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까미노 26. 모스 ~ 아르까데
• 구간 : #모스 Mos ~ #아르까데 Arcade
• 거리 : 18.8km
• 난이도 : ★★★☆☆
• 숙소 : Hostel O. Menon (12유로)
AM 7:00.
간밤에 정말 드물게 편한 잠을 자기도 했지만 눈 떴을 때 방 안 온도, 침대 위치, 누운 자세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정말 잘 잤구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새벽녘에 출발하곤 했었는데 이미 창밖 저편 산 위 구름이 핑크빛이다. 곧 해가 뜰 거라는 얘기. 늘 새벽에 출발하곤 했는데 왜이리 늦게(?) 일어났나 싶어 순간 당황했으나 포르투갈 시각으론 아직 오전 6시. 거리는 엎어질 듯 가깝지만 두 나라간 엄연히 존재하는 시차를 잠깐 잊고 있었다.
#까미노루트 에 딱 앉은 알베르게 절묘한 위치 덕에 건물을 빠져나와 왼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곧바로 까미노에 합류한다.
Mos에서 출발하면 곧장 오르막. 그닥 높진 않지만 아침 댓바람에 등산을 해야 #레돈델라 에 닿는다.
#존브라이어리가이드북 에서는 레돈델라에서 하루 일정을 끝내지만 어제 좀 더 걸은 탓에, 모스에서부터 거리는 고작 10.4km. 아마 그보다 더 걸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존브라이어리가이드북 에서 권하는 코스와 다르게 걷는다. 다른 데서 자고, 다른 데서 출발하고.
5년 전, #프랑스길 걸을 때 따박따박 권장코스를 따라걷는 게 어쩐지 지겨웠던지. 다시 걷는다면 내 맘대로 거리를 조정해보겠다, 여러번 생각했었다. 이번에 그 기회를 잡아 아주 맘대로 걸었다 멈췄다 구간을 재설정하고 있다.
아마 타고난 청개구리 기질. ;
지난밤 같은 방에서 잔 무드 아줌마와 거리를 유지하며 걷는다.
빨리 걷진 않으시지만 일정한 속도로 평온을 유지하며 아주 일관성 있게 걸으신다.
아줌마 말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길을 걷는데
난데없이 저쪽 위에서 나타나는 대형 트럭 ;
산등성이를 통과해 산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메인 루트다.
갑자기 나타났다 쏜살같이 사라진 트럭이후로는 잠잠한 차도를 가로지르면 더 오르막.
내내 그냥 산길이다.
등산과 산책 사이 정도 속도를 유지하며 걷다보면 그리 막 힘들지는 않았던 산행이 끝나고 다음 마을이다.
까미노 루트는 저 풀밭을 가로지르는 오솔길로 연결되는데, 앞서 걷던 아줌마가 멈춰선다.
길에서 50m 벗어난 곳에 카페가 있다는 이정표. 그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갈래? 묻는다.
당연 콜.
치즈와 #하몽 넣은 #보까디요 , #오렌지주스 그리고 커피까지 거한 테이블.
아침을 터무니 없이 가볍게 먹는 서양인들에겐 아마 과할 테고, 아침마다 배고픈 내겐 그럭저럭한 식사량.
전날 저녁 배낭을 정리하다가 무게를 줄일 겸, #리스본 성당 그룹 사람들에게서 선물받은 십자가를 아줌마에게 다시 선물했더니 자신이 아침을 쏜단다. 받기만 하면 빚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걷다가 맞는 휴식은 그리 길지 않다. 더군다나 이른 아침. 20분 남짓 앉아 먹고 마시다가 이내 일어섰다.
그리곤 다시 출발.
걸음이 빠르진 않지만 일정한 속도로 잘 걷는 아줌마를 먼저 보낸 다음 자주 멈춰서서 사진 찍고, 두리번거리기도하며 혼자 걷는다.
왕복 2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집들이 마주보고 있을 뿐인 작은 마을을 통과한다.
곧 포도밭 옆길로 마을에서 멀어지면
마을보다 몇 배는 큰 듯한 호젓한 공원을 지나고,
다음 마을, #레돈델라 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다.
아침에 알베르게를 벗어난 이후 내내 오르기만 하다가 이제부터는본격 내리막.
