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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Mar 02. 2024

알고 보면 고양이는 엄청난 상상력의 귀재가 아닐까

<파란 고양이>, ‘책보냥’ 피드에서 우연히 만난


<파란 고양이>, 허지영 지음, ‘책보냥’ 피드에서 우연히 만난

 

창밖엔 아직도 비가 내려요. 
이 비는 언제쯤 그칠까요?   
   
- 허지영, <파란 고양이> 중 발췌   


고양이의 일상을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우리와는 또 다른 하루를 보내는, 고양이의 시간을 서술한 책이죠.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 ‘파란 고양이’의 주인은 늘 바쁩니다. 일을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커피를 내리거나 식사를 하는 등 매번 무언가에 골몰해 있죠.     


파란 고양이는 인간과 함께 놀고 싶지만, 인간은 그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결국 고양이는 저만의 놀이를 찾아 나섭니다. 가장 좋아하는 박스에 몸을 구겨 넣고, 어둠을 따라 자신만의 세상으로 향해 갑니다. 그곳은 고양이의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세상입니다. 자신을 위한 집도 있고, 백조도 탈 수 있으며, 꽃이나 선인장으로 몸을 변형시킬 수도 있죠. 고양이는 그렇게 한참 동안 자신의 세상을 유유히 순찰합니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죠.     


하지만 주인은 여전히 바쁩니다. 고양이와 눈 한 번 맞추고는 또 다른 일에 몰두하죠. 고양이는 또 한 번 주인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언젠가 그치는 비처럼, 하염없이 쏟아지는 그의 일거리도, 언젠가는 끝이 나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며, 잠에 빠져듭니다.     


처음에는 책이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를 은유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바쁜 부모를 보며, 아이들은 가끔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무언가에 집중한 부모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놀아달라는 간단한 진심도 꺼내지 못하죠. 기다리다 지친 아이들은 결국 상상력을 발휘해 자신 안의 새로운 세계를 꽃피웁니다. 하지만 상상에서 돌아와도 부모는 여전히 바쁘죠. 아이들은 여전히 기다려야 하고요. 책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고양이로 은유한 듯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시 한번 펼치자 또 다른 해석이 떠오르더군요. 이번에는 ‘고양이’라는 대상 그 자체였습니다. 본디 고양이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고양이의 행동이 그만큼 엉뚱하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뜻이죠.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튀어 나가고, 별것도 아닌 것에 깜짝 놀라며. 느닷없이 ‘솜방망이’를 휘두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만약 그 ‘이상한’ 행동들이 고양이가 상상 놀이 중에 보이는 행동들이라면, 책에서 묘사한 것처럼 고양이가 자신만의 ‘상상의 나라를 탐방하는 중’이었던 것이라면, 어쩌면 그들의 기이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전투 놀이를 할 때 가짜 칼로 괜히 어른들의 종아리를 두드리고, 소꿉놀이를 하는 중에 돌멩이를 얹은 흙을 들고 와 먹어 보라고 하는 것처럼요. 행위만 보면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만의 작은 세계를 알고 나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행동들입니다. 그러니 어쩌면, 겉보기에 이상한 고양이의 행동들 또한 그들이 저만의 세계에 너무 깊이 빠져 보이는 증상들일지도 모릅니다.     


고양이는 사실 엄청난 상상의 귀재가 아닐까요. 그들이 좁은 공간과 박스를 유독 좋아라 하는 건, 단지 본능 때문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눈을 꼭 감은 채로 자신이 지어 놓은 상상의 세계를 선명하게 탐방하기 위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에 더 잘 몰입할 수 있도록 불을 다 꺼놓고 어둠 속에서 시청하는 우리들처럼요.     


으아. 생각을 하다 보니 갑자기 고양이가 너무 귀엽게 느껴집니다. 상상하기 적당한 공간을 찾아 몸을 구겨 넣고 저만의 세상을 탐방하는 고양이라니. 그들은 매번 다른 상상을 펼쳐 갈까요, 혹은 대하드라마처럼 하나의 상상을 에피소드별로 이어갈까요. 뭐가 되었든 정말로 무언가를 상상한다면 하나만 공유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심과는 또 다른 ‘묘심’은 분명 우리의 예상에서 한참 벗어난 것들로 가득할 테니까요. 동심만큼 재밌고, 웃기고, 마음을 풍족하게 만드는 색다른 것들 꽉 차 있을 테니까요.     


<파란 고양이>는 이처럼 ‘고양이’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푸른색과 검은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그림들은 전에 알지 못했던 방향으로 고양이를 사유하도록 만들죠. 그러니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그를 더 알고 싶다면, <파란 고양이>를 펼쳐 보길 바랍니다. 파란 고양이의 상상 속을 걷다 보면, 어느새 ‘고양이처럼 생각해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책방에서 고른 책이 아니지만, 서평을 굳이 이 책으로 하게 된 경위(라는 제목의 변)


: 본래 읽으려던 책은 아닙니다. 이번에 방문한 책방, ‘책보냥’에서는 사실 다른 책을 구매했더랬죠. 하지만 책방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책방 소식 피드(인스타그램)를 확인하게 되었고, 거기서 <파란 고양이>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책에 수록된 그림을 보자마자 강렬한 색감에 매료되어 버렸죠. 파랑과 검정의 어우러짐, 그리고 붉은색과의 강렬한 대비는 한순간에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찰나의 순간은 책의 구매로 이어졌죠. 


책방에 가면 마지막 순간까지도 집중력을 놓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진짜 매력적인 책은 오랜 관찰 끝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니까요. 앞으로 책방에 가면 더 주의 깊게 책들을 살펴야겠습니다. 두 번의 후회는 하지 않도록 말이죠.     

 

하지만 미리 앞날을 예견해 보자면, 앞으로도 후회는 또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더 후회한 후에 비로소 ‘내 책’을 한눈에 알아보는 식견이 생기겠죠. 아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런 경지에 이르진 못하려나요. 뭐, 그래도 좋습니다. 다양한 책을 탐방하는 건 또 그만한 재미가 있을 테니까요.     



이 책을 추천해 준, 어느 책방


책보냥




< 우연히 만난 책들 >


책방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책방을 방문할 때마다 공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을 한 권씩 구매합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책들을 그냥 묵혀 두기 아까워 책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 우연히 만난 책들 >은 그렇게 탄생하게 된 글 모음집입니다.

글에서는 책방에서 책을 고른 이유와 책에 대한 소소한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달 모나 Monah the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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