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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희 May 17. 2021

강아지는 사람 마음을 아는 걸까?

위로 그리고 사랑하는 방법

가수 이효리 님이 순심이(그녀의 반려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담은 영상을 보면서 한동안 잊고 있던 감정이 들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쿵 떨어지는 흔들리는 감정을. 모두가 때가 되면 떠나는 게 자연스러운 거란 걸 알아도 특히나 인간보다 여린 존재인 동물이 그 상황에 놓이면 철철 흐르는 눈물을 막을 도리가 없다.


그런 나의 징조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는 존재. 조그마한 흐느낌도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똥그랗게 놀란 눈으로 달려오는 나의 돌프. 우리 강아지.


기어코 내 몸을 타고 올라와선 뜨거워진 얼굴을 연신 핥는다.

  

돌프가 내 마음을 아는 걸까? 혹시 지금 이 감정을 이해한 걸까? 돌프는 평소에도 가끔씩 얼굴을 핥는다. 과일을 먹고 나면 단 향을 맡고서 내 입술을 핥는 건데 그럴 때보다는 다소 진지한 핥음이다. 간식 줄 때의 통과 의례인 '뽀'를 할 때와는 다른 차분한 핥음이다. 앉아 있는 나의 배 위에 올라와 두 뒷다리에 힘 빡 주고 서서, 앞발은 내 어깨에 척 얹어 놓고 진중하게 엄마의 얼굴을 핥아 낸다.


가끔은 돌프의 영롱한 눈을 가만 보면 내가 하는 말 모두를 알아듣고 있으면서 대꾸만 안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내가 간혹 노래 꽥꽥 부르거나 정신 놓고 댄스 브레이크 할 때도 다 보고 속으로 비웃고 있는 건 아닌지 상상한다.


네~ 원맨쇼 잘 봤습니다. 제 점수는요

 

내 얼굴에 묻어난 게 눈물인지 콧물인지 돌프가 결코 알리 없다 해도 누군가의 기분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고 정성 어리게 살피는 돌프의 행동은 우리가 영락없는 가족이라는 걸 느끼게 한다. 그가 걱정으로 똥그래진 눈으로 달려올 때, 내 먹먹한 슬픔은 벌써 녹아내렸다. 감정에 빠져들기보단 돌프가 놀랐겠다는 마음에 정신이 번쩍 차려진다.


비유가 좀 그렇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게 사람 마음이라고, 누군가에게 오롯이 마음을 내어 줄 때 자칫 방심하면 따라오는 부작용은 ‘기대’다. 기대는 원망을 낳고 어쩌면 주었던 마음의 본질을 흐린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기 또한 여간 만만치가 않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순정의 사랑 끝판왕인 부모라는 존재도 소중한 자식에게 기대하는 걸 보면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돌프에게 배우는 순수한 위로에는 기대도 계산도 없었다. 그리고 나 또한 돌프에게 전하는 꾸밈없는 이 마음. 비록 남편한텐 100% 떳떳하지 못해도 너에게만큼은 이 마음, 나 정말 떳떳해!


오구오구 박태환 돌프
찌부된 밤톨이 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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