멀리 보이는 풍경이 아마 레돈델라 일 테고, 그 너머로 스페인 서쪽 해안이 어렴풋 보이기 시작한다.
산티아고까지 거리 80km 남짓.
이젠 #까미노루트 에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프랑스길 이건 #포르투갈길 이건 시작지점부터 걷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느 길에서라도 #산티아고 에서 부터 100km 거리를 걸은 사람에게는 모두 #순례증서 가 발급되는 터라 산티아고에 가까울 수록 루트는 복작대기 시작한다.
*
새로 합류한 듯한 순례자들의 특징이라면 일단 깨끗하다.
순례자들이 특별히 추레한 건 아니나 한달 가까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걷기만 할 요량으로 온 사람들. 자연스레 옷가지는 제한되고, 햇볕 받으며 장기간 걷다보면 그을리고 땀에 절어 어쩔 수 없이 행색이 자연인에 가까워진다.
그런 분위기에서 #아웃도어룩 을 챙겨입지 않은 사람들은 일단 눈에 띈다. 흙먼지 덮이지 않은 깨끗한 신발, 패셔너블한 모자와 스카프 등. 장기 순례자들로선 챙기기 어려운 복장. 그리고 이 #새순례자 대부분은 스페인 사람들이다.
산티아고에서 100km 거리부터 걷는다면 #완주증명서 가 발급되고, 3~4일내 가뿐하게 걸을 수 있으니 시간적 제약도 비교적 덜한 편.
나들이 나온 마냥 가볍고 예쁜 차림으로 스페인 사람들 특유의 그 하이톤, 따발총 능가하는 빠른 속도로 대화하며 웃으며 지나치는 그룹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기존(?) 순례자들이 그리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다.
'이 고요하고 성스러운 길에 경박한 나들이가 웬 말?'
류의 뉘앙스 담은 눈빛을 암묵적으로 서로 주고받을 뿐이다.
걷는 순간엔 그들이 반칙한다 싶기도 했지만, 엄연히 따지면 자기네 나라를 자기들이 걷는 거 아닌가. 이방인들이 굳이 온갖 짐을 싸짊어지고 와 거지꼴로 한달간 걸어다니면서 뭔가 대단한 척 착각하며 며칠 가볍게 걸으러 온 현지인들을 굳이 흘겨볼 필요는 없지 않나.
(여행 못 하는 스트레스가 엄한 데서 발현하는 걸까. 이렇게까지 시니컬할 필요는 없는데 워딩이 거칠어진다. ㅋ)
산티아고에서부터 반대 방향으로 걸어오는 사람들.
5년 전 첫 까미노에서도 산티아고까지 걸어간 다음, 다시 걸어서 시작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사람이 간혹 있었지만 작년엔 제법 많이 만난 것 같다. #포르투갈길 #북쪽길 막론하고서 말이다. 그만큼 까미노를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걸었던 길을 되짚어돌아갈만큼 이젠 '산티아고에 닿는 ' 성스러운 행위를 너머 '걷는'데 목적을 둔 하이킹 개념이 확대된 까닭일 테다.
까미노 자체도 '성지순례길'이라는 제한적 의미를 너머 '트레킹 코스'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일 테고.
걷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산이 다시 보인다.
걸을 땐 보이지 않던 나무가 빼곡하고, 깨나 높다.
내리막이라 별 생각없이 내려왔겠지만 올라갈 때의 수고도 분명 내 몫이었다.
자신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면,
별일 아닌 것 같아 순간이 하찮게 여겨진다면,
가끔은 뒤를 돌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아주 대단해 보이진 않았지만,
그리고 실감하지 않았거나 못 했지만,
분명 자신이 쌓은 낱낱의 순간이
지금까지 당신을 지탱한 것이다.
오롯이 혼자 완성한 순간이다.
무슨 아스팔트길이 이리 많아, 가끔은 걷기 싫어 투덜거렸고
도시에선 걸을 필요가 없지, 히치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곳까지 무사히 잘 걸어왔다며
잠시 나를 토닥인다.
단조롭던 시골길이 조금씩 화려해지고
거리 폭은 물론 오가는 차들도 많아진다면 도시가 가깝다는 싸인.
