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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tripper Nov 16. 2019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가
알아두면 좋을 스페인어 모음

산티아고 순례길 필수 스페인어

여행할 때, 현지 언어가 중요할까?


물론 현지 언어를 안다면 여러모로 도움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손짓발짓하며 시늉만 해도 웬만해서는 통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쓰이는 언어를 이해하고 짧게라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얻어 좀더 편리하고, 현지인들과 교류하며 더 밀도 있는 여행이 가능할 것 같다. 가끔은 유적지나 어느 맛집보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이나 그들과의 기억이 여행의 전부를 차지할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반드시 언어를 구사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4년 전 스페인어 백치 상태였을 때도 아무 탈 없이 첫 순례를 마쳤다. 잘 걷고, 잘 먹고, 급할 땐 현지 가정집 문을 두드려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는 내가, 영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시는 듯한 스페인 할머니께 양해를 구해 그집 안방 깊숙한 곳에 있는 화장실을 잘 쓰고 나오기도 했다. 언어를 알면 소통이 수월했겠지만, 필수 습득 요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까미노에서는 알아두면 반드시 도움되는 용어가 몇 가지 있다.  천 년의 시간 동안 스페인을 지나는 사람들의 흔적으로 다져진 까미노 주변 시설물과 관련 용어들은 아무래도 스페인어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페인어는 단어에도 성별이 있어 동사, 명사, 형용사가 달리 쓰이는 터라 문법까지 제대로 배우려면 복잡하지만, 읽는 방법은 매우 쉽다. 영어에서처럼 같은 알파벳을 두고도 다르게 읽히는 경우는 드물어 읽는 방법이 훨씬 심플하다. 보이는 대로 알파벳을 그저 읽으면 된다. 물론 LL이 두개 연달아 쓰이면 'Y'로 발음되거나, 'H'는 묵음처리되는 등 몇 가지 유념해야 할 규칙이 있지만, 그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그저 보이는 대로 읽으면 된다.  처음 스페인어의 기본 룰을 알고서는 언어와 사람은 닮는다고 생각했다. 군더더기 없이 명료한 규칙 만큼 솔직하고 본능적인 스페인 사람들. 감정에 솔직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꾸미지 않고 담백한 인간미를 가진 스페인 사람들을 보다 가까이에서 만나게 해줄, 그리고 순례가 훨씬 편해지는데 도움될 스페인어를 몇 가지 소개한다.


Peregrino 뻬레그리노


뻬레그리노. 스페인어로 '순례자'를 뜻한다. 이 단어가 왜 중요하냐면, 순례길을 걷는 한달여 기간 동안 길 위 삶을 살 불특정다수 모두의 정체성이기도 하고 순례와 관련된 많은 경우 이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일단 순례자라면 누구나 한장씩 가지고 있고, 순례길에서 반드시 필요한 크레덴시알. Credencial del Peregrino. 직역하면 순례자 자격증, 스페인 사람처럼 읽으면 발음은 '끄레덴시알 델 뻬레그리노'가 된다. 


Credencial 끄레덴시알

보통 '순례자 여권'으로 통용되는 끄레덴시알은 말 그대로 순례자임을 증명하는 자격증으로 순례자라면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 보통 까미노 루트가 시작되는 도시나 중간 거점도시 등의 알베르게, 순례자 오피스, 그리고 도시 투어리즘 오피스 등에서 구할 수 있다. 

끄레덴시알을 소지해야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에 머물 수 있고, 그렇게 매일 밤마다 도장을 하나씩 받다 보면 순례가 끝날 즈음에는 어느덧 끄레덴시알은 다양한 모양과 그림의 도장으로 빼곡해진다. 길 위에서 보낸 많은 시간과 숱한 밤들이 오롯이 기록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다음, 순례자 오피스에 이 끄레덴시알을 보여주어야 한다. 



