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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즈쭈꾸미 Oct 15. 2024

사랑학개론

“진심이에요?”


남편이 멋져 보인다고 했을 때 지인의 반응이다. 나는 아직 남편이 멋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보다 지금이 더 멋지다. 결혼한 지 햇수로 13년, 나는 작년보다 올해의 그를 더 사랑한다.


어쩌다 우연히 마음이 새어 나와 이 말을 하게 되면 사람들의 반응은 둘 중 하나다. 눈이 매우 커지며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거나 남편이 엄청 잘생겼냐며 얼굴을 궁금해한다.



“저랑 닮았어요.” 남편이 얼마나 잘 생겼냐는 말에 대한 답변은 늘 하나다. 그는 나를 닮았다. 20년 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는 나를 닮았었다. 처음 사귈 무렵 그와 함께 다니면 여동생이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혹자는 우리가 느낌이 닮았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우리가 외모가 닮았다고도 했다. 처음에 이 말이 진짜 싫었다. 그는 소위 남자답게 생겼다. 사실 난 아직도 그와 내가 어디가 닮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20년이란 시간을 함께하며 우리는 정말 닮아버렸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생각도 스타일도 전혀 달랐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다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많이 해서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한 번은 남편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 저게 내가 하는 말인지 남편이 하는 말인지 헷갈린 적도 있다.



나는 분명 처음 만났을 때도 그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를 정말 사랑한다. ‘세상에 이런 느낌이 있구나.’라는 매우 충격적이고 생경한 느낌! 그것이 바로 사랑이었다.


처음 연애를 할 무렵 미드 「프렌즈」를 보다가 ‘top of the world’ 노래 가사에 매우 공감한 적이 있다. 노래 속 가사처럼 사랑은 정말 기분을 한껏 띠워준다. 세상의 중심이라도 된 것처럼...



맞다. 나는 그를 만나기 전 한 번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 남편도 그렇다 우리는 이십 대 초반에 모태솔로와 모태솔로로 만나 7년을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 올해로 결혼 13년째다.



결혼 13주년을 축하해


최근 유행하는 질문을 따라 해 봤다. “여보, 나 슬퍼서 빵 샀어.” 냉큼 대답이 돌아왔다. “왜 슬펐어?, 무슨 일 있었어?”


음...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여보 T잖아! T는 그럴 때 무슨 빵 샀냐고 묻는다던데”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이 물었다면 그렇겠지만 여보가 물으면 다르지.” 이 답변을 듣는 순간, ‘내가 정말 잘 키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아닐 거라고 했지만 그는 정말 나와 처음 사귄 게 맞다. 확신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 그는  남중, 남고에 소위 남대라 불리는 토목학과를 나온 정말 여자 마음을 하나도 모르는 극남자다.


그래서 싸운 수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의 냉정한 답변에 상처받았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과거들...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올 줄이야.



이제야 알 것 같다. 사람들이 왜 남자친구랑 헤어지면 다른 여자 좋은 일 시키는 거라고 했는지. 우리 시어머니가 들으시면 기가 막히겠지만 그와 내가 만난 스무 해 동안 내가 그를 키운 거나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이제 내가 묻어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를 처음 만났던 20년 전에도 결혼 한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랑인 뭔지 잘 모르겠다. 사랑 그 미묘한 감정은 너무나 복잡해 나이가 들어도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건 그와 마주 잡은 두 손이 따뜻하고 함께임에 행복하다.



마흔, 여전히 사랑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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