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N'과의 만남
회피하고 회피하고 그래서 돌아보지도 않았던 것, 하지만 오늘은 정말 방법이 없다. 드디어 이중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한지 만 2년, 아무리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도 돌고 또 돌아 빈자리를 찾았는데....오늘 드디어 굴복하고 말았다.
주차장을 40분째 돌다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렸다. 그래 이제 정말 어쩔 수 없다. 네이버 검색을 통해 같은 기종 차량의 이중주차 방법을 5개나 검색한 끝에 결국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도전!!!
그러나 행동은 마음 먹은 것처럼 쉽지 않았다. 시동을 끄고 중립기어로 바꾸라는데 다이얼식 기어인 ‘꾸발이’는 중립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듯이 야속하게 P만을 가리킨다. 주차모드로 하고 시동을 끈 후, 브레이크를 밟고 재빨리 중립모드로 다이얼을 돌렸다.
또 실패다...
다시 다른 블로그를 검색한다.
마음이 초조하다.
‘써있기는 간단한데 왜 안되는걸까?’
내 차가 불량은 아니겠지...
뽑은지 6개월도 안된 소중한 꾸발이가 들으면 억울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패를 3번째 거듭할 무렵 나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집을 눈앞에 두고 들어가지 못하는 심정이라니...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실패횟수가 늘어날수록 피로감이 몰려옴과 동시에 없던 자신감마저 사라져갔다.
문제는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주차장은 자리가 날 기미가 없었다. 차를 버리고 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세상에는 마음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검색했다.
앗 이거다. 다이얼을 꽉 끝까지 돌리지 말고 살짝 돌리란다. 그리고 몇 번의 추가된 시도 끝에 화면에 중립모드를 알리는 ‘N’자가 떴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N이라니....이건 내 생애 가장 감격적인 ‘N’이다.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간격이 충분한 걸까?’ 한참을 자리에 서서 고민하던 중 막 주차 후 지나가는 이웃이 보였다. 물론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 저 죄송한데....제가 이중주차가 처음이라 그런데...이정도 간격이면 충분할까요.”
“???”이란 표정을 짓던 그 분은 곧 웃으며 ...
“간격은 괜찮은데 중립으로 하신 건 맞나요?”라고 물었다.
그리곤 친절히 차를 밀어 중립여부를 확인해주셨다.
긴장했던 나도 웃음이 나왔다.
‘그래 나 같아도...중립으로 제대로 했는지’부터 의심이 됐을 것 같다.
그렇게 친절한 이웃의 확인 후에도 나는 서서 한참을 차를 바라봤다.
“꾸발아 내 진정 너를 이렇게 두고 집에 갈 수 있을까?”
그렇다!!
집에 왔다!!!
한 시간의 주차장에서의 사투 끝에 체력이 방전돼 돌아보고 돌아보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말았다.
그리곤 오늘의 무용담을 되짚으며 알람을 6시로 맞췄다...
“내일 일찍 구하러 갈게.”
홀로 주차장에 남은 꾸발이는 내 간절한 외침을 들었을까?
마흔이 넘어도 도전은 계속된다.
여전히 작고 소소하며 그 순간만큼은 중대한 일들이 찾아온다.
그렇게 성장한다.
꼭 필요하고 불가피한 상황에서 말이다.
(이중주차를 못하면 집으로 갈 수 없는 것처럼^^)
세상에 모든 초보운전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 이 시간을 포기하지 말고 이겨내 보아요.
당연스레 할 수 있는 날들이 올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