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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즈쭈꾸미 Jan 03. 2024

엄마의 두 딸

딸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어

엄마는 딸 하나 아들 하나 두명의 자식이 있다.  언젠가 엄마는 딸 둘, 아들 하나인 이모를 부러워하며 자신도 딸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왜 내가 부족해?"라고 물으니

엄마는 "바쁜 딸 말고 옆에 있는 딸이 하나 있으면 해서"라고 답했다.


나 정도면 괜찮은 딸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나는 엄마의 말이 약간 충격적이었지만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왕복 5시간의 거리를 통학하던 대학시절부터 나는 늘 바빴다. 학교 다니는 것만으로도 지치는데 과외도 하고 자격증 공부도 하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취직을 할 무렵에는 7년이라는 장기 연애를 하며 애정을 지금의 남편에게 몰빵 했고, 나중엔 고시를 한답시고 홀로 서울에서 고군분투했다. 내가 전쟁 같은 20대와 30대를 보내는 동안 엄마는 한결같은 응원을 보냈다.


콩나물 값조차 낭비하지 않는 알뜰한 엄마는 딸이 필요하다고 할 때는 수백만 원의 학원비도 망설이지 않고 지원해 주셨다. 어려운 고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딸의 꿈을 지지했고, 실패해 돌아섰을 때는 한숨을 꾹 참고 아무런 타박도 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참고 또 참던 엄마는 딸이 하나 더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아마도 내가 인생을 아등바등 살아내는 긴 시간 동안 엄마는 늘 참기만 했던 것 같다. 공부하느라 바쁘다니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참고, 피곤하다니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은 다음으로 미루고, 엄마는 항상 그렇게 다음을 기다렸던 것 같다.


놀라운 것은 내가 그 이야기를 듣고도 바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그저 엄마에게 서운하기만 했다.

이모가 부럽다는 딸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말이 어찌나 속상한지 엄마가 철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니 그게 딸한테 할 말이야!!" 라며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엄마가 그 이야기를 한지 몇 년도 지난 지금, 갑자기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다 엄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딸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어"


늘 참고 기다리던 엄마는 하나뿐인 딸과 무언가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한 거였는데... 그때 왜 몰랐을까. 바쁘고 힘들다는 딸에게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 대신 그 말을 할 수 있는 딸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고 돌려서 말 하신걸 왜 몰랐을까.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였으며 늘 충분한 사랑을 주셔서 한 번도 부족함이 없었다. 딸에게는 언제나 완벽했지만 자신을 위한 그 무엇도 망설이는 엄마, 그런 엄마를 분명 알고 있었는데...


내일은 엄마의 두 번째 딸이 되어 엄마와 함께 식사를 해야겠다.

그녀의 첫 번째 딸 흉도 잔뜩 보고 괜스레 손도 잡아봐야지.


엄마~ 딸이 몰라줘서 미안해.

올해는 엄마가 말했던 대로 꼭 둘이서 여행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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