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까미노 24. 후비진스 ~ 발렌사
• 구간 : #후비진스 Rubiães ~ #발렌사 Valença
• 거리 : 16.9km
• 난이도 : ★★☆☆☆
• 숙소 : 공립 알베르게 #Albergue São Teotónio Municipal (5유로)
드디어 포르투갈 마지막 날.
#후비진스 에서 포르투갈 국경 #발렌사 까지 채 17km가 되지 않고, #포르투갈스인 간 국경을 자연스레 나누는 #미뇨강 을 건너 #스페인국경마을 #뚜이 에 닿아도 거리는 고작 20.3km. 국경을 건너건 건너지 않건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국경 이라는 지점, 그 어감이 주는 묘한 경계에 탁 걸려 며칠 전부터 고민하던 참이었다.
하루만에 국경을 넘을 건가, 말 건가.
#포르투갈 #리스본 에서부터 시작하는 #포르투갈까미노 는 이베리아 반도를 길게 횡단하는 구간이다.
#리스본 에서 #코임브라 #포르토 등을 통과해 포르투갈 국경을 건너고, #스페인 영역에서 120여 km 걸으면 마침내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에 닿는 여정.
얼른 경계를 뛰어넘어 포르투갈을 매듭 짓고 스페인에서 결말을 향해 가고 싶은 반면,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과 좋은 기억이 가득하던 포르투갈을을 벗어나기 아쉬워 며칠째 결정을 내지 못하고 머뭇대고 있었다.
오전 7시가 지난 시각.
전날 #후비진스알베르게 에서 묵은 60여명 중 일찍 출발한 편에 속하지만 이미 사방이 환하다. 알베르게 건물 바로 옆 전봇대에 그려진 노란 화살표가 이날의 첫 이정표.
#후비진스 에서부터 #국경마을 #발렌사 까지 17km 남짓.
이 N-201 국도를 따라 운전한다면 채 20분이 되지 않아 국경을 통과할 테지만 다행히 #까미노루트 는 국도 말고, 주변 숲길로 안내한다. 포르투갈에서 마지막 구간을 지나려니, 괜히 한걸음한걸음 아껴 걷고 싶은 날이다.
다소 일찍 출발한 덕에 5월의 중간, 연두와 초록의 경계에 선 호젓한 자연을 걷는다.
여전히 튼튼한 로마시대 돌다리를 건너면
다시 N-201 국도와 만난다.
숲길을 벗어나자마자 등장하는 건너편 살구색 건물이 카페 겸 이 동네 유일한 #수퍼마켓 .
전날 오후, 알베르게에서 국도로800미터를 걸어와 저녁거리와 와인 등을 구입했던 곳이다.
수퍼마켓과 바를 겸하는 곳이지만, 알베르게에서부터 1km가 채 되지 않는 곳이라 그냥 통과. 카페 건물 바로 옆으로 좀 특이한 이정표가 서 있다.
옛날엔 n-201 국도 저편 숲길에 있던 로만 브리지와 연결되었을 들길, 바닥에 박힌 돌 사이즈나 패턴이 브리지와 흡사하다.
마을 삼거리 중간에, 카페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제대로 들어선 이날 첫 카페.
지나간 사람은 몇 되지 않는데 이미 카페 테라스는 거의 만석이다.
#까페꼰레체 , 그리고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로 후다닥 아침을 먹고는 곧 출발.
아스팔트로 걸어야하나 싶던 순간,
갑자기 건물 뒷편 공터를 가리키며 왼쪽으로 꺾는 화살표.
곧바로 걷기 좋은 숲길로 연결된다.
전날, 포르투갈 루트 통틀어 가장 높은 산을 오르기도 했지만, 길폭이 넓고 경사가 완만해 하산하는 걸음이 더 가볍다.
전날까지 비가 오락가락했던 터라 산 곳곳에서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폰테데리마 알베르게에서 만났던, 폰테데리마에서부터 까미노를 시작한 포르투갈 남매와 간간이 수다떨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아침. 모든 일정을 함께 해야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부담스러웠겠지만, 혼자 걷는 중 아는 얼굴을 만나 가끔 나누는 수다는 즐겁다.
전날 힘들게 산을 올랐던만큼 아마 루트 통틀어 가장 기분좋게 걸었던 산길이 끝날 때쯤,
드디어 처음 등장하는 발렌사 표지판. 국경에 가까이 왔음을 실감한다.
산길을 벗어나며 곧바로 시야가 확 틘다. #포르투갈길 걸으며 처음 스페인 땅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고.
