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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partners 샘파트너스 Nov 03. 2023

세상의 소음에서 영감을 찾다

영감은 "조용한 곳보다 요란한 곳에 있다"

일 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일 이야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삶의 대부분을 일로 보내니까요. 아마 이 곳에 찾아온 당신도 일 이야기가 궁금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만 하고 사는 인생이 고달프고 단조롭듯이, 일 이야기만을 계속 보고 있는 것도 고역이겠지요. 기획자 입장에서도, 일 이야기만 하고 사는 것은 우리를 너무 단순하게 만들고, 짜여진 생각 안에 갇혀 있게 만들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만국의 노동자여, 일 이야기좀 그만 하라!"


그래서, 이번만큼은 일 대신 쉼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주말이 가까워질 때쯤, 혹은 일이 아닌 시간에 대해 궁금해할 때 우리가 흔히 묻는, "주말에 뭐 하니?" "쉴 땐 뭘 하시나요?" 같은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입니다. 가끔 일복이 터지면 쉬는 날까지 일에 동원할 때도 있고, 반대로 너무 에너지가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가만히 집에만 있는 날도 있지만, 제게 있어 '휴식'의 제1원칙은 집에 가만히 있지 않는 것, 제2원칙은 전에 해 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하는 것입니다. 해 보지 않았던 것, 가 보지 않았던 곳 중,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만한 곳을 찾아가 보는 것이죠. 



그저 ‘어디에 이런 게 있다던데 한번 가볼까?
정도의 작은 제안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죠.


거창하게 썼지만 사실 늘 목적지가 미리 정해져 있거나, 뭔가 큰 사명감 같은 것을 가지고, 탐구적인 자세로 일을 벌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어디에 이런 게 있다던데 한번 가볼까?’ 정도의 작은 제안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죠. 가장 흔한 방법은 뭘 사야 한다는 강박 없이 쇼핑몰이나 가게, 카페 등을 찾아가는 것일 것 같습니다. 그 곳에서 통계적인 분석이나 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기는 어렵지만, 몰랐던 브랜드의 태동을 알게 되거나, 브랜드가 변화하고 적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요즘 경쟁적으로 생기는 리테일 및 휴식 공간들의 의미를 읽어내려갈 수 있게 되죠. 그러다 내 마음에 맞는 제품이나 공간, 재미있는 이름의 와인 병 정도라도 찾게 되는 건 재밌는 일입니다. 운이 좋으면 일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죠.


물론, ‘휴식도 일의 연장’이라는 진부한 소리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저도 그 소리가 참 듣기 싫습니다. 휴식은 휴식이고 일은 일이죠. 이러한 여정이 제 기분을 전환시켜주기도 하지만, 저의 취미가 여기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이런 걸 '일'로서 해야 한다고 하면 저는 다른 태도를 취할 겁니다. 훨씬 더 분석적이고, 훨씬 더 촉을 세우려 노력하겠죠. 하지만 그 시점부터 이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일'이라는 틀에 맞추어 채근하는 것에 불과하고, 어떤 에너지도 영감도 얻지 못할 겁니다.


어쩌면 제가 했던 이야기들은 ‘쉼’이라기보다는, ‘영감을 찾아나가는 방식’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영감'이라는 것이, 반드시 어떤 일에 쓰이리라는 보장은 없고, 반드시 일에 쓰기 위해 아득바득 영감을 찾아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 수록 멀리 달아나는 것이 영감이라는 걸, 일천한 경험 속에서 느껴 왔습니다. 그저, 삶을 그냥 보내지 않고,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떠한 것에 관심을 둘 지를 정한 뒤, 그 관심사 속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것들을 내가 알고 경험한 것으로 만들고, 이를 잘 정리해 마음 한 구석에 채워 둘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알찬 주말을 보냈구나,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삶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자세가 있습니다. 첫째는 내가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것 뿐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영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어느 정도 '알아보고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말에 뭐하지?' 에서 '가자!'까지 가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어떤 곳에 관심을 두고 싶은지를 알지 못하고, 그것을 어떤 곳에서 채울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뭘 알아야 찾아가고, 뭘 알아야 뭐가 새로운지, 혹은 어디를 따라한 건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안팎으로 관심을 쏟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관심을 에너지 소모로 여기고 부담을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이런 내적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트리거는 주변인의 인스타그램, 뉴스 한 꼭지, '이런게 있다던데' 하는 식의 이야기 정도면 족합니다.




둘째는, 영감은 "조용한 곳보다 요란한 곳에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주변 이야기나 뉴스 등을 소음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보가 너무나 많다보니, 그 정보들이 소음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가 소음과 시각적 자극이 없는 안전한 공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가장 조용하게 떠나는 여행에서조차도 떠나온 공간과 분위기가 주는 자극이 있고, 바닷가에서 가만히 뜨는 해를 바라보는 것조차도 다채로운 색채와 바닷가의 소리가 빠진다면 감흥을 느끼기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소음과 자극을 구분하는 것은 우리가 마음을 어디에 쓰느냐에 달렸습니다. 우리가 어딘가 찾아가는 것도, 그 곳에서 사람들을 살피고 직접 부딪히는 것도, 결국에는 세상의 청각적인 것 뿐만 아니라, 시각적이고 촉각적이거나 우리가 오감으로 감지할 수 있는 그 모든 소음 속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시끄러운 일상, 그 요란한 변화가
오히려 우리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우리를 이끌어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sam은 자리 재배치를 진행했습니다. 이전에는 별도의 방에 있었던 BXC팀은 이제 더 넓은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며 일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누군가 또한, 조용한 일상에서 시끄러운 일상, 겪어보지 못한 일상으로의 변화를 느끼거나, 그를 앞두고 계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시끄러운 일상, 그 요란한 변화가 오히려 우리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우리를 이끌어줄 수 있습니다. 일상과 벗어난 그 어디에서건, 그 곳에서는 조금 더 시끄럽고, 조금 더 소란스러우며, 조금 더 다채로워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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