한창 선거철이었던 작년 이맘때 스페인. 큰 도시에선 선거홍보물 사이즈도 다르다.
"레돈델라.
당신과 함께 할게요. 암요~"
라는 호기로운 어느 후보의 홍보물을 지나 걷다보면
드디어 #레돈델라 !
복잡해진 도심으로 진입해 자연스레 길을 따라 걷는다.
지금껏 집착하듯 노란 화살표를 좇았으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쭉 뻗은 길을 따라 걷는다.
나고 자라 익숙한 '도시' 바운더리에 들어왔다 싶은 순간.
습관처럼 익숙하게, 혹은 마치 순례자로서 본분인냥 찾게되는 화살표는 이미 잊었다.
도시의 골목골목을 누비던 순간.
앗, 저건... 하며 가까이 다가가본다.
#포르투갈 에서 #스페인 건너오자마자 발견했던, #배낭수송서비스 전용 차량이다.
오전 나절 순례자가 빠져 나가는 시각에 배낭을 싹 걷어와선
어느덧 정오 무렵.
이젠 다음 마을 알베르게들에 배낭을 뿌릴 시각이 온 것이다.
배낭이 잔뜩 쌓였다.
혹시 현지에서#배낭서비스 이용하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렇게 수송된다는 걸.
새 배낭이라면 미리 레인커버를 씌우면 좋을 테고, 현금이나 신용카드, 그외 귀중품을 분실하더라도 업체에선 책임지지 않는다.
도시 중심에 가까이 들어와 가장 눈에 띄는 바bar로 직진.
#레돈델라공식알베르게 바로 맞은편 길가다.
#스페인소울푸드 ?
#또르띠야 , 그리고 #에스뜨레야갈리시아.
#스페인맥주 #에스뜨레야담 은 우리나라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스페인 #갈리시아(북서부 지역) 지역이 원산인 #에스뜨레야 가 갈리시아 지역에서는 특별히
#에스뜨레야갈리시아 라는 레이블을 달았다.
바bar 건너편으로 보이는 #레돈델라알베르게 .
이제 겨우 정오 남짓이지만 이미 알베르게 오픈을 기다리는 순례자들이 몇 앉아 있다.
더운 날, 맥주를 마셨더니 긴장이 풀리고... 10km 밖에 걷지 않았지만 알베르게에 쉬어갈까도 싶었으나
오픈까지는 아직 1시간이 넘게 남은 상황.
더 걷기로.
알베르게를 지나 다시 걷는다.
꼬불꼬불 도시의 골목길을 돌아나와서
시 외곽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가이드북 에서 권하는 코스를 벗어났으니, 다음날 구간에 해당하는 챕터를 다시 열어본다.
어디에서 멈출 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보통 숙소를 정하는 데 기준이 되는 건 #알베르게위치 .
10km 걸었으니 8km쯤 되는 곳에 있는 곳까지만 걸어도 충분할 것 같다.
아니라면 다음 알베르게까지는 산을 2개나 넘어 20km 여를 더 가야하니까.
8km를 더 걸을 예정이지만, 그래도 산을 하나 넘어야한다.
도시를 벗어나서부터 곧바로 오르막.
이곳은 정말 급경사 구간이어서... 지금도 이때의 당혹스러웠던 기분이 생생하다. ;
역시나 직진을 허용하지 않는 #까미노 .
가급적 많은 곳을 볼 수 있도록 동네 구석구석으로 화살표를 돌려놓는다.
그러다 느닷없이 좌회전.
지금껏 동네는 어딨나 싶을만치 갑자기 산길이 나타나고,
산길을 좀 걷다보면 다시 또 느닷없이 사람의 영역이다.
이쯤.,
대체 내가 얼마나 오른 걸까 싶어 무심코 뒤를 돌아보다가
그야말로 깜.놀.
상상도 못했던 풍경이 펼쳐진다.
이런 뷰였으면 진작 한번 돌아볼걸.
#센트럴루트 를 걷고 있지만, 레돈델라에 닿으면서부터 스페인 서북쪽 해안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노란화살표 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좌우를 살펴 과감하게 국도를 무단횡단하고,
다시 이어지는 급경사 오르막.
체감 경사는 45도 쯤.
