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변화를 함께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성숙한 관계, 건강한 관계에 관심이 많다. 학부에서 심리학을 졸업한 후, 본격적으로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10년 전부터 나는 나의 마음을 살펴보고, 조금씩 더 성숙한 인간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하루를 보내려 노력한다. 성숙해지는 것은 동기가 있는 인간이라면 모두에게 후천적으로 가능한 일이라서, 빠르진 않지만 조금씩 성숙의 방향으로 가면 되는 것이라서. 성숙한 삶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자유여행처럼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성숙한 사람일까를 알 수 있는 두 가지의 척도가 있다. 첫 번째는 ‘나랑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이다. 셀프킬링이 줄어들수록 나는 나랑 잘 지내고 있다고 느낀다. 두 번째는 ‘내가 타인과 어떻게 지내는지’이다. 내가 맺고 있는 관계의 질, 갈등의 양상을 살펴보면 내가 얼마나 성숙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사랑을 하려면 그와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 내가 나를 지우고 그에게 융합된다면 온전한 사랑이 완성될 것이라는 생각도 큰 착각이다. 사랑하는 관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독립적인 내가 기능할수록 관계의 성숙도는 높아진다. 독립성과 친밀감은 개별 차원이다. 독립적인 나로 더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가 있다. 독립성을 상실해야만 친밀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가장 친밀한 인간관계의 형태라서, 내가 평소 인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살아왔는지, 나의 인간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성숙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다음의 모습이 관찰된다.
사랑하는 관계에서 필요한 다섯 가지
1. 주고받기
- 나만 주거나 나만 받는 것이 아니다.
- 무조건적으로 평생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해줘!가 아니라, 나도 잘하고 그도 나에게 잘하고 서로 주고받으며
2. 배려하기
- 내가 원하는 게 있는 것처럼 그도 원하는 게 있다는 걸 잊지 않기.
3. 궁금해 하기
- 내가 나를 궁금해 하듯 그가 지금 어떤 마음일지 궁금해 하며
4. 솔직하게 표현하기
좋은 감정이든 불편한 감정이든 솔직하게 언어로 꺼내고
5. 존재로서 함께하기
실제 나로서 그냥 나라는 존재로서 being there
이 다섯 가지가 자연스럽게 관계에 녹아들수록 관계가 편안하다는 걸 느낀다. 현실에서 내가 그에게 그가 나에게 우리가 우리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통제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이젠 안다.
그가 완벽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라서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나대로
서로의 약점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고
그 모습 그대로를 판단하지 않으면서도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을 알아가며 살아갈 수가 있다.
그가 나의 소망대로 움직여주는 로봇도 아니며
나도 그의 소망대로 움직여주는 물체가 아니다.
우리는 갈등이 생기면 풀어나갈 대화를 할 수가 있고
혼자서도 함께여도 독립된 개인으로서 기능할 수가 있다.
그도 나도 결핍이 많은 보통의 인간이지만, 서로 만나서 서로의 결핍에 대해 비춰주고 충족할 방안을 함께 찾아가는 삶, 더 성숙한 인간으로 좀 더 편안한 삶을 만들어가는 데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주는 그런 관계. 그런 사랑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발달심리학의 연구에 따르면, 20세~40세 성인초기(Young adulthood)에서 중요한 과업은 친밀감(Intimacy)이다. 친밀감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고립(Isolation)으로 인한 외로움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친밀감을 원하는 정도, 총량은 개인별로 다르지만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intimacy는 필요하다. 중요한 건 나에게 필요한 친밀감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뜻함을 원하는 건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지금 이 시기에 더욱 더 필요한 친밀감을 얻지 못할 때 외로움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나는 나를 다 보이고, 이 힘든 마음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 우리의 마음은 참 아프다. 혼자서 괜찮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
연인이 있다고 다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라서. 진정으로 친밀감을 주고받는 연인이 아니라면 오히려 나를 더 외롭게 만드는 관계라서. 그런 내 마음이 더 아프다면 지금의 관계를 돌아볼 때이다. 친밀감을 막고 있는 마음의 벽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그 벽을 허물고 싶은 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만약 이 사람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 장벽을 허물만큼 이 사람이 좋거나 이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 사람과의 인연은 거기까지일 수 있다. 그러나 만약에 이 사람이랑 진짜로 친밀해지고 싶다면, 견고하게 존재하는 벽도 허물고 싶을 만큼 용기를 내보고 싶다면, 한 발자국 나아가도 좋다. 이 사람이 내 마지막 사람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내가 용기낸 만큼 나는 성숙한 사랑을 경험해 볼 테니까.
용기를 내자고 선언한다고 용기가 나는 건 아니다. ‘내가 용기를 낼만큼 그것을 원하는가? 진짜로 원하는가?’에 대해 묻다보면 용기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결과이다. 자존감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을 높여야지!’라고 선언한다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도 아닌 것처럼, ‘용기를 내야지!’ 한다고 용기가 자동으로 생성되진 않는다. 용기도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내 사람을 찾지 못한 것 같아 공허하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찾지 못해 외롭다면 그 마음은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가 나로 온전히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진심으로 응원해 줄
내 곁에 따뜻한 한 사람이니까.
그 마음이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나를 응원해 줄 그 한 사람을 찾기 위해
혼자인 나를 내가 먼저 챙겨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 험난한 세상을 좀 더 편안하게, 좀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가 있다.
우리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에게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줄 단 한 사람, 내가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 사람과 진짜 관계를 준비를 하기 위해 나의 마음을 단련하고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 사람은 내 인생에서 언제 만날 지 모르니까. 그동안 혼자 손 놓고 있을 순 없으니까. 가만히 있기엔 삶에서 찾아오는 고통들이 너무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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