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Day21
사랑이 담긴 음식은 내장을 웃게 만드는 생명수다.
이 문장을 뽑아내기까지 8일이 걸렸다. 항암약물 1차 주사 후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8/11(수) ‘우리의 내장기관이 정원이고 인간의 몸이 하나의 우주라면 음식은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닌, 정원을 적시는 빗물이요 우주를 수놓는 은하수다’라고 수첩에 적었다. 이후 몸상태는 악화일로, 덕분에 섣불리 글을 sns에 올리지 않을 수 있었다. 컨디션이 다시 정점에 오른 오늘에야, 그럭저럭 괜찮게 수정했다. 이 모든 것은 나의 백혈구 호중구 수치가 110까지 떨어져서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이 아팠던 덕분이다(정상 수치 최저 기준은 1,000). 후후, 나의 긍정적 해석 능력은 갈수록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암환자가 되서 맘에 드는 점이 약 네 가지 정도 있는데(더 늘어나길 바란다), 음식의 의미를 알게된 점이 그 중 첫 번째다.
내 몸에 필요한 건강한 음식은 인간의 내장기관에서 무수히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유익균 생태계를 살찌운다. 장은 우리 몸에서 제2의 뇌라고 할 정도로 자율적으로 기능하며 각종 면역력을 담당한다(라고 책과 다큐에서 얘기하는데 아직 100% 내 언어로 설명할 정도로 이해하진 못했다) 건강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고민과 공부가 필요하다. 레시피 발굴은 기본이다. 암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소와 건강한 식재료까지 고려해야 한다.
아프기 전까진 몰랐다, 음식을 만드는 이에 대한 감사함을 뛰어넘는, 지고의 만족스러움이란 감정을 음식을 통해 맛볼 수 있음을. 동반자인 소중한님께서 음식을 만드는 전후 과정에서 보인 태도와 결과물은, 나를 완전무결하게 만들었다. 모자람 없이 사랑받고 있음을 알았다.
인간은 누구나 깨달은 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불교 이야기(법륜스님 강의에서 많이 들었는데 역시 내 언어로 100% 이해하진 못했다)로 내 감정을 설명하자면 사랑하는 타인을 살리는 음식은 신에게 바치는 겸손한 제물이다. 사랑 자체다. 공양물을 만드는 신도를 바라보는 신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이렇게 행복했을까. 한편으론 내 소중한 신도가 힘들지 않을까 염려된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맛보며 나는 음식과 요리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다.
회복의 시간을 지나오니 벌써 내일, 항암약물 2차 주사를 맞는 날이다. 다시 받아들임의 시간이다. 나의 긍정적 해석 능력이 또다시 꿈틀댄다. 이왕이면 배구 국가대표 김연경 선수의 공격슛 높이만큼 올라가면 좋겠다.