Sello 쎄요

쎄요. 끄레덴시알에 찍는 도장을 말한다. 까미노를 걷다 보면 순례자 숙소 외에도 지나치는 성당, 레스토랑, 바 등에서 자신만의 쎄요를 준비해두고 쎄요를 찍어주거나 아예 잉크까지 내다놓고 직접 찍어가도록 하는데 모양과 잉크 색상이 제각각이어서 다양한 쎄요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몇 년 전만해도 오피스에 끄레덴시알을 내밀면 까다로운 절차 없이 완주했음을 인정하는 인증서를 발급하고, 끄레덴시알 제일 앞장 공란에 순례자 오피스 인증 도장을 찍어주었다. 그런데 점점 순례자 수가 증가하고 버스로 구간점프 하며 일부만 걷거나 자전거로 장거리를 이동하며 잠자리만 순례자 숙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서인지 올해 초여름 산티아고에서는 확인 절차가 다소 까다로웠었다. 매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맞는지 날짜와 도장을 꼼꼼히 확인한 다음에야 절차가 끝나는 터라 순례자 오피스 대기열도 길어서 2시간 가량 웨이팅은 기본일 정도였다. 엊그제 순례자오피스 공식 집계수를 보니 165명이 산티아고에 도착했다고. 까미노 성수기인 여름이 지나면 아무래도 순례자 수가 줄어들고, 그만큼 순례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질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순례자 수가 감소하는 만큼 숙소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빨리 걷는 피곤한 정신 싸움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 혹시 가을, 겨울 무렵 순례를 계획중이라면 느긋하게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여유 있게 걷기를 권한다.


Albergue 알베르게


제일 처음에 언급한 뻬레그리노Peregrino(순례자) 라는 단어가 또 공식적으로 쓰이는 곳이 바로 알베르게다. 순례자들이 머무는 전용 숙소를 말하는데, 공립이든 사립이든 알베르게 앞에는 반드시 '순례자 숙소(Albergue de Peregrinos)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무슨 말이냐면, 순례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까미노 루트 주변으로  새 숙소들이 부쩍 많이 생겨났다.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를 제외하고, 기존 호텔이나 호스텔 등에서도 간판에 '순례자(Peregrino)라는 단어를 추가하거나 기존 간판 옆에 별도로 '순례자 숙소(Albergue de Peregrinos)라는 서브 간판을 달고 순례자를 맞는다. 물론 이들 역시 전용 쎄요를 만들어 끄레덴시알에 찍어준다. 

어디에서든 머물 수 있고, 순례를 증명하는 도장을 찍어주지만 왜 굳이 구분하냐면 비용, 그리고 시설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 숙소에 값이 저렴한 편이고 시설은 복불복이다. 운영한지 오래된 곳은 그만큼 시설이 낡았거나 다소의 불편을 감수해야한다. 호텔이나 호스텔은 독실과 2인실을 갖췄음은 물론이고 다인실이래봐야 많아야 8명 정도가 한곳에 머문다. 전용 욕실을 갖추었는지, 아침이나 저녁 식사 포함 여부에 따라 가격 옵션은 달라진다. 


이때쯤 알아두어야할 단어가 바로 무니시팔 Municipal 이다.

Municipal 무니시팔

알베르게를 구분하며 '공립'의 의미로 설명하고 싶었는데 정확한 의미는 '시립'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립(Public)'에 해당하는 스페인어는 뿌블리꼬(Publico)인데 공영 알베르게에는 무니시팔Municipal이 쓰인다. 각 시에서 운영, 관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공 시설이라고 볼 수 있는 이 무니시팔 알베르게는보통 5~7유로 정도로 매우 저렴하고,  복불복이긴 하지만 시설이 천차만별이다. 

가장 대표적인 까미노 루트인 '프랑스길'을 기준으로 보자면 까미노 루트가 나바라-리오하-팔렌시아-갈리시아 지역을 통과하는데 앞부분인 나바라, 리오하, 팔렌시아 지역에 있는 무니시팔 알베르게는 대체로 운영된 지 오래여서 시설이 낡은 편이다. 비용은 5~7유로로 저렴한 편이고, 낡았지만 주방, 샤워시설 등을 두루 갖추었다.

가장 마지막 지역인 갈리시아 지역으로 접어들면 이름부터 좀 달라진다. 


Xunta 쑨타

갈리시아 지역 공영 알베르게 이름에는 쑨타(Xunta)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스페인어 대신 갈리시아어로 쑨타(Xunta)는 함께(together)라는 의미인데 갈리시아 지역 모든 공영 알베르게에 공통으로 사용되고, 쥐인 듯 여우인 듯 보이는 저 마스코트 역시 공통으로 사용된다. 

갈리시아 지역 공영 알베르게는 4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격은 여전히 6유로로 같고, 1회용 침대&베개 커버를 나눠준다. 앞 지역들에 비해서 새 건물이 많아 건물이나 시설이 깨끗하고 넓은 편이다. 그런데 그 넓고 깨끗한 주방에 취사도구가 전혀 없다. 간단하게 차를 끓여 마실 만한 주전자나 컵 등도 아예 갖추지 않았다. 순례자들끼리는 '알베르게 시설을 이만큼 갖추어주었으니, 밥은 밖에서 사먹으라는 뜻이냐?'고 추측을 했었는데, 아마 그렇지 않을까.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그렇게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기꺼이 주변 레스토랑을 순회하며 갈리시안 해산물 요리를 잔뜩 사먹었었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단어.