시야 끝, 구름 아래 산은 드디어 스페인 영역이다. 국경에 닿으려면 아직 10여 km를 더 걸어야 하지만 남은 건 죄다 내리막, 그리고 평지가 전부. 가뿐하다.
100% 내리막길만 남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착각. 주황색 지붕 카페(주택을 최근에 카페로 개조한 듯)를 끼고 오른쪽 오르막 길로 접어들도록 까미노 루트가 연결된다.
산중이라 그리 난이도가 높지 않은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지만 주위에 빼곡하게 유칼립투스 군락이 들어선 터라 청량한 공기가 대기에 가득하다. 유난히 길쭉한 유칼립투스 이파리는 바람이 불 때마다 사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이파리가 흔들릴 때마다 더 짙어지는 유칼립투스 특유의 싸-한 냄새를 맡으려고 콧구멍과 폐를 한껏 개방한다.
아마 포르투갈을 걷는 20여일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를 꼽는다면 이베리아 반도에 자생하는 #유칼립투스 를 인지하게 된 것. 한국에서 꽃꽂이에 자주 쓰이는 이파리가 둥근 유칼립투스와 다르다. 나무와 이파리 모양은 물론이고, 그 특유의 향기에도 익숙해져서 까미노 막바지에는 산길을 걷다가도 문득 이제 곧 유칼립투스 군락이 나타나겠구나, 알아챘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 냄새가 그리워질 듯해 산길에 떨어진 깨끗한 이파리 몇 개를 주워왔는데 그마저 한달쯤 지나니 향기가 사라졌다. 살짝 노르스름하게 변한 채 모양은 반듯했지만.
이제 도시를 향해 본격 내리막.
큰 도시로 향하거나,
도시에서 벗어날 때면 늘 그렇지만
이날 역시 비포장 흙길과 아스팔트를 번갈아 걷는다.
어느 순간 아스팔트를 밟는 시간이 길어진다 싶으면
이미 도시에 바짝 가까이 접근한 자신을 발견할 테고.
함께 걷다 #포르토 에서 어긋난 이후, 이틀 가량 앞서 걷고 있는 Ben과 수시로 안부를 전했는데 이틀 전 이미 이곳을 지나친 벤이 극찬한 사립 알베르게다. 구간을 어떻게 설정했었는지 벤은 이곳에서 묵고, 다음날 국경을 하루만에 통과해 곧장 스페인에서 한참 걸었다고 했다. 예쁘고 독특한 공간이라고, 그리고 히피적인 젊은 호스트들 칭찬에 입이 말랐었다.
내 소감은...
뭐 나쁘진 않네... 정도였지만
워낙 컨셉이 독특하고 예쁜 카페들 가득한 서울에 사는 내 눈높이와 영국 중부 잔잔한(!) 마을 케임브리지에서 영국스럽게 살아가는 벤의 기준은 애초 같을 수가 없지 않나 ㅋ
*궁금하시면, Click!
카페로 운영되는 알베르게 1층 정원에 앉았으려니 색색의 방향 이정표가 눈에 띈다.
종착지 #산티아고 까지는 135km가 남았는데, 며칠 전 지나온 듯한 #파티마 까지 거리는 300km . 그날이 그날 같은 고만고만한 일상을 보낸 것 같은데... 시작 지점이었던 #리스본 말고, 중간 지점 #파티마에서부터 걸어온 거리만 300km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었구나, 싶어 새삼 안도;
스스로를 격려하고 인정할 줄 알아야 하는데.
셀프 위안과 격려는 항상 제일 잘 하던 항목이었는데, 언제부터 생략하고 있었던 걸까.
카페를 나서면 점점 폭이 넓어지는 길. 점점 도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인이려니.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저 휑한 들판. 도시가 나오긴 나오나, 반쯤 의구심을 품고 걷다보면
휑하던 길 끝으로 국도가 슬그머니 보이고,
국도에 닿아 노란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커브를 돌면 분위기가 급변한다.
마치 "나 도시야." 하듯 지금껏 지나친 풍경과는 스케일부터 다르다.
어쩐지 미국 시골에 온 듯 싶기도 하고.
저 화살표를 따라 곧장가면 목적지겠지만,
당연히, #까미노루트 는 변두리로 흐른다.
직선보단 골목골목 돌아보도록 구불구불 동넷길로 안내한다.
#까미노구간 에선 가끔 이런 리어카 스토어가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아마도... #프랑스길, #아스토르가 닿기 전 고개 중턱에 히피스러운 리어카에 각종 주전부리를 가득 채워둔 데이비드의 포장마차. 그뒤 프랑스길 곳곳에, 그리고 #포르투갈길 은 물론이고, 나중에 걷게 되는 #북쪽까미노 에도 이런 곳을 종종 발견하게 되는데 지금 이곳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가가니 바짝 긴장해 어색한 웃음을 띄는 사람들.
