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스무 살이 되면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나는 다짐했다
인생을 적극적으로 망쳐버리겠다고
전혜린과 박인환과 키스해링처럼
비밀을 뒤춤에 감추고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포즈로 사라지고야말겠다고
이왕이면과 웬만하면의 세계를 떠나
결단코와 반드시의 마을로 가겠노라고
눈치 보지 않는 욕구와
염치없는 희망 사이에서
나는 오래 천식을 앓은 환자처럼
하루를 채근하며 산다
어제까지는 괜찮았으나
아니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으나
발작적으로 찾아오는 무의미한 침묵
지도가 없는 마을에서
애써 누군가의 흔적을 찾아보려 애쓰지만
산책은 방황이 된 지
여행이 유랑이 된 지
오래
거울로 내 뒷모습을 비춰보려 애를 써도
뒤춤에 넣어두었던 비밀은 없었다
어떤 하루는 지긋지긋하게 눈이 부시고
나는 엉엉 울면서 쌀밥을 먹는다
어떤 일을 막연하게 버려두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