끓는 한낮 더위에 지친 데다 맥주까지 한 병 마신 참,
걸음을 옮겨 걷기는 커녕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힘든 기분.
그래도 억지로 발을 끌다시피 한걸음씩 옮긴다.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 것 같아
길가 돌에 아무렇게나 배낭을 얹고 잠시 서서 또 뒤돌아본다.
나무에 가려 항구는 보이지 않고,
뭐 하나 툭 떨어뜨리면 주우러 갈 엄두도 내지 못할 가파른 경사가 기다린다.
다시 Go!
드디어 정상 언저리.
그제서야 #스페인서쪽해안선 이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으로 국경을 건너고서도 내륙을 걷다가 드디어 해안을 만나니 속이 시원하게 트이는 느낌. 그와 동시에 산티아고가 그리 머지 않음을, 다정하고 포근했던 포르투갈길이 끝나간다는 자각이 순식간에 몰려온다.
힘겹게 올라왔으니 이젠 느긋하게 내리막을 즐길 차례.
또 안전 펜스 없는 국도 옆길을 걷겠지만, 오르막 아닌 게 어딘가 ㅋ
그렇게 걷다 보면
도시에 가까워지지만...
저 엄청난 대형 트럭 아래로 삐죽 몸통만 보이는 건물이 가이드북에서 안내하는 #아르까데 지역 #첫알베르게 .
#포르투갈길 걸으며 국도를 무단횡단하는데 익숙해졌지만
이 지점에선 당췌 엄두를 낼 수가 없었고,
이렇게 차가 쌩쌩 다니는 길가에서 자긴 싫어서 패스.
도시로 더 깊숙이 들어간다.
#아르까데 이정표가 이제서야 등장한다.
다시 무단횡단 시키는 까미노. ㅋ
갈리시아 어촌 마을을 구경시키려는 배려였다.
작고 소박하지만 나름 또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골목길.
아마 #포르투갈길 을 걷지 않았다면 평생 이런 마을이 있는 지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로마시대 부터 이용했다는 빨래 유적터를 지나
다시 큰길.
마을을 벗어나 곧장 걸을거면 국도 옆길로 직진,
이곳에서 멈출 거면 무단횡단해 알베르게들이 몰려 있는 마을 뒤편으로 가야한다.
대낮 맥주 한 병의 은근한 여파에 멈추기로 결정, 알베르게를 찾아 길을 건넌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데...
두번째 알베르게는 이미 Full.
20m쯤 떨어진 세번째 알베르게.
이곳 역시 Full.
이 때의 낭패감이란...... ;;
화살표를 따라 무작정 또 발을 옮기려니
길이 점점 넓어지고
길가 집들 역시 많아진다.
알베르게가 있던 곳은 아직 마을 외곽이었던 모양.
작지만 아파트와 상가들, 횡단보도가 몇 개씩이나 있던 마을 중심가에서
한눈에 띄는 큰 레스토랑 간판을 보고는 곧바로 들어왔다.
이미 오후 3시를 넘긴 시각.
아직 점심식사가 가능했던 게 메리트였지만
무엇보다 숙소가 없는 상태에서
어디든 공식적으로 앉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앉을만한 이유가 필요했다.
#순례자메뉴 메인이었던 화로에 구운 립,
#샐러드 와 빵, #와인 한 병, #물 은 당연히 포함.
종일 부실하게 먹고 더위에 많이 걸은 탓일까.
아마 스페인에서 먹은 중 가장 맛있는 립을 먹을 동안 와인을 반 병이나 마셨고,
두세가지 디저트 중 #치즈케이크 를 주문했는데... 이게 또 최고였다.
레스토랑 셰프가 직접 만들었다고.
정말 맛있다며 여러번 칭찬했더니
브레이크 타임에 퇴근하려던 셰프(사진 오른쪽)가 잠시 멈춰 인사한다.
왼쪽은 서버들.
이날 식사에 감동받아 그날 페북에 포스팅했더니 사진 중간 아주머니가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지금은 페친이 되었다.
더 놀라운 건, 5년 전 첫 까미노 때 만났던 스페인 친구가 이 동네에 산다고...
