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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즈쭈꾸미 Apr 04. 2024

그림 그리는 남자

남편이 반대하지 않나요? 


그림책으로 배우는 원예수업을 들을 때의 일이다. 수업 과정 중에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저는 제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책을 쓰는 것이 꿈인데 지금 진행 중이에요. 책을 쓰고 있거든요.”라는 대답에 “남편이 반대하지 않나요?”는 질문이 돌아왔다.


“??? 아니요. 남편은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림 그리는 남자

내가 책을 쓰고 싶다고 하자 남편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 책에 넣을 삽화란다. 남편이 책에 넣을 그림을 그려준다고 하면 사람들은 남편이 예술가냐고 묻곤 한다.


남편은 회사원이다. 공대 출신의 캐드를 배워서 일러스트를 조금 사용할 줄 아는,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는 부인에게 선물로 그려준 쭈꾸미 외에는 없는 남자이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전부 ‘쭈꾸미’ 뿐이다. 


12년 전 결혼식 식권에 넣을 쭈꾸미를 시작으로 그는 특별한 날이면 쭈꾸미를 그린다. 크리스마스에는 루돌프 쭈꾸미, 화이트데이에는 사탕 든 쭈꾸미, 설에는 복주머니를 든 쭈꾸미를 그렸다. 새 집으로 이사를 갔을 때는 방문에 쭈꾸미를 넣은 방문 패(?)를 만들어 넣기도 했다. 


그렇게 쭈꾸미 그림이 그와 내가 함께한 시간만큼 늘어난 어느 날,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 책을 쓰고 싶어.” 그가 답했다. “그럼 나는 그림을 그려야겠네.” 너무나 자연스러운 답변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내가 글을 쓰면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그 질문을 받았을 때, 깨달았다. 손뼉을 내밀면 마주쳐 주는 남편의 지지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말이다. 만약 그가 “네가 무슨 책이야”하고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하기도 힘들다. 나의 꿈을 당연스레 지지해 주었던 그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나를 한걸음 더 내딛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여보 늘 고마워.” 나의 영원한 지지자, 당신이 있어 새로운 도전이 두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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