물어보니 가족 비즈니스라고.
채소, 주스, 퀴시, 케이크, 과일, 초콜릿 등 나름 이것저것 가득 올려두긴 했는데 자리 선점이 영 별로다.
도시 경계에, 그것도 깨나 큰 도시 발렌사가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데 누가 오겠나. 차라리 산 가까이 좀 옮기는 게 어떻겠냐...고 묻고 싶었지만 응원만 해주곤 돌아섰다.
제법 태양이 세진다 싶어 MAPS.ME를 열어보니
어느덧 발렌사가 정말 코앞.
심지어 국경과 그 너머 스페인까지 한번에 잡힌다.
목적지에 가까이 접근한 건 알겠는데 축적을 매번 다르게 보는 터라 얼마나 걸릴 지는 예측할 수 없다. '한 30분 걸리려나? 아님 1시간?' 하다가
골목 끝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순간,
굴다리 아래로,
건너편에 펼쳐진 발렌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 중턱에서 봤던 하늘색 발렌사 이정표가 한번 더 서 있고,
다시 맵을 열어보니
이제는 알베르게 위치까지 한번에 잡힌다. 오늘 국경을 넘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 따위 마치 없었던 것 처럼
이날 최종 목적지가 맵 속 알베르게로 자동 설정됐다. 노란 화살표고 뭐고 거들떠보지 않고, 사람 다니라고 닦아놓은 길을 걷지도 않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리저리 바뀌는 좌표를 확인하며 오직 맵만 쳐다본다.
운동장 공터를 가로질러 직진, 직진만 하다가 고개를 드니
마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지던 #발렌사소방서 그리고 #발렌사알베르게 투샷.
@ #Albergue São Teotónio Municipal #발렌사공식알베르게
알베르게 오픈 시각 :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문이 열릴 때까지 아무 데나 드러눕는 사람들.
2시 되기 조금 앞서 문이 열렸고, 후다닥 다시 모여든다.
@ #발렌사요새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경을 가르는 미뇨강변에 선 발렌사 요새에 올랐다.
전망 초소? 작은 창으로 강 이편과 저편이 훤히 보인다. 몇 백년 전엔 긴장감 흐르는 전장 초소였겠지만 코로나 덮치기 전, 여행자유시절 2019년 5월 풍경은 그저 여유롭고 아름답기만 하다.
요새와 성내를 한바퀴 돌아도 아직 한낮. 다음날 통과할 예정이지만 국경선이 통과할 미뇨강변에 가까이 다가가본다.
Ponte Rodo-Ferroviária de Valença. 포르투갈과 스페인 국경을 잇는 철교 정식 명칭이다. 318미터 길이 철교 중간 지점에 선을 그어 국경을 나누어 두었으니 159미터 쯤 걸어가면 곧 스페인.
삼면이 바다이고, 정말 국경에는 총든 군사들이 대치하는 한국 사람으로 평생 살아 그런가 #국경을넘는다 라는, 뭔가 의미심장하고 대단한 듯한 행위를 내일 미션으로 남겨두고 다시 발렌사 시내로 방향을 틀었다.
#국경을넘는다 라는 의미심장하고 대단한 듯한 일을 앞둔 괜한 설렘을 하루쯤 더 품고 싶어서.
#발렌사알베르게 #공식알베르게 #알베르게 #포르투갈산티아고 #산티아고순례길 #까미노산티아고 #포르투갈순례길 #알베르게 #포르투갈까미노 #포르투갈길 #포르투갈순례 #포르투갈센트럴 #공영알베르게 #포르투갈중부 #포르투갈산티아고 #산티아고순례길 #까미노산티아고 #포르투갈순례길 #알베르게 #포르투갈까미노 #포르투갈길 #포르투갈순례 #포르투갈센트럴 #공영알베르게 #바르셀로스까미노 #포르투갈바르셀로스 #산티아고순례포르투갈길 #산티아고포르투갈길 #스페인포르투갈여행 #포르투갈길걷기 #스페인걷기 #순례길걷기 #유럽걷기 #폰테데리마 #포르투갈폰테데리마 #포르투갈걷기 #도보여행 #포르투갈도보여행 #폰테데리마알베르게 #폰테데리마숙소 #폰테데리마호스텔 #폰테데리마알베르게오픈시간 #스페인국경 #까미노국경 #포르투갈국경 #순례길국경 #순례길포르투갈국경 #순례길스페인국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