갈리시아에 사는 건 알고 있었지만 #비고 Vigo 언저리라길래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정확하게는 #아르까데 주민. 그리고 친화력 높은 스페인 사람들 아니랄까봐. 사진 속 레스토랑 스태프들과 오랜 친구라고 ;
진즉 알았더라면 연락해 만났을 텐데. 그랬다면 이곳에서 밤 늦도록 와인 마시며 수다와 만찬을 함께 했을 텐데. 어찌나 아쉽던지. 심지어 내가 이 레스토랑을 스쳐지나간 것도, 그들이 친구란 것을 알게된 것도 불과 한달이 채 되지 않았다.
세상은 정말 좁다.
한낮의 열기 + 맥주로 인한 취기 + 종일 산을 두번이나 오른 피곤함에 찌들어 극에 달했던 스트레스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심 한 끼로 씻은 듯 없어졌다.
그리고 반주로 마신 와인 기운에 이제는 난데없이 에너지가 솟아 아침보다 기운찬 상태.
#아르까데 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 하면 이미 늦은 시각이지만 산을 한번 더 넘어, 다음 도시에까지 갈 요량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근처 마트에서 물 한병, 사탕 하나 구입하곤 화살표를 따라 무작정 걷다보니...
또 상상도 못 했던 풍경이 펼쳐진다.
지금껏 봐왔던 강이 아니고,
정말 바다다.
바다이지만, 내륙 깊숙한 곳에 있어서 그런지 강이랄만큼 물결이 잔잔하다.
아직 숙소도 없으면서...
풍경에 연신 감읍하며 무작정 또 걷는다.
피곤한데 숙소도 없고... 이 정도 노답이면 나도 모르게 상황을 초월해 맘 한 켠 긴장이나 걱정 따위가 증발하듯 사라진다. 어쩌면 에너지 충전이 아니라 체념에 가까운 기분이었을까.
숙소는 숙소고, 어쨌든 예상치 못한 풍경에 마냥 발길이 더디다.
그야말로 #평화로움 #여유로움 으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기분으로
강처럼 잔잔한 바다에서 카누잉하는 사람들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이러다 또 캄캄한 밤중에 산을 넘게 될 수도 있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한다.
그리고
정말 어떻게 되었다.
머릴 비우고, 눈으로 #노란화살표 만 좇으며 다리를 건너자마자 또 어느 높고 외진 곳으로 안내하는 화살표 바로 아래에, 뜻밖에도 알베르게를 가리키는 이정표.
지도에도, 가이드북에도 더이상 알베르게는 없었는데 이게 웬일?
정말 있다.
지도에도 가이드북에도 표기되지 않았던 이유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 시설이었기 때문.
널찍한 공간에 침대간 거리가 띄엄띄엄 한껏 띄워져 있고
개인 커튼 있는 벙커 베드가 디폴트.
욕실과 샤워 시설 역시 남/녀 공간이 분리된 데다가 넓고, 깨나 좋은 샤워기가 달려 있었다.
새 건물 하나를 통으로 쓰는 터라 모든 시설이 깨끗하고 넓었으며, 가장 좋은 점은 세탁/건조기 사용 비용이 각 1유로. 보통 #알베르게세탁비 가 세탁/건조 각각 3/4 유로 정도 하는 걸 감안하면 감동적인 수준이다.
친절한 호스피탈레로의 응대는 고된 하루 끝 보너스로 멘탈 마사지 쿠폰을 선물받는 느낌.
그래서일까.
어느새 훌쩍 1년이 지났지만, 그리 색다를 것 없는 작은 어촌마을 아르까데에 대한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맛있고 친절한 레스토랑,
쾌적한데다 저렴하고, 친절하기까지 했던 숙소.
다시 #포르투갈길 을 걷는다면 레스토랑엔 당연히 다시 방문할 테고,
숙소는 아마도 다른 구간을 잡을 예정이니 이 구간을 걸을 다른 순례자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곳이다.
#모스알베르게 #
공식알베르게 #알베르게 #포르투갈산티아고 #산티아고순례길 #까미노산티아고 #포르투갈순례길 #알베르게 #포르투갈까미노 #포르투갈길 #포르투갈순례 #포르투갈센트럴 #공영알베르게 #레돈델라알베르게 #아르까데알베르게 #아르까데호스텔 #갈리시아 #스페인아르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