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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몽 Jan 31. 2024

해리 포터로 유명한 엘리펀트 하우스의 진실

영국_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에든버러 여행은 계획에 없던 도시였다. 유럽여행을 계획할 때 지인이 추천했다. 지인도 가보지 않았지만, 좋다는 얘기만 듣고 권했다. 어떤 정보와 기대도 없이 찾은 에든버러에서의 2박 3일은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로 인생에 남았다.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4시간 반 이후 에든버러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밖으로 나오자 비와 돌바닥이 나를 반겼다.  한 손에는 캐리어 다른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지도앱을 보느라 몸이 홀딱 젖었다. 핸드폰 화면은 물에 젖어 자꾸만 닦아야 했고,  돌바닥에 캐리어는 버리고 싶은 짐이었다.


울퉁불퉁한 돌바닥 위에 캐리어를 끌다가 바퀴가 사라지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하며 젖은 몸을 이끌고 오르막 내리막길을 겨우겨우 지났다. 심지어 길을 잃어 아이들 도움까지 받아 숙소에 도착했다. 에든버러의 첫인상은 축축했지만, 따듯했다.


에든버러 도시 풍경

보통 이런 상황이면 화가 났을 텐데 웃음이 났다. 예상밖에 상황이 펼쳐지자 뇌가 이상해졌던 걸까. 낯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는 거칠면서 축축했지만, 거리에서 길을 묻는 이방인에게 친절하게 길을 알려줬다. 무뚝뚝하지만 무언가 따스움이 있는 검은 올트타운 같은 느낌이 신비로웠다.


숙소에 도착하자 컴컴해졌다. 에든버러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계획이 없는 여행이었던지라. 숙소도 며칠 전에 했고, 여행할 곳도 찾지 못해서 핸드폰에 올라온 여행 후기를 찾아보았다. 우선 에든버러 성이 유명하니까, 거기에 박물관 미술관은 좋아하니까. 스카치가 유명하다니까. 이런저런 것들이 올라왔다.


지금은 좋아하게 되었지만, 6년 전에 방문했을 때는 해리 포터에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여기에 와서 조앤롤링이 <해리 포터>를 만들게 된 사연을 듣고 보면서 달라졌다. 또한 작가의 흔적들을 찾아가게 되면서 흥미를 가졌다.


이 도시는 마치 해리 포터 마법 세계가 상상되는 도시였고, 에든버러로 오려면 킹스크로스 역에서 타야 하는데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역과 동일하다. 롤링이 만든 세상의 기반은 에든버러에서 시작된 건 아닐까. 상상에 날개를 펼쳐본다.


판타지의 세계를 새롭게 써나간 작가 조앤롤링이 해리 포터를 쓴 곳으로 유명해진 엘리펀트 하우스 카페도 방문할 곳 중 하나로 추가되었다.

엘리펀트 하우스 카페 입구
엘리펀트 하우스 카페 내부

엘리펀트 하우스에는 조앤롤링의 흔적들이 남겨졌다. 그리고 해리포터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조앤롤링이 에든버러 성을 보며 집필했다는 자리에 앉아 따라 하기에 들어갔다.


잘 먹지도 않는 카푸치노에 간단한 케이크를 시켜서 창밖을 바라봤다. 누가 봐도 그곳은 해리포터 세계의 한 장면 같다.

엘리펀트 하우스 메뉴

해리와 친구들이 배를 타고 호그와트를 타고 갈 때 바라보는 그 성의 이미지가 그대로 창문 밖에 펼쳐지면서 상상에 나래가 펼쳐졌다. '아... 해리포터가 안 나올 수가 없구나...' 사람은 환경이 중요하다는 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조앤롤링은 에든버러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집필 활동도 오래 했고, 그의 모든 판타지 세계의 기반이 여기서 완성되었기에 해리포터 팬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팬이 아니었던 나 조차도 팬으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을 경험했으니까.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더 큰 마법을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엘리펀트 하우스 카페가 불이 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예전에 흔적들은 화재와 함께 사라져서 아쉽고 안타까웠다. 새 단장을 하고 다시 문을 열 카페를 기대해 본다.

엘리펀트 하우스 조앤롤링 기사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롤링은 굳이 많은 카페 중에 엘리펀트 하우스로 갔을까? 그녀는 동네 카페에서 <해리 포터>를 썼다고 전해지는데 당시 살던 동네는 에든버러 북쪽 라이스로, 엘리펀트 하우스 카페에서 꽤 떨어져 있는 도시라고 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 카페 바로 길 건너편에는 그녀의 창작에 엄청난 자양분을 줬을 '스코틀랜드 국립도서관'이 있다. 롤링은 가난한 싱글맘으로 하루 종일 공짜로 책 읽고 영화 보고 길 건너 카페에서 가벼운 식사로 배를 채우고 글쓰기에 엘리펀트 하우스가 가장 알맞은 장소였을 것이다.


카페라는 공간은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기 위해 찾은 공간이었다. 특히 파리에서는 집값이 비싸 좁은 집에서 살 수밖에 없던 그들에게 글을 쓰는 공간이면서 다른 예술가 들도 교류하는 살롱 같은 장소였다. 여전히 카페는 그런 공간으로 많은 작가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에든버러 성

“무엇인가에 실패하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무나 조심스럽게 살아서 전혀 살지 않은 것처럼 지낸다면 실패는 않겠지만 이때에는 자연스럽게 당신의 삶은 실패한 것이다.”라고 조앤롤링은 말했다. 롤링의 기적을 가능케 한 것은 생활보조금과 많은 자료가 무제한 제공되는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엘리펀트 하우스로 롤링이 갔던 이유는 도서관 때문이다. 엘리펀트 하우스는 롤링의 동네 카페는 아니지만, 그녀가 다니던 도서관이 있는 동네 카페라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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