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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May 11. 2024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서점 여행자의 노트>, ‘부자 책방’에서 우연히 만난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서점 여행자의 노트>, ‘부자 책방’에서 우연히 만난


단순한 호기심으로 공간을 찾은 방문객을 열성 독자로 만드는 것은 서점의 명확한 가치관, 그리고 이 공간에서만 해 볼 수 있는 경험들이다. (p.8)   

- 김윤아, <서점 여행자의 노트> 중 발췌


서점 여행자 앞에 나타난 ‘서점 여행자의 에세이’는 그 어떤 책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서점 여행을 하던 중에 만난 책이라 더욱 운명처럼 느껴졌죠. 그래서 책이 분량과 크기에 비해 가격대가 있었음에도, 별다른 고민 없이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서점 여행자의 노트>는 제목처럼 서점을 여행하는 한 여행자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뉴욕, 런던, 파리 등, ‘서점’이라는 키워드와 낭만적으로 어우러지는 도시의 특색 있는 서점들을 소개하는 책이죠.     


저자의 여행은 파리의 유서 깊은 독립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패니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오래된 서점 책장의 사이사이에는 작은 숙박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에서는 누구든 한정 없이 머물다 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숙박료도 청구되지 않죠. 단, 이곳에 묵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바로 ‘서점에 머무는 동안 서점의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금전적인 비용 대신 한 사람의 창작물(자서전)을 숙박료로 받는 것이죠. 저자는 단순 명소인 줄로만 알았던 서점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점을 탐색해 나가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패니처럼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경험과 소통을 중시하는’ 공간을 발견하고픈 마음으로 서점 여행을 떠나게 되죠.     


그래서일까요. 저자가 소개하는 서점들에는 모두 예외 없이 ‘책을 파는 상점’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었습니다.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파리의 길거리 서적상 ‘북키비스트’, 서점원이 되기 위해서는 30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뚫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뉴욕의 세계 최대 규모의 중고 서점 ‘스트랜드’, 역사 속에서 사라지거나 소외된 작가들의 책만을 취급하는 런던의 독립서점 ‘페르세포네’ 등, 책은 고유한 역사와 이야기를 가진 서점들을 선별하여 소개하죠. 


책은 서점뿐만 아니라 서점에서 일하는 다양한 서점원들의 모습도 잊지 않고 언급합니다. 저자는 서점 여행 내내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중고 서점에서 책을 팔거나, 매대에 없는 책을 구해달라고 하는 등, 수동적인 관광객이 아닌, ‘적극적인 독자이자 책 구매자’로서 다양한 체험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서점원들과 교류하게 되죠. 한 외국인 손님의 갑작스러운 요구에도 직원들은 열정적으로 부응해 줍니다. 단순 책 추천 질문에도 서점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고서적을 구경시켜 주며, 며칠이 걸려서라도 필요한 책을 구해다 주죠. 국적과 인종은 모두 달랐지만, 그들은 책 앞에서 모두 하나같이 ‘친절한 전문가’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판매하는 책을 진심으로 아끼며, 그 책을 구매하러 찾아오는 이들을 존중해 주었죠.     


저자는 서점 여행을 통해 자신이 성장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서가의 도서들과 그를 분류하는 방법, 서점원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들의 문화를 접하고 경험하며 자신의 식견이 한층 넓고도 깊어졌다고요. 최근 서점을 정기적으로 다니는 저는 그 문장에 불현듯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달간 모호하기만 했던 어떤 감정을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되었죠.     


저는 해외가 아닌 국내 서점을 가고, 거창한 명성이나 수식어가 없는 동네의 작은 서점을 가지만, 매번 서점을 들르면서 알게 되는 건, 모든 서점에는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파리와 런던, 뉴욕의 서점들 못지않게 한국의 작은 서점들 또한 고유한 가치관과 이야기, 나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죠.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탐방하며, 저는 매번 무언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책방지기님의 취향으로 꾸려진 서가에서 만나는 낯선 책들, 책방만의 색깔이 듬뿍 담긴 메모들, 책방지기님과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낯선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마주할 때마다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어쩌면 그래서 서점을 택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점을 정기적으로 다니던 초창기, ‘왜 서점일까’라는 질문을 머릿속에서 떨치지 못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왜 하필이면 서점일까. 많고 많은 소재들 중, 왜 난 ‘서점’을 선택했던 걸까. 저는 이번 책 속에서 마침내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서점을 택했던 건, 서점이 저를 성장시켜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점만이 안겨줄 수 있는 유익한 원동력에 이끌려, 자석처럼 서점으로 이끌리게 된 것이죠. 서점을 방문하고 책을 한 권 구매해서 나올 때마다 느꼈던 특유의 개운함, 이제는 그 막연했던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 아마 제가 서점 문간에서 느꼈던 시원한 해방감은 그런 기쁨이 아니었을까요. 성장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한,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쾌재. 때가 되면 어김없이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 꾸준한 습관은, 그런 만족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던 이유


부자 책방




< 우연히 만난 책들 >


책방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책방을 방문할 때마다 공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을 한 권씩 구매합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책들을 그냥 묵혀 두기 아까워 책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 우연히 만난 책들 >은 그렇게 탄생하게 된 글 모음집입니다.

글에서는 책방에서 책을 고른 이유와 책에 대한 소소한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달 모나 Monah the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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