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그리고 사랑하는 방법
가수 이효리 님이 순심이(그녀의 반려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담은 영상을 보면서 한동안 잊고 있던 감정이 들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쿵 떨어지는 흔들리는 감정을. 모두가 때가 되면 떠나는 게 자연스러운 거란 걸 알아도 특히나 인간보다 여린 존재인 동물이 그 상황에 놓이면 철철 흐르는 눈물을 막을 도리가 없다.
그런 나의 징조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는 존재. 조그마한 흐느낌도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똥그랗게 놀란 눈으로 달려오는 나의 돌프. 우리 강아지.
기어코 내 몸을 타고 올라와선 뜨거워진 얼굴을 연신 핥는다.
돌프가 내 마음을 아는 걸까? 혹시 지금 이 감정을 이해한 걸까? 돌프는 평소에도 가끔씩 얼굴을 핥는다. 과일을 먹고 나면 단 향을 맡고서 내 입술을 핥는 건데 그럴 때보다는 다소 진지한 핥음이다. 간식 줄 때의 통과 의례인 '뽀'를 할 때와는 다른 차분한 핥음이다. 앉아 있는 나의 배 위에 올라와 두 뒷다리에 힘 빡 주고 서서, 앞발은 내 어깨에 척 얹어 놓고 진중하게 엄마의 얼굴을 핥아 낸다.
가끔은 돌프의 영롱한 눈을 가만 보면 내가 하는 말 모두를 알아듣고 있으면서 대꾸만 안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내가 간혹 노래 꽥꽥 부르거나 정신 놓고 댄스 브레이크 할 때도 다 보고 속으로 비웃고 있는 건 아닌지 상상한다.
내 얼굴에 묻어난 게 눈물인지 콧물인지 돌프가 결코 알리 없다 해도 누군가의 기분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고 정성 어리게 살피는 돌프의 행동은 우리가 영락없는 가족이라는 걸 느끼게 한다. 그가 걱정으로 똥그래진 눈으로 달려올 때, 내 먹먹한 슬픔은 벌써 녹아내렸다. 감정에 빠져들기보단 돌프가 놀랐겠다는 마음에 정신이 번쩍 차려진다.
비유가 좀 그렇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게 사람 마음이라고, 누군가에게 오롯이 마음을 내어 줄 때 자칫 방심하면 따라오는 부작용은 ‘기대’다. 기대는 원망을 낳고 어쩌면 주었던 마음의 본질을 흐린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기 또한 여간 만만치가 않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순정의 사랑 끝판왕인 부모라는 존재도 소중한 자식에게 기대하는 걸 보면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돌프에게 배우는 순수한 위로에는 기대도 계산도 없었다. 그리고 나 또한 돌프에게 전하는 꾸밈없는 이 마음. 비록 남편한텐 100% 떳떳하지 못해도 너에게만큼은 이 마음, 나 정말 떳떳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