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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lee Jun 06. 2017

36. 그해 여름

소나기 우리의 영원한 감수성

그해 여름

그녀를 보았습니다. 그녀는 나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었습니다. 비에 젖은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한기를 느끼는 몸의 온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직 어린 우리는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몰랐습니다. 그저 서로 좋은 것이 사랑인줄만 알았습니다. 사랑에 대한 책임도, 세상의 이치도 몰랐습니다. 그저 한여름 소나기처럼 시원하고 요란한 소리를 듣고 그 비를 맞으며 그것이 사랑인줄 알았습니다. 첫사랑이었습니다. 첫사랑은 그렇게 예기치 못한 곳에서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우리를 연결하였습니다. 지금 이순간이 영원할줄 알았습니다. 잡은손 영원히 놓지 않으리라 맹세했습니다. 서로 바라보며 웃고, 장난치며, 행복만이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여름이 가고

시간이 흐르고, 세상의 색이 바뀌며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우리의 시간도 많이 흘러갑니다. 우리의 뜨거운 사랑의 온기는 저 북쪽 찬바람에 식어만 갔습니다. 서로를 보여주었던 여름의 진실은 가고, 찬바람에 하나, 둘 옷을 입기 시작합니다. 서로를 감추고, 또 감추고 감추었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또하나의 옷을 입고 입고 입었습니다. 이제 몸은 따뜻하지만 그녀가 보이지 않습니다. 서로의 몸에 둘러싸인 몇겹의 옷들은 우리의 진심을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몸이 따뜻해질수록 사랑은 멀어져만 갔습니다. 서로를 위해 떠날 계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매서운 바람에 우리는 서로 갈길을 가게되었습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은채, 영원할것 같았던 사랑은, 놓지말자던 그 손은 그 웃음은 이제 하얀 눈에 덮혀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얼어버린 호수에 투명한 얼음에 비쳐 금방이라도 손에 닿을듯 하지만, 이제는 차가워 만질수 도 없는 그런 그리움으로 꽁꽁 얼어버렸씁니다.

다시 여름이 오면

우리는 기억할겁니다. 그때의 기억을, 어깨에 놓여진  그 느낌을, 웃음을,  사랑을. 기억해낼겁니다. 그해 여름을 기억해낼겁니다. 그해 여름을. 그녀도 기억해 낼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시간을 되돌려 그날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손모아 기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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