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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꿈 Jul 07. 2023

4. 시민성의 의미와 핵심역량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역할

시민의 사회적 위치가 격상되고 동시에 보편화되면서 이후 근대 국가는 시민의 개념과 역할을 새로이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납세와 국방은 현실 국가 유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기에 이를 통해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국가의 다양 한 정치적 · 복지적 권리의 당위성을 획득하게 되었지요. 


이처럼 시민의 개념 정립은 국가와 시민 간의 긴밀한 연결과정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형성된 ‘시민’이라는 개념은 형식적 차원의 시민의 지위를 포함해 내용적인 차원에서의 시민성 혹은 시민의 자질에 대한 새로운 요구가 구체화될 필요가 있었죠.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구체화된 것이 바로 ‘시민성(市民性)’에 대한 개념입니다.


시민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잠시 용어를 정리하고자 해요. 사실 시민성은 일반적으로 ‘citizenship’의 번역어로 사용되나 해당 시티즌십에는 ‘시민권(civilright)’과 ‘시민성(civility)’의 개념이 얽혀 있다고 해요. 시민권이란 ‘시민으로서의 자격, 권리와 의무, 특히 국가 구성원으로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civil entitlement)’를 말하며, 시민성이란 ‘시민으로 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덕성 그리고 시민의식과 시민행동(civic attitudes)’을 말합니다. 저는 향후에 계속 시민이 가져야 할 가치관과 행동 양식, 사고방식, 성질 따위의 시민특성에 대해 이야기할 텐데요, 그래서 제가 이후의 설명하는 시민성은 시민권civility에 더 가깝다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다시 시민성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요? 시민성이란 시민으로서의 자기 확립과 다른 시민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덕목과 역량을 지칭합니다. 이것은 동시에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시민, 민주국가 주권자로서의 시민적 삶을 모두 포괄하는 영역이기도 하죠.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시민성의 개념은 본질적으로 시민과 정치공동체 간의 관계에서 파생된다는 점에서 정치공동체와는 무관한 개인의 본질적인 인간다움이나 인간성과는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요컨대 시민성은 특정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역할 수행과 참여를 위해 필요한 품성과 자질을 의미하는 공적 성격을 지닌 개념이기도 한데요, 자유와 권리를 누려야 할 시민이 많아질수록 다른 시민들과의 이해 조율은 국가 유지의 핵심적인 부분일 수밖에 없죠. 인구가 늘어갈수록 분쟁의 형태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즉, 시민성은 행위자로 하여금 사회적 관계에서 요구되는 행위를 안내하는 일종의 표준, 매뉴얼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민성은 개념적으로 독립된 개인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로 묶인 사회의 구성원을 전제한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시민성의 특징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 국가적 노력을 통해 습득되고 함양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자연히 시민이라는 개념의 탄생은 시민교육의 형성과 맞물려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한국 공교육 과정(교육부) 안에서 논의되는 시민성의 핵심적인 키워드(역량)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와 핵심가치에 대한 지식과 이해’, ‘타인의 권리와 존엄성을 존중하고 다원성을 인정하는 시민적 관용’, ‘공공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하는 시민적 효능감’, ‘사회-정치적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비판적 사고력’,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와 상생의 원칙에 따른 협력과 연대’를 꼽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현실적인 국가 상황 안에서 다시 살펴보면 시민성이란 특정한 정치공동체의 성원으로서 부여받은 '법적 지위(legal status)’를 언급하는 데에도 동일하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시민은 자국민이라는 전제하에 구성되며 시민권은 영토 안에서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보편화되기에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시민의 권리란 한 민족국가 안에서만 존재하는 차별적 권리로도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기독교 윤리학자 라인홀드 니버(Karl Paul Reinhold Niebuhr)는 이른바 ‘애국심의 윤리적 역설(ethical paradox of partriotism)’이라는 논의를 통해 사회구성원들에게 시민성이나 시민의식을 요구하고 교육하는 것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애국심은 개인의 희생적인 이타심을 국가의 이기심으로 전환시켜 버리기 때문이죠.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 이주, 불법체류 등과 같은 사회문제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처럼 시민의 존립 상황이 국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자 역설적으로 시민의 보편적 기본권이 국민국가의 영토 안에서 제약받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였으며, 또한 20세기말에 들어와 급속하게 진전된 이른바 세계화의 추세와 충돌하면서 상위 개념인 인권 존중이 저해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시민의 개념을 '국가시민 '에서 더 확장된 형태로 진화시키는 문제가 21세기 시민사회의 중요한 주제로 등장하게 되었죠. 


그러한 논의 가운데서 시작된 것이 바로 ‘세계시민’의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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