혹 있었지만 작년엔 제법 많이 만난 것 같다. #포르투갈길 #북쪽길 막론하고서 말이다. 그만큼 까미노를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걸었던 길을 되짚어돌아갈만큼 이젠 '산티아고에 닿는 ' 성스러운 행위를 너머 '걷는'데 목적을 둔 하이킹 개념이 확대된 까닭일 테다.


까미노 자체도 '성지순례길'이라는 제한적 의미를 너머 '트레킹 코스'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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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산이 다시 보인다.

걸을 땐 보이지 않던 나무가 빼곡하고, 깨나 높다.


내리막이라 별 생각없이 내려왔겠지만 올라갈 때의 수고도 분명 내 몫이었다.

자신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면,
별일 아닌 것 같아 순간이 하찮게 여겨진다면,
가끔은 뒤를 돌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아주 대단해 보이진 않았지만,
그리고 실감하지 않았거나 못 했지만,
분명 자신이 쌓은 낱낱의 순간이
지금까지 당신을 지탱한 것이다.

오롯이 혼자 완성한 순간이다.

무슨 아스팔트길이 이리 많아, 가끔은 걷기 싫어 투덜거렸고
도시에선 걸을 필요가 없지, 히치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곳까지 무사히 잘 걸어왔다며
잠시 나를 토닥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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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롭던 시골길이 조금씩 화려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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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폭은 물론 오가는 차들도 많아진다면 도시가 가깝다는 싸인.



+10.4 km, @Redond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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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선거철이었던 작년 이맘때 스페인. 큰 도시에선 선거홍보물 사이즈도 다르다.

"레돈델라.
당신과 함께 할게요. 암요~"


라는 호기로운 어느 후보의 홍보물을 지나 걷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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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레돈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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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진 도심으로 진입해 자연스레 길을 따라 걷는다.

지금껏 집착하듯 노란 화살표를 좇았으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쭉 뻗은 길을 따라 걷는다.


나고 자라 익숙한 '도시' 바운더리에 들어왔다 싶은 순간.

습관처럼 익숙하게, 혹은 마치 순례자로서 본분인냥 찾게되는 화살표는 이미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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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골목골목을 누비던 순간.


앗, 저건... 하며 가까이 다가가본다.

#포르투갈 에서 #스페인 건너오자마자 발견했던, #배낭수송서비스 전용 차량이다.


오전 나절 순례자가 빠져 나가는 시각에 배낭을 싹 걷어와선

어느덧 정오 무렵.


이젠 다음 마을 알베르게들에 배낭을 뿌릴 시각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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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이 잔뜩 쌓였다.


혹시 현지에서#배낭서비스 이용하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렇게 수송된다는 걸.



새 배낭이라면 미리 레인커버를 씌우면 좋을 테고, 현금이나 신용카드, 그외 귀중품을 분실하더라도 업체에선 책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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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중심에 가까이 들어와 가장 눈에 띄는 바bar로 직진.

#레돈델라공식알베르게 바로 맞은편 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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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소울푸드 ?

#또르띠야 , 그리고 #에스뜨레야갈리시아.


#스페인맥주 #에스뜨레야담 은 우리나라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스페인 #갈리시아(북서부 지역) 지역이 원산인 #에스뜨레야 가 갈리시아 지역에서는 특별히

#에스뜨레야갈리시아 라는 레이블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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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bar 건너편으로 보이는 #레돈델라알베르게 .

이제 겨우 정오 남짓이지만 이미 알베르게 오픈을 기다리는 순례자들이 몇 앉아 있다.


더운 날, 맥주를 마셨더니 긴장이 풀리고... 10km 밖에 걷지 않았지만 알베르게에 쉬어갈까도 싶었으나

오픈까지는 아직 1시간이 넘게 남은 상황.


더 걷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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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게를 지나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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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도시의 골목길을 돌아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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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외곽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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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 에서 권하는 코스를 벗어났으니, 다음날 구간에 해당하는 챕터를 다시 열어본다.


어디에서 멈출 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보통 숙소를 정하는 데 기준이 되는 건 #알베르게위치 .


10km 걸었으니 8km쯤 되는 곳에 있는 곳까지만 걸어도 충분할 것 같다.

아니라면 다음 알베르게까지는 산을 2개나 넘어 20km 여를 더 가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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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km를 더 걸을 예정이지만, 그래도 산을 하나 넘어야한다.

