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시민정보화교육 중 하나인 ‘블로그 글쓰기와 SNS활용’이라는 수업을 통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 개설이야 전부터 되어있었지만 전혀 활용을 하지 않아서 블로그에 무슨 글이 있는지도 몰랐다.
블로그 수업을 신청한 이유는 엄마이다. 나의 적극적인 어머니는 다양한 교육과 회의로 줌을 사용하시는데, 모르는 게 있으면 당연히 딸인 내게 물으셨다. 그런데 정작 나는 줌으로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엄마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 모든 어머니가 그렇듯 우리 엄마도 모든 최신 문물은 젊은 딸이 다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다. 그러나 젊어도 안 해본 건 모른다. 나는 단지 줌으로 하는 비대면 수업을 듣기 위해 블로그 강의를 선택했다.
첫 번째 블로그 수업에 대해 회고하자면 많은 초보자들과 한 명의 우수한 학생으로 기억된다. 우리 반에는 킴이라는 블로거가 있었는데 그녀는 우리 중에 단연 실력이 돋보였다. 중급수업이었지만 초보가 더 많은 수업에서 그녀는 처음부터 동영상도 잘 올리고, GIF도 잘 만들고, 대답도 잘하는 우수학생이었다.
그때 느꼈다. 수업은 같이 듣는 동료들한테서도 배우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같이 수업을 들은 수님이 처음으로 GIF를 만들어 올렸을 때 나도 기뻤다. 무언가 같이 배운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한 달 후, 수업이 종료되고 혼자 블로그에 글을 쓰며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블로그 글은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하다는 강사님 말에 따라 블로그 주제를 평소에 관심이 있는 공모주와 북리뷰로 삼았다. 공모주는 늘 일정한 간격으로 있고, 관심도 있으니 주기적으로 글을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북리뷰 역시 책을 좋아하니 꾸준히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3개월 동안 알게 된 건 내가 선정한 주제가 되게 인기가 없다는 거다. 공모주 글은 이미 재테크 인플루언서가 많아서인지 별로 인기가 없었고, 책리뷰는 사람들이 잘 안 읽었다. 공모주 글을 쓸 때는 나름 자료 조사도 많이 하고, 북리뷰를 쓰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했다. 둘 다 노력이 꽤 많이 들었는데 맛집 소개글 보다도 조회 수가 적었다.
그러면 블로그로 뭘 얻었을까?
첫째, 전보다 책을 더 많이 읽고 북리뷰를 쓰기 위해 같은 책을 읽어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둘째, 소소한 일상을 더 특별하게 느끼게 되었다. 셋째, 비슷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원래 사진을 잘 안 찍는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더 정성껏 사진을 찍게 됐다. 그러는 중에 원래 가던 공원, 밥집, 카페 그리고 그 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곳에 가도 혹시 블로그에 올릴 만한 게 있을지 모르니 더 꼼꼼하게 살펴본다. 그러다 보니 놀랍게도 모든 일이 더 즐거워졌다. 이미 하고 있던 일들은 블로그에 올릴 게 없나 더 정성껏 살펴보게 되고, 심지어 블로그를 잘하기 위해 안 해보던 것도 시작했다. 이번 달부터 사진반에도 등록했다.
처음에는 블로그 조회 수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블로그 자체를 해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은 죽은 글이라는 블로그 강사님의 말처럼 점점 조회 수에 관심이 가게 됐다. 사실 정성 들여 썼는데 조회 수가 낮으면 속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남들은 어떻게 쓰나 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을 알게 됐다. 재테크와 책에 관심이 많은 다른 사람들 글을 보면 즐겁다.
오늘도 실력은 늘고 있다. (오늘 사진 크기 조정하는 걸 처음 알았다.)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다시 일어나 돌아가야 한다.
사람은 일어나면 가만히 서 있지 않는다,
일어나면 움직이게 되어 있고 어떻게는 앞으로 걸어가게 되어 있다.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에 나오는 구절이다.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비대면 줌 수업을 들어보기 위한 소소한 이유였다. 그러나 그 선택은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줬다. 인기 블로거나 되거나 인플루언서가 되지는 못했지만 내 선택은 일상을 좀 더 즐겁게 해 주고 새로운 것을 배우도록 해줬다.
나는 일어났고 움직이고 있다.
만약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 위해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일단 시작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시작하면 그다음은 무슨 일이든 생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