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것들이 내게 닿아 특별한 의미가 된다.
집에 가는 길에는 공원이 하나 있다. 그날도 일을 마치고 해 질 무렵의 이쁜 하늘을 벗삼아 공원을 지나칠 때였다. 개인 주택 단지라 사람이 많지 않은 한가한 동네 공원에는 어느새 초록 나무와 풀들이 가득 덮혔다. 먼발치에는 동네 어르신 한 분이 허리를 곧게 세우고 한 손은 뒷짐에, 한 손은 동그란 바퀴 모양 운동 기구에 얹은 채 열심히 어깨를 돌리고 계셨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어떤 평범한 갈색 개와 산책을 나온 멀뚱한 남자도 한 명 지나갔다.
‘저 개는 우리 돌프 털 색깔이랑 좀 닮은 거 같은데 암만해도 돌프보단 못하네. 갈색 푸들은 역시 어딜 가나 한 마리씩은 있지... 아, 얼른 집에 가서 우리 돌프 만나고 싶다.’
돌프에 대한 기분 좋은 상념을 펼치며 집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여보!
?? 소리가 발생한 곳으로 나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앙앙!! 멍멍!!!!!
너희들은 누구야? 아까 본 평범한 갈색 개와 산책하는 한 이웃은 순간 낯설었지만 확실한 그 자들이다. 내가 조금 잘 아는 남자 둘.
내 쪽을 향해 전진하려 용을 쓰는 한 남자는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고 있고. 자그마한 강아지와 유난히도 안 어울리는 큰 덩치의 남자는 오른손을 가지런히 흔들고 있고. 태양처럼 환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온다.
보통의 평범한 그 둘이 별안간 내게 닿아 의미가 된다.
심지어 점점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평범한 갈색 개는 정해인 얼굴을 닮은 ‘특출 나게 귀여운’ 강아지로, 곧 중년 초입에 진입하는 보통 남자는, 아주 가끔 이서진으로 보이는 ‘듬직한 남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