도시를 벗어나서부터 곧바로 오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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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정말 급경사 구간이어서... 지금도 이때의 당혹스러웠던 기분이 생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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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직진을 허용하지 않는 #까미노 .

가급적 많은 곳을 볼 수 있도록 동네 구석구석으로 화살표를 돌려놓는다.


그러다 느닷없이 좌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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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동네는 어딨나 싶을만치 갑자기 산길이 나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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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좀 걷다보면 다시 또 느닷없이 사람의 영역이다.


이쯤.,
대체 내가 얼마나 오른 걸까 싶어 무심코 뒤를 돌아보다가

그야말로 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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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했던 풍경이 펼쳐진다.

이런 뷰였으면 진작 한번 돌아볼걸.
#센트럴루트 를 걷고 있지만, 레돈델라에 닿으면서부터 스페인 서북쪽 해안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13.5 km, @N-550 국도


#노란화살표 가 시키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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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좌우를 살펴 과감하게 국도를 무단횡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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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어지는 급경사 오르막.
체감 경사는 45도 쯤.

끓는 한낮 더위에 지친 데다 맥주까지 한 병 마신 참,

걸음을 옮겨 걷기는 커녕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힘든 기분.


그래도 억지로 발을 끌다시피 한걸음씩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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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앉으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 것 같아
길가 돌에 아무렇게나 배낭을 얹고 잠시 서서 또 뒤돌아본다.

나무에 가려 항구는 보이지 않고,
뭐 하나 툭 떨어뜨리면 주우러 갈 엄두도 내지 못할 가파른 경사가 기다린다.

다시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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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상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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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스페인서쪽해안선 이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으로 국경을 건너고서도 내륙을 걷다가 드디어 해안을 만나니 속이 시원하게 트이는 느낌. 그와 동시에 산티아고가 그리 머지 않음을, 다정하고 포근했던 포르투갈길이 끝나간다는 자각이 순식간에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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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올라왔으니 이젠 느긋하게 내리막을 즐길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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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전 펜스 없는 국도 옆길을 걷겠지만, 오르막 아닌 게 어딘가 ㅋ


그렇게 걷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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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가까워지지만...
저 엄청난 대형 트럭 아래로 삐죽 몸통만 보이는 건물이 가이드북에서 안내하는 #아르까데 지역 #첫알베르게 .


#포르투갈길 걸으며 국도를 무단횡단하는데 익숙해졌지만

이 지점에선 당췌 엄두를 낼 수가 없었고,

이렇게 차가 쌩쌩 다니는 길가에서 자긴 싫어서 패스.


도시로 더 깊숙이 들어간다.





+17.4 km, @Arcade 아르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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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까데 이정표가 이제서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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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무단횡단 시키는 까미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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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시아 어촌 마을을 구경시키려는 배려였다.

작고 소박하지만 나름 또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골목길.
아마 #포르투갈길 을 걷지 않았다면 평생 이런 마을이 있는 지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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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 부터 이용했다는 빨래 유적터를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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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큰길.

마을을 벗어나 곧장 걸을거면 국도 옆길로 직진,
이곳에서 멈출 거면 무단횡단해 알베르게들이 몰려 있는 마을 뒤편으로 가야한다.


대낮 맥주 한 병의 은근한 여파에 멈추기로 결정, 알베르게를 찾아 길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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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데...
두번째 알베르게는 이미 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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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m쯤 떨어진 세번째 알베르게.
이곳 역시 Full.

이 때의 낭패감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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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를 따라 무작정 또 발을 옮기려니
길이 점점 넓어지고
길가 집들 역시 많아진다.

알베르게가 있던 곳은 아직 마을 외곽이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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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아파트와 상가들, 횡단보도가 몇 개씩이나 있던 마을 중심가에서
한눈에 띄는 큰 레스토랑 간판을 보고는 곧바로 들어왔다.

이미 오후 3시를 넘긴 시각.


아직 점심식사가 가능했던 게 메리트였지만
무엇보다 숙소가 없는 상태에서
어디든 공식적으로 앉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앉을만한 이유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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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메뉴 메인이었던 화로에 구운 립,

#샐러드 와 빵, #와인 한 병, #물 은 당연히 포함.


종일 부실하게 먹고 더위에 많이 걸은 탓일까.

아마 스페인에서 먹은 중 가장 맛있는 립을 먹을 동안 와인을 반 병이나 마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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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가지 디저트 중 #치즈케이크 를 주문했는데... 이게 또 최고였다.