Camino 까미노

까미노. 당신이 생각한 그 의미가 맞다. 까미노=Camino=Road=길 이다. 단순하게 '길'을 뜻하지만 '순례' 그 자체 의미로도 대치해 사용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순례하며 밟는 그 길, 모든 순례 구간과도 대치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심지어는 순례 중 멍 때리다가, 혹은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잠시 루트를 벗어나 헤매고 있으면 스페인 사람들이 "까미노?" 묻고는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을 일러주기도 한다. 무척이나 걷기 힘든 어떤 날, 아니면 시멘트 바른 국도 위로 걸어야하거나 특이할 거 전혀 없는 그저그런 마을을 통과해야 하는 구간에서 잠시 벗어나려고 모바일 어플을 검색해 숏컷으로 가로질러 걸으려 해도 어김없이 마주치게 되는 동네 주민 누군가는 강하게 고개를 흔들며 "No Camino노 까미노"라고 목청껏 일러준다. 거기 아냐, 니가 가야할 길은 다른 데라구!

순례하며 가장 많이 말하는, 그리고 듣게 될 '부엔 까미노(Buen Camino)'의 까미노 역시 이 까미노다. 직역하면 '좋은 길'이지만 '좋은 길 되시길''건강하게 잘 걸으세요' 등 순례 기간 길 위의 안녕을 비는 인사이다.

그리고 스페인어를 3개월째 배우고 있는 지금 알게 된 사실이지만 'Yo Camino요 까미노' 또는 거기서 Yo(요)를 생략하고 그냥 Camino(까미노)라고 하면 '나는 걷는다', '걷고 있다' 라는 의미의 동사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혹시 순례 도중 특정 구간을 버스 혹은 택시로 건너뛰자고 유혹하는 길 위 친구가 있거든 그 혹은 그녀의 눈을 지긋이 응시하며 말해도 된다. (Yo) Camino. "난 걸을거야."


이 정도만 알면 순례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단어는 한번씩 언급한 것 같다. 그외 스페인어는... 굳이 알아 뭐하겠는가. 넘쳐나는 스페인 관련 여행 가이드북, 혹은 인터넷 블로그에도 인삿말은 넘친다.

그래도 꼭 말해야 한다면 기본이 될 문구 몇 개 더.




기본 인삿말

Hola(올라)!   안녕.

Gracias(그라시아스)! 고마워.

Chao chau(차오차우) 안녕(헤어질 때)

Buenos dias(부에노스디아스) good morning

Buenas tardes(부에나스따르데스) good afternoon, good evening

Buenas noches(부에나스노체스) good night

Mucho gusto(무초구스또) 만나서 반가워

Yo tambien (요 땀비엔)     동감 / 나도 그래



상황별 문구

(Yo) Soy ooo  (요)쏘이 ooo                                                             나는 ooo예요.

Voy a Santiago 보이 아 산띠아고                                                    나는 산티아고까지 가요

Donde esta 돈데 에스따 ooo?                                                         ooo가 어디에 있어요? 

Que hora es 께 호라 에스?                                                                지금 몇 시예요?

Tengo hambre 땡고 함브레                                                               배고파요

Estoy resfriado y enfermo 에스또이 레스쁘리아도 이 엔뻬르모    감기에 걸렸고, 아파요

Tengo firbre y tos 뗑고 삐브레 이 또스                                            열이 있고, 기침나요.


그리고 어느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만능 언어.

Por Favor 뽀르 퐈보르 : 문구, 명사 뒤에 그냥 갖다 붙이면 된다.

El Menu 엘 메누 Por favor                         (주문할 때) 메뉴 주세요

Un Cafe 운 까페/Cafe con leche까페꼰레쩨  Por favor         커피/라떼 한 잔 주세요

Vino tinto 비노 띤또/ Vino blanco 비노 블랑꼬 Por favor      레드와인/화이트와인 한 잔 주세요

La cuenta 라 꾸엔따 Por favor                        영수증 주세요

Cuanto questa 꾸안또 께스따?                        얼마예요?

El Bano 엘 바뇨  Por favor                         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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