레스토랑 셰프가 직접 만들었다고.


정말 맛있다며 여러번 칭찬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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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타임에 퇴근하려던 셰프(사진 오른쪽)가 잠시 멈춰 인사한다.
왼쪽은 서버들.

이날 식사에 감동받아 그날 페북에 포스팅했더니 사진 중간 아주머니가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지금은 페친이 되었다.


더 놀라운 건, 5년 전 첫 까미노 때 만났던 스페인 친구가 이 동네에 산다고...


갈리시아에 사는 건 알고 있었지만 #비고 Vigo 언저리라길래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정확하게는 #아르까데 주민. 그리고 친화력 높은 스페인 사람들 아니랄까봐. 사진 속 레스토랑 스태프들과 오랜 친구라고 ;


진즉 알았더라면 연락해 만났을 텐데. 그랬다면 이곳에서 밤 늦도록 와인 마시며 수다와 만찬을 함께 했을 텐데. 어찌나 아쉽던지. 심지어 내가 이 레스토랑을 스쳐지나간 것도, 그들이 친구란 것을 알게된 것도 불과 한달이 채 되지 않았다.


세상은 정말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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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열기 + 맥주로 인한 취기 + 종일 산을 두번이나 오른 피곤함에 찌들어 극에 달했던 스트레스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심 한 끼로 씻은 듯 없어졌다.


그리고 반주로 마신 와인 기운에 이제는 난데없이 에너지가 솟아 아침보다 기운찬 상태.

#아르까데 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 하면 이미 늦은 시각이지만 산을 한번 더 넘어, 다음 도시에까지 갈 요량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근처 마트에서 물 한병, 사탕 하나 구입하곤 화살표를 따라 무작정 걷다보니...
또 상상도 못 했던 풍경이 펼쳐진다.

지금껏 봐왔던 강이 아니고,
정말 바다다.

바다이지만, 내륙 깊숙한 곳에 있어서 그런지 강이랄만큼 물결이 잔잔하다.

아직 숙소도 없으면서...
풍경에 연신 감읍하며 무작정 또 걷는다.

피곤한데 숙소도 없고... 이 정도 노답이면 나도 모르게 상황을 초월해 맘 한 켠 긴장이나 걱정 따위가 증발하듯 사라진다. 어쩌면 에너지 충전이 아니라 체념에 가까운 기분이었을까.


숙소는 숙소고, 어쨌든 예상치 못한 풍경에 마냥 발길이 더디다.


그야말로 #평화로움 #여유로움 으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기분으로

강처럼 잔잔한 바다에서 카누잉하는 사람들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이러다 또 캄캄한 밤중에 산을 넘게 될 수도 있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한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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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떻게 되었다.

머릴 비우고, 눈으로 #노란화살표 만 좇으며 다리를 건너자마자 또 어느 높고 외진 곳으로 안내하는 화살표 바로 아래에, 뜻밖에도 알베르게를 가리키는 이정표.


지도에도, 가이드북에도 더이상 알베르게는 없었는데 이게 웬일?




+18.4 km, @숙소, Hostel-Albergue O Meson


정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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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도 가이드북에도 표기되지 않았던 이유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 시설이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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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공간에 침대간 거리가 띄엄띄엄 한껏 띄워져 있고

개인 커튼 있는 벙커 베드가 디폴트.

욕실과 샤워 시설 역시 남/녀 공간이 분리된 데다가 넓고, 깨나 좋은 샤워기가 달려 있었다.

새 건물 하나를 통으로 쓰는 터라 모든 시설이 깨끗하고 넓었으며, 가장 좋은 점은 세탁/건조기 사용 비용이 각 1유로. 보통 #알베르게세탁비 가 세탁/건조 각각 3/4 유로 정도 하는 걸 감안하면 감동적인 수준이다.


친절한 호스피탈레로의 응대는 고된 하루 끝 보너스로 멘탈 마사지 쿠폰을 선물받는 느낌.


그래서일까.

어느새 훌쩍 1년이 지났지만, 그리 색다를 것 없는 작은 어촌마을 아르까데에 대한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맛있고 친절한 레스토랑,

쾌적한데다 저렴하고, 친절하기까지 했던 숙소.


다시 #포르투갈길 을 걷는다면 레스토랑엔 당연히 다시 방문할 테고,

숙소는 아마도 다른 구간을 잡을 예정이니 이 구간을 걸을 다른 순례자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곳이다.




#모스알베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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